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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8 19:07 수정 : 2015.01.15 14:44

황인경 작가

[짬]
‘소설 목민심서’ 황인경 작가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제는 기업가와 사회운동가로. 1990년대 초반 <소설 목민심서> 650만부 판매 돌풍의 주인공 황인경(58·사진)씨가 다문화 이주민과 아프리카 빈민을 돕는 사회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황씨는 최근 한국에 이주한 외국인들의 정착을 돕는 사단법인 ’레인보우 월드 코리아’를 설립해 다양한 정착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벤처기업(아이넴) 회장도 맡아 전문경영인의 길도 걷고 있다. 일본과 외교 마찰을 빚고 있는 독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도 연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무엇이 그의 ‘화려한 변신’을 가능케 하는 것일까?

20년전 아이들에 역사이야기 하려
책 냈다가 베스트셀러 ‘대박’
2년전엔 벤처기업 투자·경영 참여
아프리카 아이들 돕기 활동 이어
최근 이주민 돕는 법인 세워 활동

황씨가 22년 전 ‘소설 목민심서’를 세상에 내놓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아들과 또래의 어린이들에게 역사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였다. 당시 전업주부였던 그는 초등학생 두 아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함께 책상에 앉아 백과사전을 펼치며 공부를 했다. 그러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웠다.

“아들이 꿈을 크게 갖도록 하고 싶어 위인전을 읽어주곤 했는데, 그 내용이 풍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서관에 파묻혀 두 아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때 모은 자료를 토대로 10여년에 걸쳐 정약용 선생을 주인공으로 장편 소설을 쓸 수 있었지요. 원고지 1만장은 제 키를 훌쩍 넘는 양이었어요.”

마침 <소설 토정비결><소설 허준> 등 역사소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였다. 한 출판사에서 황씨가 앞서 정약용의 형 정약전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 <떠오르는 섬>을 보고 장편 역사소설을 써 줄 것을 요청했다. 언젠가는 출판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소설을 써온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황씨의 5권짜리 ‘소설 목민심서’는 출판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친절하게 이야기하듯 풀어낸 정약용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의 일대기를 문학적으로 풀어내면서, 조선 후기의 사회상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땐 정말 아르바이트 학생을 동원해 인세 용지를 책에 붙혀야할 정도로 책이 잘 팔렸어요. 매일매일 인세를 받는 재미도 쏠쏠했구요.”

대학에서 가정학을 전공한 황씨는 제대로 작가수업을 받은 적도 없었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또래들이 그림일기에 서너줄 글을 붙일 때, 그는 서너장을 쓸 정도로 감성이 풍부하고 문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그의 그림일기를 교장 선생님이 전교생 앞에서 모범 글로 읽어줄 때 심한 부끄럼을 느꼈단다. “모두가 옷을 입고 있는데 저 혼자 벌겨 벗겨진 느낌이었어요.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아,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내면까지 모든 사람에게 내보이는 일이란 생각에 다시는 글을 쓰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그렇게 글쓰기를 잊고 살았던 그는 초보 주부시절 한 일간지에 수필이 실리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아들의 글쓰기 교육도 할 겸 쓴 첫 작품으로 ‘대박’을 친 셈이었다. 그뒤 황씨는 장보고와 고선지 장군을 소재로한 소설도 썼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민족의 기개를 떨친 신라 장수 장보고와 고구려 유민 출신으로 당나라에 가서 유럽 72개 나라를 정벌했던 고선지 장군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호연지기를 심어주고 싶었어요.”

2년 전부터 그는 원자력발전소와 자동차에 쓰이는 고무제품을 만드는 벤처기업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특허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고 경영을 하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저도 놀랐어요. 주부도 마음만 먹으면 경제활동의 주체로 충분히 한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황씨의 사회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빈민구제와 이주민 정착 도움주기로 이어졌다. ‘밥퍼 목사’로 알려진 최일도 목사를 도와 국내 빈민구제는 물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우간다 등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주는 교육사업과 식량을 대주는 사회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열었어요. 한줄만 써도 참가상을 준다고 했는데, 백지에 써내려간 그들의 희망과 꿈은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활기찼어요.”

이미 150만명이 한국에 정착했고, 그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500만명에 이르는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것도 요즘 그가 관심을 쏟는 일이다. “그들을 이방인이 아닌 이땅의 주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출산율 감소로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국력을 키우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구요.” 그는 지자체와 손을 잡고, 다문화 이주민의 초기 정착과 의료비 지원, 직업 교육 등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그 사이 짬짬이 글쓰기도 해온 황씨는 조선 숙종시대를 배경으로 독도 문제를 풀어가는 <소설 독도>와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와 광부를 주제로 한 소설 <글뤽아우프>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주부라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노력과 뜨거운 열정을 갖고 생활하면 다양한 길이 보입니다.” 자신에 찬 그의 웃음이 주변을 더욱 환하게 밝힌다.

글·사진/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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