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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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중국에 ‘미스터피자’ 41개 매장 연 정우현 회장
“칭기즈칸이 중국을 정복할 때 길이 없었어요. 그냥 마구 쓸어버렸어요. 그런 심정으로 대륙에 본격 진출합니다. 올 크리스마스는 중국 100호점에서 보낼 것입니다.” 말만 들어도 흥분된다. 한국 토종 브랜드가 ‘꽃가마’ 타고 중국에 들어가고 있다. 임대료도 면제다. 서로 와달라고 손짓이다. 마치 한국의 유명 백화점에서 외국 명품을 입점시키기 위해 애쓰는 형국이다. 그래서 신이 난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청바지를 입고 분홍색 재킷으로 마음껏 맵시를 낸 미스터피자 정우현(66·사진) 회장은 3년 뒤 ‘중국 미스터피자 10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중국 사업계획의 암호명은 ‘오에이에프’(OAF·온 에어플레인 포 디짓)다. 중국 내 가맹점을 4자리 숫자로 늘려서 전용기를 타고 사업을 한다는 포부다. 과연 무엇이 정 회장을 그처럼 자신만만하게 만드는 것일까? 3월 상하이 개점 첫달부터 흑자3년뒤 중국 1000개 가맹점 목표
“중국 1위인 피자헛 따라잡겠다” 14년전부터 중국시장 진출 타진
주방공개로 중국인들 믿음얻어
중국유학생 60명 선발 교육시켜
책임자 파견 프로젝트 가동중 정 회장은 1998년 아이엠에프(IMF) 사태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위기의 순간에 ‘휘모리 2000’이라는 전략으로 기사회생한 경험이 있다. 휘모리는 국악의 가장 빠른 장단. 2000년까지 국내 피자 사장의 1위로 올라서기 위해 폭발적으로 가맹점을 늘린 것이다. 가맹료 3천만원을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직접 상반신을 벗고 3천만원짜리 수표를 든 채 광고를 찍었다. 결국 1년 만에 미스터피자는 100호점을 열었고, 2008년에는 철옹성 같았던 다국적 브랜드 ‘피자헛’의 벽을 깨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그 전략이 지금 중국에서도 먹히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피자헛 중국본사가 있는 상하이에서 문을 연 ‘1호점’ 등 9개점의 매장별 월평균 매출이 한화로 1억5천만원을 넘었다. 개점 첫달부터 흑자를 냈다. 상하이의 유명 쇼핑몰에서는 최근 6개월 임대료 면제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우리 매장을 유치했다.” 지난해 중국 거대 유통재벌인 골든이글그룹과 합자계약을 맺고 중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이래 모두 41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올해 말까지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100개까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가맹점 계약을 마친 점포 수는 87개. 여기에 한 중국 재벌그룹은 홍콩 등에 있는 1천여개 슈퍼마켓에 미스터피자를 입점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추세면 정 회장의 ‘4자리 매장’ 목표는 허황된 것만은 아닌 듯싶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중국에서 1위인 피자헛을 따라잡는 것입니다. 상하이에서 성공하면 중국 전역 어디든지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비결을 정 회장은 “믿을 수 있는 품질”에서 찾는다. “미스터피자는 주방을 완전히 공개했습니다. 피자 빵인 도(dough)의 밀가루 반죽과 토핑을 수작업으로 하는 것을 고객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름을 빼기 위해 석쇠에 굽는 특징도 있지만 불량식품에 몸서리치는 중국인들은 믿고 매장에 찾아옵니다.” 또 기름기가 없는 피자라는 점도 큰 이점으로 꼽힌다. 그는 “중국인들이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기에 기름진 피자를 좋아한다는 선입견을 깼어요. 실제로 고급 중국음식은 진하지 않고 담백해요. 예전엔 변방의 특산물을 황제에게 진상하려면 말려서 보내야 했고, 이를 요리하기 위해선 기름을 써야 했던 거죠.” 14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두드려온 그는 “이제 때가 왔다”고 단언한다. 96년 국내 시장에서 피자헛과 경쟁을 시작하며 “그렇다면 피자, 헛먹었습니다”란 광고 카피로 ‘골리앗’에 대들었던 패기와 18년 만에 승리를 거둔 자신감이 그의 무기다. 때마침 ‘제2의 한류 열풍’ 덕분에 한국 음식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선발주자인 피자헛을 통해 피자맛에 길들여진 중국인들이 좀더 고급스럽고 다양한 맛을 찾고 있는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그동안 미로를 헤매다가 드디어 출구로 가는 넝쿨을 잡았어요. 지난 14년간은 넝쿨을 잡기 위해 뿌리를 내리는 기간이었죠.” 그는 내친김에 인재의 현지화도 서두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을 포함해 60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해 2년간 피자에 대한 모든 것을 교육시킨 뒤 중국 미스터피자의 책임자로 파견하는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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