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8.17 19:32 수정 : 2015.01.15 14:32

마에다 노리코

[짬] 일 사이타마 우타고에 합창단 마에다 노리코

일본 사이타마 우타고에 합창단의 최고참 단원인 마에다 노리코(76·사진)는 한달 남짓 앞둔 ‘한·일 시민합창’ 무대에서 과연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도쿄 북쪽 사이타마현에 살고 있는 그는 새달 21일 오후 6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한겨레 평화의 나무와 사이타마 우타고에 합창단의 합동 공연에 참가한다. 공연 제목은 <노래의 힘은 총보다 강하다>, ‘동북아 평화를 기원하는 한일 시민의 합창’이 부제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두 나라 시민합창단이 노래로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2010년 8월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서울에서 했던 첫번째 한일 시민합창 때도 눈물을 흘리느라 노래를 제대로 못 한 기억이 있다. 역시 평화의 나무 합창단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공연을 하며 ‘임진강’ ‘어머니 말씀’ 등을 부를 때였다. 자신과 동년배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견뎌온 고통의 무게, 한반도의 분단 현실, 이에 대한 일본 국민으로서의 미안한 마음 등이 얽히면서 “울컥, 무엇인가 가슴으로부터 복받쳐 올라온” 것이었다.

새달 21일 한겨레평화의나무와 공연
위안부 할머니에 미안한 마음…
2010년 첫 협연때 눈물 ‘펑펑’
“아베, 전쟁국가 만들기는 잘못
한·일 시민 평화의 소리 들어야”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마에다는 지난주 전화통화에서 이번 9월 공연의 주제인 ‘동북아 평화’도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에 긴장이 된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뜻대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구실로 외국에 군대를 파견하게 되면, 또다시 동아시아에서 전쟁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무게감에 이번 공연 때도 눈물을 흘리게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가 활동하는 우타고에 합창단은 65년의 전통을 지닌 일본의 대표적인 시민합창단이다. 1948년 음악과 노래를 통해 태평양전쟁으로 피폐해진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평화를 호소하자는 뜻으로 출범해 지금껏 반전·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속한 사이타마 우타고에도 50년이 넘었다. 전국적으로 1천여개의 합창단 지부를 두고 있으며, 해마다 한 도시를 정해 2만여명의 단원이 참가하는 전국제전도 열고 있다.

사이타마 우타고에 합창단은 현재 84살의 어르신부터 22살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까지 다양한 연령의 단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사이타마 단원들은 이미 아베 총리에 맞서 ‘전쟁 포기’를 명시한 ‘평화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일본 내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 단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거리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모인 사람들과 함께 행진을 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7월1일 ‘해석 개헌’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한발짝 더 나아간 뒤에는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합창단은 7월21일 2천명이 넘게 모인 지역 집회에 참가해 ‘지유요’(자유여)란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모두들 ‘아베 총리가 잘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아베 총리를 막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등 헌법 9조를 지키려는 결의가 대단했어요.”

단원들에게 일본·한국·중국이 얽힌 동아시아의 과거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이끄는 끈은 바로 ‘노래’다. 단원들은 자신이 부르는 노래의 의미를 알고 마음으로부터 부르기 위해 역사 공부도 열심히 한다. 마에다도 96년 역사 공부를 깊이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 남편의 직장 일과 관련해 그해부터 6년 동안 한국에서 살게 된 게 또 하나의 계기였다.

“서울에 가기로 결정한 뒤 한국 분들에게 사과해야 할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를 공부했습니다. 그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문제를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마에다는 당시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처럼 우타고에 단원들은 대부분 일제의 과거 침략 역사와 관련해 아시아 각국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이웃나라의 아픔에 동참해왔다. 99년부터 해마다 5·18 광주민중항쟁 문화제에 참가하고, 한국의 민중가수들과 문화패를 초청해 일본 순회공연을 주선해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새달 공연에 참가할 40여명의 사이타마 단원들에게 이번 공연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잘못을 넘어서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전쟁 등 비극을 막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본을 벗어나 동북아 시민세력과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단원들의 판단이다. “아베 총리의 잘못된 정책은 일본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 전체에 위기를 만듭니다. 그러니 이웃인 한국 등지에서 함께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한 무척 중요한 교류입니다.” 그는 “이렇게 한·일 시민이 소리를 합치면 서로가 지닌 평화의 마음이 더욱 커져 바다 건너 아베 총리에게까지 들리지 않겠냐”고 덧붙인다.

평화의 나무 단원들에게 ‘마에다 엄마’로 불릴 정도로 자상하고 친근한 그는 한국에서 진행중인 공연기금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현재 굿펀딩(www.goodfunding.net/)에서 <노래의 힘은 총보다 강하다> 공연 기금을 모으고 있다. (02)706-7588.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tree21@hani.co.kr

사진 사이타마 우타고에 합창단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