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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0 20:05 수정 : 2015.01.15 14:33

유인건 씨.

[짬] ‘트리킹’ 세계대회 우승 발차기 고수 유인건씨

일반인은 공중회전 한 바퀴도 어렵다. 중력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중회전을 한번 도약에 두 바퀴 반을 돈다. 900도를 도는 것이다. 그냥 도는 것이 아니라, 돌면서 송판 세개를 발로 차 격파한다. 그것도 한꺼번에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세개의 송판을 한 바퀴 돌 때마다 하나하나 격파한다. 체조선수와 같은 정확한 회전 동작과 태권도 선수의 정교한 발차기가 함께 어울려야 가능하다.

그래서 그런 발차기는 그냥 발차기가 아니다. 영어로 트리킹(tricking)으로 불리는 ‘마술 같은 발차기’에 공중 격파가 결합됐다.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발차기인 셈이다. 태권도와 무에타이(무아이타이), 카포에라(카포에이라) 등 발을 쓰는 무술과 체조, 비보잉 등 몸을 회전하는 고난도의 몸동작이 순식간에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케이비(KB) 청소년 하늘극장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발차기 고수를 가리는 ‘레드불 킥 잇 2014’ 대회에서 우승한 유인건(27·사진)씨는 중력을 무시하고 하늘로 날아 번개같이 몸을 비틀어 송판을 격파하는 고난도의 묘기를 보여주었다.

공중에서 900도 돌아 격파 3번
눈으로 쫓기 힘든 묘기 발차기
태권도 4단에 시범단 활약하다
트리킹 매력 빠져 발차기 몰두
“짜릿한 스포츠…관심 늘었으면”

마술 같은 그의 발차기를 ‘천천히’ 음미해보자. 그가 우승할 때 보여준 ‘900도 삼방 격파’는 도약해서 한 바퀴(360도)를 돌며 허리 높이의 송판을 격파하고, 또 한 바퀴(720도)를 돌아 얼굴 높이의 송판을 격파하고, 마지막 한 바퀴(900도)를 돌아 머리 높이의 송판을 격파했다.

‘900도 뒤후리기’는 그의 또다른 장기이다. 세 바퀴 돌아 떨어지면서 뒤후리기로 송판을 깨뜨리는 묘기이다. 심지어 세 바퀴 반(1080도)을 돌아 송판을 격파하기도 한다. 그런 움직임은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들다.

유인건 씨.
지난해 이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던 그는 일년 동안 절치부심해서 마침내 세계 최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태권도 4단이다. 5살 때부터 도장을 다니며 태권도를 익혔다. 고교 시절 태권도 전국 품세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 단원으로 활약하다가 7년 전부터 트리킹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2000년도 초반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신종 익스트림스포츠인 트리킹은 세계무술대회 챔피언을 여섯차례나 차지했던 스티브 테라다(30·미국)가 각종 무술의 발차기 묘기만을 모아 유튜브에 올리며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스포츠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발차기가 아니라,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다양한 동작을 보이고 정확하게 착지하는 마술 같은 발차기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탄생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레드불 스로다운 대회’ 우승자인 윌 코니스(25·트리킹 10년)와 준우승자인 베일리 페인(18·체조 6년, 트리킹 4년)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올해 국내 태권도 격파왕 출신인 김태완(28·태권도 5단) 등 국내 발차기 최고수들이 출전해 묘기를 겨뤘다.

유인건 씨.
유씨는 “트리킹은 보기에는 화려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의외로 연습을 하면 쉽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키 167㎝, 몸무게 62㎏의 아담한 체격인 유씨는 두꺼운 매트가 깔린 트리킹 전용 체육관에서 운동한다. 체조선수와 같은 균형감과 무술 고수의 발차기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유연성과 집중력이 필수적이다. 언뜻 보기엔 체조선수가 마루운동에서 공중돌기를 하는 것 같지만 공중에서 발로 격파를 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공중제비의 화려함과 격파의 통쾌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가면을 쓴 채 <파워레인저> 등의 어린이 대상 뮤지컬에서 놀라운 발차기를 보여준 유씨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뮤지컬 <문라이트>에서는 주인공의 보디가드 역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트리킹 공연단인 ‘킹오브커넥션’의 멤버로 활동하는 유씨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발차기밖에 한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발차기에 몰두했다”며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트리킹에 많은 젊은이들이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특히 어릴 때 대부분 태권도를 익힌 경험이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유리한 스포츠라고 한다.

이달 27일부터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되는 트리킹 세계대회인 ‘레드불 스로다운 2014’에 초청 선수로 출전하는 유씨는 가볍게 두차례 연속 공중돌기를 한 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발을 뻗는다.

“멋지잖아요.”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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