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파 평품집 집장. 사진 평품집 양은영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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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평화를 품은 집’ 문연 명연파 집장
출판업 30년 헌신하다 ‘집장’ 변신
평화 테마 북카페·소극장·갤러리에
국내 첫 ‘제노사이드’ 역사관 눈길
“대량학살은 다름 인정않아 발생…
평화교육 개발하고 역사관 키울것” “2009년 제주를 찾았다가 제주4·3평화기념관 한 귀퉁이에서 제노사이드 관련 자료를 보았다. 지구상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이렇게 모르고 있구나. 접경지역 파주에서 대량학살 문제를 통해서 평화를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평품집 제노사이드 역사관은 제주4·3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날 오전 평품식 개관 행사는 ‘퀴부카’(‘기억하라’는 뜻의 르완다 말)를 주제 삼은 ‘100개의 촛불 켜기’로 시작됐다. 1994년 르완다에서 100일 동안 희생된 100만명을 기억하며, 르완다 대량학살 영상과 단편영화 상영, 희생자 추모시 낭독이 이어졌다. 개관 행사에는 정근식 한국제노사이드학회 회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이해동 목사, 권윤덕 그림책작가를 비롯해 150여명이 참가했다. 평품집의 월례 공부모임을 함께하고 있는 작가 권윤덕씨는 “지난달엔 제주4·3에 대해 공부했는데,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 소극장에서 영화(<지슬>)를 보았다. 영화의 여운 속에 다들 아무 말도 않고 소라브레드 북카페에 부스스 나와 앉아 차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저 앞길에서 탱크들이 훈련한다고 줄지어 지나가더라. (전쟁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곳에서 평화를 공부한다는 의미가 너무도 실감이 났다. 평품집은 평화를 배우고 휴식도 하고 숲과 자연이 큰 위안을 주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평품집은 꿈교출판사에서 펴낸 책을 판매하여 운영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권 작가를 비롯한 5명의 그림책작가와 공동 기획하여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과 제주4·3항쟁 등을 형상화하는 ‘평화를 품은 그림책’ 시리즈를 펴낼 예정이다. 올봄 평화도서관 등이 먼저 문을 열면서 “지금까지 알음알음으로 가족·학교·단체·소모임 단위로 주말엔 30~50명, 주중엔 하루 10~20명가량이 꾸준히 평품집을 찾아왔다”(황수경 대표)고 한다. 평품집은 평화캠프, 인권·환경캠프, 1박2일 교사 워크숍, 계절학기를 비롯해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을 위한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운영할 계획이다. 그냥 쉬러 가도 된다. 숲속 평화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북카페에서 우리밀 천연발효빵과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면 그만이다. 문 여는 시간은 4~9월 오전 10시~오후 6시, 10월~3월은 오후 5시까지다. 명 집장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1983년부터 30년간 일하다 지난해 말 부사장직에서 퇴직했다. 한국 출판의 한 시대를 풍미한 출판영업자였다. 평품집 일에 전념하려고 그만뒀다고 했다. “30년 동안 영리 목적의 일을 열심히 했으니, 이제 자기 몫을 취할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선 그동안 일한 것을 다시 돌려줘야 갈 수 있겠다, 죽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어떻게 가요, 안 돌려주고.”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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