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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08 18:49 수정 : 2015.01.15 14:26

무채색렌즈클럽 회원들이 전시장인 류가헌에서 무코팅렌즈를 들고 함께 했다. 왼쪽부터 백보현, 김영안, 노성미, 이치환, 이문생, 지순기씨.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짬] ‘무코팅렌즈’ 사진전 주도 이치환씨

‘무채색렌즈클럽’의 단체전 <날빛, 날숨>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무채색렌즈는 코팅하지 않은 렌즈를 가리키는데, 무코팅렌즈가 더 일반적인 표현이다. ‘무채색렌즈클럽’은 다음카페의 동호회다. 만든 지 100~200년 된 무코팅렌즈를 구해 공부하고 사진을 찍었고, 12명(강진형, 김승현, 김영안, 노성미, 민진근, 박노근, 박재걸, 백보현, 이문생, 이치환, 이해선, 지순기, 가나다순)이 전시에 참여했다. 무채색렌즈클럽의 카페지기이며 이번 전시를 주도한 이치환(63)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사진에 본격적으로 무코팅렌즈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은 우리가 만든 무채색렌즈클럽이 최초이고, 그런 렌즈를 활용한 사진전도 최초다. 물론 오래전부터 대형사진기(4×5뷰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무코팅 형석 렌즈를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었고, 필름 작업에 많이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7일 전시가 열리는 류가헌에서 이씨를 만났다.

확산빛 억제 코팅렌즈보다
실제의 빛 사실적으로 재현

거칠지만 자연의 색 담고싶은
카페동호인 12명과 사진전

“요즘 코팅렌즈와 디지털보정이
사진을 그림처럼 만들고 있어”

-일반인들에겐 무채색렌즈는 생소하다.

“2010년 파리에서 머물며 무코팅렌즈가 달린 롤라이 스탠더드카메라로 본격적인 무코팅렌즈 사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록을 보면 1930년대에 이르러 질 좋은 형석이 고갈되자 일반 규사로 렌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경 코팅처럼 공기 중 난반사와 확산빛을 억제하여 더 선명하게 사물을 촬영하기 위해서 렌즈를 코팅하기 시작했는데, 과거 수작업으로 만들던 렌즈와 달리 공장 생산 라인에서 대량으로 렌즈를 만들 때 생기는 색수차(색의 파장이 달라서 발생하는 초점이 맞지 않는 현상)를 교정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이 공인된 직후인 18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카메라 렌즈의 재료는 형석으로, 이 재질은 색수차를 기본적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0년대 이전의 카메라에 사용된 렌즈는 모두 무코팅 형석 렌즈라고 봐도 된다. 또한 이 시기에 신문 보도에 사진이 본격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더 밝고 선명한 렌즈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코팅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미지에 손을 대면 댈수록 빛의 느낌은 점점 엷어진다. 코팅이 되지 않은 렌즈는 잘 알려진 대로 공기 중의 빛을 거의 여과 없이 통과시킨다. 사진 이미지에서 빛의 공간감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방법을 찾다가 무코팅 형석 렌즈를 찾아내게 된 것이다.”

김영안씨 작품.
-무코팅렌즈의 특징은 무엇이며 카페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실제 사람들이 거리에서 보는 빛은 확산빛이다. 코팅된 렌즈는 이 확산빛을 걸러버린다. 코팅렌즈와 디지털 후보정이 자연의 색을 억제하고 원래보다 색을 과장시켜 튀게 하여 사람의 눈을 현혹하면서 사진을 그림처럼 만들고 있다. 반면 무코팅렌즈는 실제의 빛을 더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공간감을 살려낸다. 디지털카메라는 곱게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원래 빛은 사라지고 색만 남는다. 그래서 무코팅렌즈를 디지털카메라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했다. 이베이 같은 외국 경매사이트에서 렌즈를 주문해 충무로에서 ‘클리닝’(오래된 렌즈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을 하고 ‘세팅’(디지털카메라 보디에 맞게 렌즈를 개조하는 것)을 거쳤다. 충무로에서 마주친 광고사진가들이 무코팅렌즈로 찍은 사진을 보더니 ‘이거 어떻게 나온 거냐’며 신기해하면서 입소문이 났고 2013년 9월쯤에 카페를 만들었고 오늘 전시를 하기에 이르렀다.”

-100년 전께 생산이 중단되었으니 렌즈 구하기가 쉽지 않겠다. 비싸진 않은가?

“무코팅렌즈는 현재 세계적으로 붐이 일기 시작했다. 소문이 나서 고가의 무코팅은 중국 사람들이 싹쓸이하는 것 같다. 30만원짜리부터 몇백만원짜리도 있는데 고가 제품은 중국에서 다 사 가지만 저가 제품은 아직 경매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저가 제품은 솜씨 좋은 장인의 손기술을 거쳐 ‘클리닝’과 ‘세팅’을 해야 하니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하는가?

“지난 1년 동안 약 100여개의 렌즈를 구해 시험촬영을 했고, 찍은 사진을 카페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게 해뒀다. 대부분 영국, 프랑스, 독일제로, 이제 마음에 드는 30개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회원 전체가 소유하는 렌즈는 약 200여종인데 다 서로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부드럽고 컬러와 톤 표현이 좋은 영국의 달메이어사에서 만든 렌즈와 프랑스의 솜 렌즈, 의외로 밝은 페츠발 렌즈를 좋아한다. 날카로운 빛은 독일의 헬리아 렌즈를 사용하고, 볼륨 있는 풍경사진을 위해서는 독일의 칼자이스 예나 프로타 렌즈를 쓴다.

이치환씨 작품.
무코팅렌즈로 찍은 사진의 특징은 빛을 자연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코팅된 렌즈라면 특히 역광의 상황에서 눈에는 보이는 빛이 사진에선 대부분 없어져버리는데 전시장에서 보니 대개 살아남아 있었다. 또한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고 특별한 빛망울(보케)이 시선을 끌기도 한다. 최근 디지털 보정이 극도로 발달한 나머지 각종 사진사이트나 사진공모전의 사진을 볼 때 너무 심하게 변형되어 눈이 시렸던 것을 생각하면, 무코팅렌즈의 사진은 인공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밍밍한 기분이 드는 음식을 먹는 것 같다. 거친 빛 아래선 거칠게 찍히는 것이 실제와 더 비슷한데도 (코팅을 한 현대의 렌즈는) 빛의 산란을 모두 차단해 깔끔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화장기 전혀 없이도 반짝거리는 민낯의 향연이다. 이치환씨는 “나이 든 관객 한 분이 ‘마음으로 보고 간다’고 한 말씀 하셨다”며 “무코팅렌즈로 찍은 사진은 눈으로 보는 빛이 아니라 느껴지는 빛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10월12일까지 전시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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