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암스트롱(52)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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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세계북한학대회 참석한 찰스 암스트롱 교수
브루스 커밍스 교수 제자로 진보성향
2012년 북한 방문해 유학생 교류 성사 “중간선거 뒤 오바마 대북정책 바뀔듯”
북도 억류자 석방·인권 회견 등 변화
박근혜 정부에 ‘대화 적극 주도’ 조언 무엇보다 큰 변수는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다. 그는 11월4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대화를 좀더 중시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이 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욕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상원 투표에서 공화당의 상원 승리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30% 정도에 그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패배가 현실화하면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주목하게 될 것으로 암스트롱 교수는 내다봤다. “시리아 등 중동지역에서 잇단 외교적 실패가 이어지고 있는 탓에 오바마 정부로서는 가시적인 외교 성과를 내려 할 것입니다.” 이 경우 오바마 정부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중동보다 북-미 수교를 강하게 원하고 있는 북한에서 외교적 성과를 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2006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보인 행보와 비슷한 것이다. 당시에도 부시 정부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이후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꾼 바 있다. 그는 북한도 지난 22일 미국인 억류자 1명을 석방하는 등 대화 여건 마련 등을 위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또 최근 북한이 유엔에서 인권 문제 등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 것 등을 “깜짝 놀랄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작은 변화들이 큰 변화들을 이끌게 된다”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북한의 이런 행동 변화가 큰 정책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박근혜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대북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이 냉랭한 상태라고 해서, 그것에 기대어 남한의 대북정책을 짜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어떤 형태의 대화도 불통 상태보다는 낫다”고 강조한 그는 현시점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의 적극 대화를 통해 오히려 오바마 정부의 대북 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현재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슨 협력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삐라 살포 문제에 대해 현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삐라 살포라는 방법은 좋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 이유로 무엇보다 “삐라 살포가 북한을 크게 자극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남북대화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며, 이 경우 남한은 ‘결정적 시기’를 헛되이 보내게 된다. 그는 또한 “삐라 살포가 효율적인 방법도 아니”라고 진단한다. 현재와 같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삐라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설사 접근한다 해도 그 내용을 쉽게 믿지도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암스트롱 교수는 이번 제1회 세계북한학대회에 대해서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다른 시각과 전망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학술회의”라는 것이다. 암스트롱 교수는 이렇게 북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진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북한 연구의 지평도 한층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 자신도 이번 북한학대회에 함경북도 함흥시의 경제 문제를 다루는 논문을 발표했다. 실제로 2012년 함흥을 방문한 바 있는 암스트롱 교수는 이번 북한학대회를 계기로 “북한 연구가 ‘김정은 체제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북한의 사회, 북한의 인민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로 발전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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