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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12 18:42 수정 : 2015.01.11 17:52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디자이너 김용주 매니저

[짬]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디자이너 김용주 매니저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 디자인 부문의 국제 디자인상을 잇따라 받으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올해 초 열린 <최만린>전은 ‘굿디자인 어워드-재팬 2014’를, <그림일기-정기용 건축아카이브>전은 ‘2013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이어 ‘2015 독일 디자인 프리미엄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로써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선 <한국의 단색화>(2012) <이타미준-바람의 조형>(2014)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을 기록했다. <올해의 작가상 2012>전도 ‘2013 아이에프(iF) 디자인 어워드’와 ‘2014 독일 디자인 프리미엄 어워드’를 받았다. ‘세계 4대 디자인상’ 가운데 미국의 ‘아이디이에이’(IDEA·국제 디자인 최우수상)만 빼고 세 개의 상을 휩쓴 것이다. 특히 독일연방 경제기술부가 후원하는 ‘디자인 어워드’는 국제적인 디자인대회 수상작들이 경쟁하는 ‘상 중의 상’이다.

이처럼 국립현대미술관의 상복이 터진 배경에는 2010년 첫 전시 디자이너로 기용된 김용주(34·사진) 디자인 매니저가 있다. 그때까지 학예연구사가 겸하던 전시공간 디자인이 특화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하얗게 텅 빈 공간을 적당히 나누어 작품을 배열하는 게 관행이던 미술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요즘은 작가와 더불어 전시 디자이너인 그에게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관객층까지 생겨날 정도다.

2010년 국립미술관 첫 공채 합격
3년새 세계 3대 디자인상 줄줄이
‘상 중의 상’ 독일 어워드도 수상

학예사 전담하던 전시관행 ‘혁신’
초기엔 작가·기획자 설득에 주력
“관객이 또 보고 싶은 전시면 성공”

국제적인 상을 휩쓰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시 디자인 분야에도 국제적인 상이 있다는 정보를 조금 먼저 알았다는 게 아닐까.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그동안 한국 미술전시에는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이 희박했다. 그러다 보니 뒤늦게 수상의 기회가 나한테 온 것 같다.”

그건 답이 아닌 것 같은데…. “진정성이다. 내가 맡은 전시에 모든 힘을 다 기울인다. 그런데 한해 내가 맡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가 30개가 넘는다. 구상·설계·시공이 일년 내내 겹친다. 모두 전력을 기울다 보면 배겨날 수가 없다. 선택을 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되는 게 무엇인지가 중요한데, 콘텐츠가 우수하고 개인적인 관심이 쏠리며, 공간디자인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게 우선한다. 또 같이 일하는 학예연구사들과 소통의 여지를 중요시한다. 대상이 나한테 다가와 안긴다는 느낌이 들 때 만족스런 결과를 얻는다.”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 말고 ‘김용주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디자이너는 작품과 관객의 매개체다. 나는 매개가 단순 전달이 아니라 상호 소통이라고 본다. 통상 공간을 나누고 동선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벽을 세운다. 나 역시 벽을 세우지만 나의 벽은 강요된 구획이 아닌 소통수단이다. 관객의 동선에 맞춰 필요한 장소에 창을 내고 틈을 낸다. 관객은 창과 틈을 통해 현재 머무는 공간과 앞뒤 공간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의 깊이와 폭을 넓힌다. 요즘 눈높이 이상의 벽을 비운 한옥의 담을 전시장에 끌어들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밖에 벽의 색깔과 조명에 변주를 준다.”

기획 의도와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일 수 있게 구현한 것을 보면 그의 공간감각은 무척 논리적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어 남성적이라는 느낌조차 든다. “내 이름부터 남성적이다. 뱃속에 있을 때 부모님이 남자아이로 간주하고 지었다고 한다. 장난감 역시 레고나 자동차 같은 남자아이용이었다. 또래 아이들이 인형을 갖고 놀 때 나는 인형이 들어갈 상상의 공간을 만들면서 놀았다. 결국 대학에서 공간을 전공하고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그가 간여한 전시는 작품과 공간이 어우러져 전시장 자체가 거대한 설치작품처럼 보인다. 디자이너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개별 작품과 작품군의 개성이 발현되는 방식이다. “관객이 작품에 빠져드는 전시 디자인이 좋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놓여서 빛나는 자리를 마련해놓고 빠져 최대한 드러나지 않는 게 디자이너의 몫이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 다시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면 성공한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어떻게 근무하게 되었나. “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하며 건축은 공간의 경험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 디자이너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 방식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했다. 미국 피보디에섹스뮤지엄에서 일하면서 전시물을 대하는 방식과, 일을 추진하는 체계 등을 배웠다. 그곳은 역사적인 유물과 현 미술품을 함께 다루는데, 둘 사이를 가르지 않고 융합전시하는 것이 새로웠다. 외국 뮤지엄에서 일하려고 준비하던 참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디자이너를 공모했다. 당시 전문경영인 출신의 배순훈 관장과 일하고 싶기도 했다.”

전시 디자인이 미술관에는 없던 분야라 뿌리내리기 힘들었을 법하다. “처음에는 디자인 자체보다 설득하는 게 일이었다. 때로는 결과물을 보고 아니다 싶으면 철거하겠다는 말까지 하면서 작업을 했다. 지금은 작가나 기획자와 신뢰가 쌓여 앞으로 있을 전시에 대한 구상도 함께하며 협업이 원활하다.”

한 해 30개 이상의 전시에 간여했으면 웬만한 경험은 다 해봤을 법하다. “콘텐츠가 달라 모두 새롭다. 전시마다 새로운 실험을 하고 괜찮다 싶으면 다음 전시에 채용한다. 광주나 베니스(베네치아) 비엔날레의 한국관 공간 디자인도 해보고 싶다. 전시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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