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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23 18:54 수정 : 2015.01.11 17:48

이청은 역사소설가.

[짬] 새책 ‘이승꽃 저승나비’ 펴낸 이청은 역사소설가

창덕궁 한켠에 있는 낙선재(樂善齋)는 소박하다. 단청도 칠하지 않은 흑백의 건물이다. 조선 왕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인 8살에 왕위에 오른 24대 헌종(1834~1849)이 자신이 직접 간택한 후궁 경빈을 위해 지은 17칸 반의 아담한 한옥이다. 역사에서 헌종은 외척에 휘둘리고 천주교를 박해하다가 23살에 숨진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임금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가 40대 후반에 역사소설가로 변신한 이청은(49)씨는 의문을 품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위해 특별한 거처를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헌종은 무능력한 임금이었을까?”

지난해 우연히 창덕궁을 구경하다가 낙선재와 헌종에 대해 문화해설사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이씨는 조선 역사를 파고들었다. 최근 장편 역사소설 <이승꽃 저승나비>를 발표한 이씨는 정사가 기록하고 있는 조선시대 구중궁궐 이야기 이면에 있는 왕과 사대부의 갈등과 궁중 여인들의 이야기를 묘사한 역사소설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에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던 이씨가 뒤늦게 역사소설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중궁궐 이야기 이면에 있는
왕과 사대부의 갈등 등 묘사
“헌종의 갑작스런 죽음도 의문

”디자이너로 일하다 4년 전 등단
조선시대 궁중의 삶에 천착
“역사속 인물 새로운 면 찾아요”

“이야기 속의 궁궐을 찾아가 직접 걸어보며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그때그때 보고 느낀 것을 메모하며 역사 속의 인물로 변신해 질문하고 답을 했어요.”

대학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졸업 후 광고회사와 건설사에서 광고 디자이너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큰 회사에서 실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비교적 거친 사업장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학창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이씨는 직장생활을 접고 본격적인 ‘글쟁이’로 나섰다. 문학에 대한 열정을 더 늦기 전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4년 전 첫 소설인 <별을 담은 낙타의 눈처럼>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씨는 지난해 조선시대 궁중 여인의 폭풍 같은 삶을 스릴러와 로맨스를 교차시키며 담은 <냉궁마마>를 발표했다. 세도가의 딸로 태어나 임금의 후궁이 된 ‘은빈’이라는 가상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해서 쓴 <냉궁마마>는 내년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낙선재를 중심으로 헌종과 경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승꽃 저승나비>를 쓰기 위해 이씨는 여러차례 낙선재의 곳곳을 살펴보았다고 한다. 낙선재의 한 누마루 밑에는 작은 돌들을 불규칙하게 쌓은 깨진 얼음 조각 문양이 새겨져 있다. “얼음 문양은 아궁이의 화마를 막는 동시에 악귀가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디자인이죠.” 또 낙선재에 전통의 창호살 문양이 아닌 둥근 만월 모양의 창 문양이 자리잡고 있는 이유도 왕실의 자손 번창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도 소설에 담았다.

“비록 헌종 때 민란이 일어나고 천주교를 박해했으나 안동김씨 외척의 발호와 오랜 수렴청정으로 인한 결과라고 봤어요. 그런 사대부를 견제하고 왕실의 권위를 세우려던 헌종이 갑각스럽게 죽은 이유도 품어봐야 할 의문이죠.” 야사에서 헌종은 빼어난 외모에 우렁찬 목소리를 지닌 건장한 인물로 존재한다.

이씨가 역사소설에 힘쓰는 이유는 정사가 담고 있지 않은 역사 속 인물들의 새로운 면을 찾기 위해서다. 그래서 평면적인 역사의 사실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여겼다.

“연산군을 단순한 폭군으로 규명하지 말고, 자신의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가정해 본다면….”

이씨는 역사소설의 바탕이 되는 사서와 삼경을 여러 차례 읽고,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당시 궁중의 삶을 천착했다고 한다. “궁궐은 한 시대의 신분제가 살아 숨쉬는 특이한 환경의 공간이지만, 그 속의 삶은 결코 세상과 다른 별나라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이씨는 궁중소설의 어려운 말투와 생소한 용어들을 “그저 사투리라고 이해하며 덩어리로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천년을 함께한 민족의 모국어가 좋은 점은 비록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더라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죠.”

궁중소설에 대한 이씨의 애착은 남다르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우리 민족의 고유한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 궁중소설입니다. 부분부분 녹아 있는 우리의 독특한 모습과 감정들, 그리고 그것들이 알알이 스며 있는 유산들을 감상하면 또 다른 감흥이 올 것입니다.”

이씨는 “역사에 대해 엉뚱한 궁금증을 갖고 상상을 하며 치밀한 취재를 하는 것이 역사소설을 쓰는 자세”라며 “역사적 인물을 통해 팍팍한 일상에서 활력을 찾고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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