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변순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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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전국노래자랑’ 전시회 연 사진작가 변순철씨
자비로 100회·1천명 넘는 출연자 ‘찰깍’
“과장된듯 하지만 가식 없는 모습 반해” 등장 인물 동의받아 사진집·전시회
고정된 ‘유형학 인물사진’ 벗어나
시대 변천도 담겨 사회학적 사료가치 변씨의 ‘전국노래자랑’은 재미있는 인물사진들의 열전이다. 딱딱하지도 않지만 작품마다 흘러나오는 이야기와 의미도 튼튼하다. 시대 변천에 따른 사회학적 연구 사료가 될 만하다. 인물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것 같아 반갑다. 오디션 프로의 출연자는 그 자체로 다큐멘터리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가볍게 재미와 추억을 위해 나왔든, 진정으로 가수가 되고 싶어 나왔든, 이들은 전국 곳곳의 ‘우리 동네 이웃들’이며 바로 ‘나’일 수도 있다. 그들의 포즈는 스스로 표현한 것이기에 자연스럽다. 한편으론 방송에서 튀고 싶어 과장하기에 부자연스럽다. 그 부자연스러운 자연스러움이 장수 프로의 비결이자 사진집의 매력이다. -예전 작업을 보면 고정된 형태의 인물사진, 이름하여 ‘유형학 사진’이 많았다. 이번 ‘전국노래자랑’은 외형상 크게 변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는가? “90년 중반부터 인물사진 작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말 그대로 아우구스트 잔더의 유형학을 답습했다. 그런데 형식이 너무 답답해서 그 이상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2012년 어느날 우연히 티브이에서 ‘전국노래자랑’을 보는데 문득 자유분방한 출연자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거다 싶었다.” -전국노래자랑은 얼마나 찍었나?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2012년부터 올해 9월 서울 노원편까지 100회 이상 녹화현장을 따라다녔고 1천여 명의 출연자를 찍었다. 두 권의 책을 냈는데 100명 정도만 소개한 셈이다. 내년까지 더 작업해 다시 발표할까 한다. 노래자랑에 나오는 출연자들이 다양한 만큼 구구절절 사연도 많았다. 경기도 오산에서 만난 ‘원더우먼’ 분장의 여성 출연자도 기억이 나고…. 전남 보성에서 꼬마 4명과 어른을 찍었는데, 학생들과 겪의 없이 어울리는 선생님 모습이 좋았다. 오산의 한 할아버지는 가수가 평생 소원이라고 했다. 속초에서 닭발집을 하는 출연자는 연말 결선까지 진출했다. 부여 백마강의 코스모스밭에서 한복 입고 찍은 분은 ‘김연자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 유쾌하고 밝으면서 또 애잔한 사연을 지닌 분들이 많다. 과장된 것 같으나 가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전이나 사진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어떻게 동의를 구했는가? “모델 허락서를 프린트해 가지고 다니면서 서면으로 동의를 받기도 했다. 젊은 분들은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SNS)로 보내주었고 연세 많은 분들에겐 인화를 해서 보내드리기도 한다. 영월에서 찍은 한 분은 작품집엔 포함되었는데 전시에 걸리지 않아서 서운해하시기도 했다. (출연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생각보다 높았다.” -‘전국노래자랑’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진행자 송해씨는 사진집에 없던데? “당연히 송해 선생님도 찍었고 사진을 프린트해서 드리기도 했다. 고맙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나의 사진작업 ‘전국노래자랑’은 출연자가 핵심이다. 내년 가을까지 더 찍어서 낼 다음 사진집에는 송 선생님도 넣을까 한다.” -출연자들의 포즈는 부탁한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취한 것인가? “대부분 그분들이 알아서 포즈를 취했다. 노래자랑의 리허설 때 모습을 보여달라고 부탁하면 각자 알아서 했다. ‘자 이제부터 놀아보세요. 즐기세요’라고 하면 그냥 나온다. 워낙 보통이 아니다. 끼가 넘친다.” -전시장에 찾아온 출연자도 있겠다? “많이들 오셨다. ‘원더우먼’도 찾아왔고 노원에서 찍은 분은 가족들이 함께 와서 구경하고 갔다.” -사진 찍을 때 이분들이 노래도 부르는가? 사진에선 마이크 없이 빈손으로 포즈만 취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대부분 직접 노래를 부른다. 사진집의 표지에 실린 다섯 명은 친구 사이인데, 모두 동시에 다른 노래를 불렀다. 그 가운데 교련복 차림의 남자는 나훈아의 ‘잡초’를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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