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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18 19:01 수정 : 2015.01.09 14:37

한국조선문화재반환문제연락회의 아라이 신이치 대표. 사진 노형석 기자

[짬] 한국조선문화재반환문제연락회의 아라이 신이치 대표

“내년이면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50돌입니다. 1965년 조약 당시 두 나라 정부가 문화재 협정을 맺어서 많은 문화재들이 한국으로 반환됐어요. 그때 협상을 기록한 의사록을 보면, 민간 분야에서 가능한 한 많은 문화재를 반환하도록 일본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기로 했습니다. 그에 따라 지금도 많은 문화재가 반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팔순의 일본 원로학자가 언제나 ‘공존’을 염두에 두고 문화재 반환의 해법을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한국과 일본은 절대 전쟁을 해서는 안 되는 사이”라고 역설하는 아라이 신이치(88·사진) 스루가다이대 명예교수의 논리는 막힘이 없었다. 18일 오후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 반환, 식민주의를 넘어’란 주제로 특강을 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존과 협력 관계의 발전을 생각하며 반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제의 한국문화재 유출경로 추적
식민시대 문화재 반환문제 ‘멘토’
‘조선왕실의궤’ 반환승인에 기여

고궁박물관 초청 특강 위해 방문
“미래지향 공존·협력관계 발전 차원
한일협정 합의대로 ‘반환’ 풀어야”

아라이 교수는 근대 이래 주요 한국 문화재들의 일본 유출 경위를 오랫동안 추적해왔고, 최근에는 재일동포, 일본인들이 함께 꾸린 한국·조선문화재반환문제연락회의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문화재 반환 문제와 관련해 가장 생각이 깊은 ‘멘토’로 꼽히는 전문가다.

“한국에는 일본에서 공식 확인된 6만7천점 이상의 유출 문화재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요. 일본 정부도 지난해 한국인 도난범들이 저지른 쓰시마의 불상 도난 사건 뒤 불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거니까 무조건 돌려달라는 반환 요구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부 한국인들은 6만7천여건의 문화재가 도난당해 일본으로 갔다고 하는데, 전부 도난당한 게 아닙니다. 어떤 것은 의도적으로 반출한 것도 있어요. 어떤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일본으로 갔는지 심도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라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반드시 평화적으로 서로 공존하면서 미래지향적 발전을 해야 한다는 게 정치적 견해”라며 “문화재 반환도 이런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사람들이 정치를 관여시키지 않고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폭넓게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론이었다.

도쿄 출신인 그는 태평양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것을 계기로 유럽의 홀로코스트 문제, 일본의 전쟁 범죄와 책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평생 이 분야를 천착해왔다. 특히 20세기 초 근대기에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서 자행한 문화재 약탈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당시 정황을 연구해왔다.

2005년 도쿄에서 열린 1905년 을사늑약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그는 늑약이 국제법상으로 무효임을 입증하는 새 사료들을 내놓아 반향을 일으켰다. 2010년 <조선왕실의궤> 등 일본 궁내청 소장 도서의 한국 반환을 논의한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 참고인으로 나가 “문화재는 태어난 자리에 있을 때 제대로 가치를 발한다”고 역설하며 의회가 반환 승인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궁내청 소장 도서 반환 뒤 집필한 <약탈 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원제 ‘콜로니얼리즘과 문화재’)는 가해국 일본 지식인이 과거 한국과 중국에서 벌인 문화재 약탈의 전말과 문제점, 반환을 위한 대안 등을 성찰한 결과물이다. 올해 국내에도 번역출간돼 새삼 관심을 촉발하기도 했다.

“쓰시마 불상 도난 사건이 보도됐지만, 사실 일본 국민 대다수는 문화재 반환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현지에 유출된 한국 문화재의 구체적인 현황을 몰래 파악했다는 말도 들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가능한 관심과 협력부터 끌어내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한·일 양국에 걸쳐있는 통신사 유적들을 세계유산 차원에서 어떻게 다룰지 논의할 수 있겠지요. 한일협정 50돌인 내년에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반도 문화재인 오구라 컬렉션을 반환한다면 한-일 관계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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