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1.05 21:08 수정 : 2015.01.09 14:29

초대 민족화해위원장 최창무 대주교

[짬] 초대 민족화해위원장
최창무 대주교


“주님,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희망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성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무려 20년간 매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메아리쳤다. 그동안 남북한의 지도자가 만나 대화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갈등과 증오의 대결이 재연되기도 했다. 그래도 기도는 중단되지 않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남북평화를 기원하며 1995년 시작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화해미사)가 6일로 1천회를 맞는다. 화해미사를 주관하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6일 저녁 7시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1천번째 화해미사를 연다.

화해미사는 95년 3월7일 당시 서울대교구 교구장이던 고 김수환 추기경이 첫 미사를 집전한 것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명동성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시 서울대교구에서 사회 담당 보좌주교로 첫 민족화해위원장을 맡았던 최창무(79) 대주교가 1천회 미사에서 강론을 맡는다. 최 대주교는 초기 4년간 민화위 위원장을 맡았으며 98년 5월 한국 주교로는 처음으로 사목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5일 전남 나주시 노안의 수도원에서 피정중인 최 대주교로부터 화해미사 1천회의 의미를 들었다.

1995년 3월 고 김수환 추기경 발의
북한도 호응해 서울-평양 동시 기도
6일 1천번째 미사에서 강론 ‘감회’

중도좌우 아울러 ‘화해와 평화’ 모색
98년 주교로 첫 방북 장충성당 미사
“구호만으로론 의미없어 실천할 때”

“20년 전 첫 미사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이 하신 강론이 생각난다. 김 추기경께선 북한을 도와주는 건 자선이 아니라 우리의 본분이라고 했다. 하느님이 심판할 때도 가장 작은 이웃에게 한 것을 보는데, 엄청난 음식을 쓰레기로 버리면서 형제가 굶어죽어가는데, 이를 모른 체한다면 그것은 범죄 행위라고 했다.”

최 대주교는 자신이 모시던 김 추기경의 발언부터 상기시키며, 민족화해위원회가 발족된 것도 김 추기경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20년 전 그때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였던 김 추기경께서 ‘분단 50년이라니 뭐냐’고 했다. 민족이 두동강 난 지 50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인 현실을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추기경님을 보좌하는 사회 담당 주교로서 그 소망을 뭔가 실천에 옮겨보자고 시작한 게 민족화해 미사였다.”

98년 5월 한국 주교로는 처음으로 사목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한 최창무 주교.
그는 ‘현실이 변하려면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김 추기경의 뜻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키기 위해 통일이라는 말 대신 ‘화해와 평화’를 쓰고, 극좌와 극우를 배제하고 중도 좌우를 포용하는 등 조심스럽게 시작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먼저 기도운동부터 하기로 했다.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하자니, 북한도 그러자고 했다. 그래서 평양 장충성당과 명동성당에서 동시에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올려졌다. 이어 기도로만 그치지 말고 실제적인 나눔을 실천했다. 그때 마침 북한이 홍수 피해로 기아자가 많아 모금운동을 하며, 중국을 통해 밀가루와 쌀을 보냈다. 또 60학점짜리 민족화해학교를 열었다. 전문강사는 극우와 극좌는 배제하고, 중도 좌우를 아울러 초청했다. 그 강사들의 강의를 책으로 엮어 공부를 했다.”

최 대주교는 그렇게 시작해 한회 한회 쌓인 기도가 무려 천번에 이르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감격스러워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모든 기도가 무위로 돌아간 듯 남북 대결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그는 결과에 절망하지 않는다.

“결과보다는 기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우리가 대가를 바라고 기도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의 기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는 “통일을 하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이야기하지만, 분단으로 인해 소모되는 분단 비용이 얼마나 크냐”고 물었다.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남북 분단만이 아니다. 동서갈등, 남남갈등 등도 포함된다. 그는 “남남이든 남북이든 하나가 되지 못한 원인을 상대에게만 돌리고, 네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통일과 하나됨의 구호를 외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이젠 너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변하기 위해 기도와 실천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민족화해위원회는 1천번째 미사를 계기로 남한의 신자 1명이 북한의 54개 천주교 성당 중 한 곳에 영적으로 속하도록 하는 기도운동인 ‘영적 신자 운동’을 시작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가톨릭신문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