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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19 18:53 수정 : 2015.01.20 19:22

김효철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 대표

[짬] 제주 생태지킴이 곶자왈사람들 김효철 대표

‘돌밭 위에 뿌리내린 숲, 자연림과 가시덤불 숲 때문에 농경지로는 쓸 수 없었던 땅. 곶자왈지대는 그러나 버려진 땅이 아니다.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생명의 텃밭이자, 제주의 허파다. 제주 생태계의 최후의 버팀목이다. 우리나라가,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원이다.’

2005년 1월8일 제주의 곶자왈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모여 만들어진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의 창립선언문이다. 곶자왈사람들이 창립한 지 10년을 맞았다. 과거 버려진 땅으로 인식되던 곶자왈은 이제 생태 보존지역으로 손꼽힌다.

50여명의 회원으로 출범한 곶자왈사람들은 그사이 500여명의 회원을 지닌 환경단체로 성장했다. 지자체나 기업의 후원을 거부하고 오로지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는 이 단체의 창립과 성장에는 김효철(49·사진) 대표의 열정이 있었다.

2003년 지역신문 기자 시절 탐사
‘제주의 허파·최후의 버팀목’ 선언
2005년 1월 출범…회원 500명 성장

중산간 개발바람 맞서 ‘가치’ 역설
해설사 배출·생태학교 운영 등 성과
성금 모아 ‘곶자왈 트러스트’도 시작

곶자왈사람들이 창립될 때만 해도 ‘곶자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종종 나오곤 했다. <제주어사전>에는 곶자왈을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주도의 동·서부와 북부 지역에 형성된 곶자왈지대는 제주도 전체 면적(1848.44㎢)의 5%(92.56㎢)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57%는 사유지다. 곶자왈은 토양의 발달이 빈약하고 크고 작은 돌투성들이 두껍게 쌓여 있어 많은 비가 와도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는 지하수 함양지대여서 제주섬의 ‘허파’로 불린다. 또 곶자왈에는 제주산 양치식물인 제주고사리삼, 한국미기록종인 창일엽과 제주암고사리,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식물인 개가시나무 등이 서식해 식물 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곶자왈의 가치에 주목한 것은 지역 일간지 취재기자로 활동하던 때였다. “2003년 초부터 1년 넘게 기자와 지질·식생분야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곶자왈 대탐사’ 기획을 통해 곶자왈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진전시회와 책 발간, 토론회 등 나름대로 후속작업을 했지만 보도만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단체 결성을 제안했고, 1년여의 작업 끝에 2005년 1월 결성하게 됐다”

그즈음 제주도 내 중산간 지역은 개발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였다. 우후죽순처럼 골프장 건설이 곳곳에 이뤄졌고, 각종 대규모 위락지구 건설 등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개발 움직임에 대한 경각심도 단체 결성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지금은 곶자왈에 대한 인식 자체가 높아졌다. 지자체에서도 곶자왈 보존정책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곶자왈 지역에 개발 신청을 했다가 행정기관이 불허한 사례도 있다.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해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개발을 최소화하는 데도 기여했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창립 때보다 곶자왈이 많이 훼손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곶자왈은 자연과 인간의 분리가 아니라 공존의 모델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김 대표는 “곶자왈에서는 화산이 분출했던 흔적들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제주도의 기원을 만날 수 있고, 주민들이 농경생활을 영위했던 흔적도 찾을 수 있다”고 가치를 부여했다. 그는 또 “열대식물이 살 수 있는 북쪽 한계지점이자 한대식물이 자라는 남쪽 한계지점이 공존해 그만큼 다양한 식물상을 보이는 특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곶자왈사람들에는 제주도민 만이 아니라 뭍사람 회원도 30%에 이른다. 아들은 매달 한차례씩 진행하는 정기답사를 통해 곶자왈의 지질과 식물생태 등을 꾸준히 조사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곶자왈 해설사 양성교육을 통해 100여명이 넘는 해설가를 배출했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한 생태학교도 꾸준히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는 자연환경국민신탁과 연대해 곶자왈 보존운동 차원에서 회원과 도민들을 상대로 3400여만원을 모금해 서귀포시 안덕면 지역의 곶자왈 3300㎡를 사들이기도 했다.

“곶자왈은 여전히 아픕니다. 제주 땅을 파헤치는 개발 바람은 여전하고, 인간의 탐욕은 더 커져갑니다. 곶자왈도 개발 광풍에 휩싸인 채 하나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100년 후에도 제모습 그대로인 곶자왈이기를 꿈꿉니다.“ 김 대표의 꿈은 소박하지만 야무지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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