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광주 ‘나눔의 집’ 첫 방문한 베트남전 학살 피해자들
평화박물관 초청으로 첫 한국 방문
4일 할머니들 만나 ‘전쟁 피해’ 공감
7일 ‘이재갑 사진전’ 등 참석 예정 “일본 정부도 한국도 사죄하지 않아”
“한국 ‘베트남 학살’ 사죄부터 먼저 이들은 나눔의 집에 도착해 숨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는 비석에 헌화했다. 배춘희, 박두리, 문필기 등 할머니들의 비석 하나하나를 돌며 합장한 뒤 허리를 숙인 이들은, 베트남 글자로 ‘평화의 갈망’이라 쓰인 전쟁증적박물관의 상징 그림을 꽃과 함께 바쳤다. 마중 나온 평화박물관 공동대표 이옥선(88)씨를 비롯해 모두 7명의 나눔의 집 할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응우옌떤런은 1966년 2~3월 모두 1004명이 죽은 빈딘성 따이빈사(옛 빈안사) 학살의 생존자다. 그때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은 그는 고아로 자랐다. 이들의 통역을 맡은 구수정(49) 베트남 평화활동가는 “성장한 뒤 마을의 지도자인 주석과 서기장을 지낸 떤런은 평소 ‘마을이 고아가 된 나를 키웠다’고 한다”고 했다. 응우옌티탄은 1968년 2월12일 주민 74명이 희생된 퐁니·퐁넛마을 학살에서 어머니와 남동생·언니·이모·조카 등 5명의 가족을 잃었다. 그때 8살이었던 티탄은 폭격으로 한쪽 엉덩이가 날아가 걸을 수 없게 된 오빠가 “엄마를 찾아와야 한다”고 해 하루 종일 걸었던 기억뿐, 자신의 창자가 배 밖으로 비어져 나와 있던 것도 뒤늦게 알았다. 그는 “전쟁이 내 모든 삶을 빼앗아갔다. 살아서 할머니들을 볼 날이 있을 줄 몰랐다”며 울먹였고, 사연을 듣던 한 할머니는 “난리가 무서운 것”이라며 혀를 찼다. 후인응옥번 관장은 “1998년부터 나눔의 집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들의 사연을) 영화에서도, 그림으로도 봤다. 우리도 전쟁을 겪어 할머니들의 고통을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도 사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이 지금처럼 계속 전쟁이 없어지는 날까지 싸워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5) 할머니는 “먼 데서 찾아와줘서 고맙다. 다른 나라에도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있는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굳게 마음먹고 살자. 우린 아직도 전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을 초청한 한홍구 평화박물관 상임이사는 “일본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와 사회가 베트남에서 있었던 불행한 일들, 학살에 대해 하루빨리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돌아가며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등 2시간가량 어울렸다. 응우옌떤런은 나눔의 집 방명록에 “올해가 한국 광복 70돌로 알고 있다. 한국이 베트남에 군인을 파병한 50돌이기도 하다. 내 희망은 한국과 베트남이 평화를 향해 진보하는 것이다. 그 길로 가기 위해 두 나라 모두 역사를 보는 정확한 눈을 가져야 한다”고 적었다. 이들은 일주일간 국회를 비롯해 서울·부산·대구에서 열리는 여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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