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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08 19:52 수정 : 2015.04.08 21:24

지난 2월27일 시 ‘나 하나 꽃 피어’를 성악곡으로 만든 10살 반딧불군이 시디를 들고 찾아간 경주 자택에서 원작자인 66살 조동화 시인과 함께했다. 사진 계축문화사 제공

[짬] 작곡집 ‘나 하나 꽃 피어’ 펴낸 반딧불 군

2012년 7살 때 역대 최연소로 한자 1급 시험에 합격한 신동이 있었다. 그 주인공인 반딧불(10·전주 만수초4)군이 3년 만에 개인 작곡집을 발간해 또다시 화제를 낳고 있다. 그의 독특한 이름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됐으면 한다”는 부모의 소망에 따라 지어졌다. 친구들에게 ‘곤충’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다. 반군은 4살 때부터 작곡 습작을 하고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작품을 썼다. 만으로 9살5개월인 그는 최근 <10세 소년 반딧불 작곡집, 나 하나 꽃 피어>(계축문화사)를 펴냈다. 3부로 나뉜 작곡집에는 작곡 일기 8편, 성악곡 8편, 기악곡 8편이 담겨 있다. 모두 자작곡이다.

“제가 만든 ‘나 하나 꽃 피어’가 국민 애창곡을 넘어 유엔본부에서도 연주돼 세계인의 노래로 지구촌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작곡집의 표제곡인 ‘나 하나 꽃 피어’는 조동화(66·오른쪽)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20년 전에 발표된 이 시는 많은 지도자들이 공식석상에서 낭독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독특한 운율 탓에 전문 작곡가들도 쉽사리 노래를 짓지 못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음악 전공한 적 없는 10살 소년 작곡가
4살때부터 습작한 성악·기악 16곡 발표
원로 조동화 시 ‘나 하나 꽃 피어’ 화제

7살때 최연소 한자1급 합격한 ‘신동’
특별한 영재교육 없이 자기주도학습
“작곡 취미로 꾸준히…세상을 아름답게”

전북 전주의 10살 소년과 경북 경주의 60대 원로 시인, 동서로 떨어진 지역만큼이나 멀었던 두 사람의 인연은 1년 전 우연히 이뤄졌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의 한 식당에서 벽에 걸린 시를 보자마자 감동한 소년은 곧바로 곡을 지었다. 이어 시인 할아버지에게 곡과 함께 허락을 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시인은 흔쾌히 허락을 했고 소년 작곡가를 초대했다. 경주로 달려간 소년을 맞은 시인은 자택에서 시청회를 열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거실은 긴장감에 휩싸였고 2분30초가 지난 뒤 환호의 박수가 터졌다. 반군은 “시인의 시상과 작곡가의 악상이 만나면 좋은 노래가 나와요. 작곡을 평생 취미 삼아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책에는 곡마다 창작 배경과 과정을 상세히 밝힌 작곡 일기가 사진과 함께 꼼꼼히 실려 있다.

작곡집에 수록된 성악곡 중에는 아버지가 쓴 시에 곡을 붙인 ‘반딧불 불꽃놀이’와 어머니가 쓴 시로 지은 ‘봄이 오는 길’도 들어 있다. 특히 ‘반딧불 불꽃놀이’는 작곡을 시도한 지 4번 만에 완성했다. 그동안 세 차례나 짓다 포기했던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 국제불꽃축제를 보면서 악상이 꽂혔다. 구경하는 순간 머릿속에 둥실둥실 음표들이 떠다녀 돗자리 위에 오선지를 놓고 아버지가 비춰준 휴대전화 불빛에 악보를 그려가면서 끝내 완성했다. 번뜩이는 영감으로 작곡에 빠져들었던 신동은 어느새 창작의 고통도 이겨내고 있었다. 그 2개월 뒤인 지난해 연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던 그는 새로운 악상이 떠올라 중간 쉬는 시간에 악보를 그렸다. ‘반딧불 불꽃놀이’ 두번째 버전이 탄생한 것이다.

기악곡으로는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에서 영감을 얻은 ‘소년의 기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명상곡’, ‘피아노 모음곡’ 등을 실었다.

대학교수인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예술 전공은 아닌 까닭에 반군의 재능은 더욱 이채롭다. 2013년에는 서울필하모닉 주최 ‘전국학생음악콩쿠르’ 작곡 부문 초등부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내친김에 지난해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에서 작곡을 배운 반군은 지난달 전문 작곡가들의 경연인 <한국방송>(KBS)의 ‘창작동요대회’에 2곡을 출품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모차르트 같은 ‘거장의 탄생’을 예감하기도 하지만 반군은 “작곡은 그저 취미일 뿐으로 특별히 꿈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기회가 되면 자작곡으로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 작곡집에 들어 있는 작품들로 반딧불 음악회를 하고 싶어요. 책에 시디(CD)로 첨부한 5곡 외에 비용 문제로 함께 녹음하지 못한 나머지 11곡도 모두 음원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그동안 학원 수강이나 과외를 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자기주도학습을 해온 반군은 지난해 4개 전국학력경시대회에 참가해 대상에서 동상까지 전 과목에 걸쳐 수상하는 등 다방면에 고루 재능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한자 1급 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된 이래로 숱한 질문을 받아온 듯, 반군의 부모 역시 “특별한 영재 교육 비법이나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신분이나 이름 소개도 한사코 사양한 부모는 앞으로 반군의 성장 과정과 학습 방법 등을 차곡차곡 기록해 책을 펴낼 것이라고만 밝혔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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