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씨.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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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부산에 ‘이우환 공간’ 연 이우환 작가
부산시 제안에 직접 설계해 10일 개관
“소년시절 보낸 고향에 생겨 자부심” 초창기 전복적 작품부터 명상적 연출
“별로 볼 게 없다며 의문 느끼는 공간”
관객들 마음 반영해 계속 바꿔갈 예정 이우환 공간은 부산시의 ‘간청’을 작가가 받아들여 2014년 3월 착공했다. 사업비 47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400㎡ 규모로 지어진 정사각형 모양의 작품 전용 전시관이다. 반듯한 전면 유리로 외벽을 마감한 설계부터 전시물 배치, 집기, 조명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작가가 일일이 직접 작업했다. 이씨는 “1950년대 소년 시절을 보낸 고향과도 같은 부산에서 이런 건축물이 생겼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1·2층 전시실을 취재진과 함께 돌며 자신의 작품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전시장은 1층은 조각과 설치작업이고 2층은 70년대 이후 최근까지 그가 그려온 점, 선 회화들로 채워져 있다. 작품 20여점이 놓인 전시실은 크지 않고 작품들도 많지 않지만, 공간의 깊이감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특징이었다. ‘예술은 시이며, 비평이며, 초월적인 것이다’란 문구가 쓰인 들머리 공간을 지나 들어온 전시실에서 그가 가장 먼저 안내한 작품은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거대한 화폭과 깨진 유리 위에 올라가 있는 돌 한 덩어리였다. 1969년 일본의 모노파 전위미술 운동을 주도하던 시기 그의 초창기 작품을 재현한 것들이다. “기존의 가치와 미술에 대한 부정의 정신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예술이란 당대의 지배적인 관념과 가치에는 합당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정신을 담은 것이 이 미술관이기도 하고,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전시실에 초창기의 이런 전복적인 작품을 놓은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이어 돌과 철판벽이 서로 마주 보듯 놓인 대화 연작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고학적인 발굴 현장처럼 점을 찍은 화폭을 흙바닥에 놓거나, 은은한 에밀레종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거대한 점의 벽화를 명상하듯 볼 수 있는 여명 같은 공간들이 취재진의 탄성을 자아냈다. 작가는 “일반인들이 ‘별로 볼 게 없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작품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화폭과 조각 너머 보이는 것 너머의 울림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을 돌면서 지금까지 유일한 그의 작품 전시공간으로 알려진 일본 나오시마 이우환 미술관과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씨는 “나오시마 미술관은 친구 안도 다다오 건축가가 설계해 건축의 비중이 크지만, 내가 설계한 이곳은 공간과 전시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건축 작품의 양면을 다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반영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이래 줄곧 외톨이로, 떠돌이로 지내며 살았어요. 예술가로서 혼자 고투하며 작업하면서 시선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보게 됐지요. 떠돌이로 살았지만, 고향을 잊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 공간 속에서 내가 태어난 원점의 공간을 되새기고 더욱 멀리 떠나기 위한 기점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런 과정 자체를 더욱 많은 일반 관객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우환 공간이 “100%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관객과 저의 손때를 좀 더 타면 세계적으로도 부족함 없는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을 때도 수시로 여기에 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들르면서 이곳의 기운과 관객들의 마음을 받아들여 새로운 미술공간을 꾸준히 만들어나가고자 한다”고 말을 맺었다. 부산/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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