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동 바람의 대표이자 목사인 김재욱 총감독. 사진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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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문화행동 바람 대표 김재욱 목사
우연히 옛 음반 듣고 “감동의 눈물”
95년 창천교회 문화쉼터 첫 초대 인연 고분자공학 전공…대학방송국 피디
‘노찾사’ 공연디렉터로 문화기획 시작
“동시대 약자들 위로하는 게 문화사역” 그와 ‘무하형’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그는 서울 서대문 창천교회에서 시작한 문화쉼터의 책임 피디를 맡았다.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교회 본당을 개방해 다양한 대중문화 공연을 제공하는, 교계에서 전례없는 문화사역의 하나였다. 그때 첫번째 공연의 초대손님이 바로 포크가수 이무하였다. “형이 마침 그때 시시엠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중이었어요. 한때 알코올중독이라 할 만큼 삶에 대한 회의와 방황을 겪은 형은 불자인 어머니의 권유로 출가할 결심을 하고 작별 인사를 하고자 만났던 한 친구의 영향으로 기독교에 귀의한 ‘극적인 회심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해요.” 이무하씨는 ‘포크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조동진·조동익 형제가 90년대 이끌었던 음반 레이블이자 공동체였던 ‘하나음악’ 소속이었다. 88년 정태춘앤박은옥 6집 <무진 새 노래>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2011년 장필순 한동준 오소영 등 하나음악 출신들이 다시 뭉친 ‘푸른곰팡이’ 이름으로 올해 발표한 옴니버스 음반 <강의 노래>에 그도 ‘돛’으로 참여했다. 그는 지금껏 시시엠 2개를 포함해 모두 4개의 정규 음반을 내긴 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료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일 만큼 상업적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특유의 음악 색깔을 고수해왔다. 사실 창천교회 신도도 아니었던 김 감독은 10년 동안 문화쉼터를 진행했다. 김광석, 노래를찾는사람들, 윤도현, 이소라, 시인과 촌장… 쟁쟁한 당대의 대중음악인들이 신성한 교회 본당에서 비기독교 노래를 자유롭게 불렀고 젊은 관객들은 환호의 괴성을 질렀다. 그런 과정에서 ‘대중문화와 기독교의 역할’을 고민하던 그는 감리교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2007년 목사까지 됐다. 매주 일요일 집 근처 합정동 일대 카페를 빌려 예배를 하는 이른바 ‘이동식 카페 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하다. “우리 교회 신도 8명이 모은 헌금이 무하지경 콘서트의 종잣돈이랍니다.” ‘인하공대 고분자공학과 85학번’인 그가 전공과 거리가 먼 대중문화 기획자가 된 계기도 독특하다. 제대 뒤 복한한 그는 89년 노찾사의 공연 연출을 맡은 대학방송국(IBS) 선배를 돕다가 아예 노찾사 공연디렉터를 맡게 됐다. “딴따라 수렁에 빠져” 93년 자퇴를 했던 대학은 뒤늦게 재입학해 99년에야 졸업했다. “문화쉼터를 떠난 건 교회 울타리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었고, 세상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 싶어서였어요. 어쩌면 예수의 말씀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교회 울타리 밖에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뜻 맞는 후배들과 꾸린 문화행동 바람은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이 모인 집회나 공간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장애인, 미혼모, 성소수자가 싸우는 현장에서 무대를 펼쳤고, ‘인권재단 사람’을 후원하는 ‘인권 숲 콘서트’, ‘제주 강정, 비무장 평화의 섬 평화의 바다 선포’ 기념 공연, 세월호 희생자 추모 행사도 연출했다. 목회자이자 문화기획자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공감하고 그를 문화로 표현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그는 믿는다. “이처럼 천박하고 잔인한 세월을 살아가는 꿈을 잃어버린 세대, 꿈은커녕 살아남기에도 힘겨운, 안녕하지 못한 청춘들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무하형이 ‘강의 노래’ 발매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가 곧 그가 이번 콘서트만이 아니라 계속 대중들과 만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상 그를 포함 4명(홍현구·박미리·유안나)의 재능기부 기획사라 할 수 있는 문화행동 바람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연 기금을 모으고, 예매 방법을 다양화해 공연 문턱을 최대한 낮췄다. 오래된 시시엠 테이프나 엘피(LP)판을 가져오면 50%, 시디는 30%를 할인해 준다. 인터파크 예매 창에서 ‘후원자 할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 공연은 2·3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엘림홀(동숭교회)에서 열린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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