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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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고교 자퇴하고 1인시위 나선 김다운 양
고민·생각 담아 대자보로 붙여
학생들과 소통 위해 1인 시위 자퇴 뒤 시험공부는 않지만
스스로 나를 찾는 공부는 계속
“부모님도 믿고 기다려주시길” 김양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해 6월부터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1등급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만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김양은 자신을 소개했다. 김양은 학교 안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지난해 말부터 부모와 담임 교사를 설득해 지난 4월 자퇴했다.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오로지 공부기계가 되기를 강요하는 학교에 더이상 있을 수 없었어요. 너무 괴로워 나중엔 학교에 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자퇴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 수 없어서 선택한 것이에요.” 김양은 자퇴하기 전 한달가량 고민하고 생각을 다듬어서 대자보를 썼다. 자퇴하는 날 학교 벽에 붙이고 나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양은 대자보를 학교 벽에 붙이는 대신 5월부터 들고 다니며 진주 곳곳을 누볐다. 김양은 “학교 벽에 대자보를 붙이려니 솔직히 겁도 났고, 붙이자마자 학교에서 떼버리면 내 생각을 친구들에게 알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인시위를 하기로 마음을 바꿨죠”라고 말했다. 김양은 대자보에서 “1등만을 강요하며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책임을 묻는다.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의 사고를 굳히면서 창의적 인재를 운운하는 학교와 국가의 모순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양은 “내가 이런다고 학교가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 이것은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5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com/down1998)을 개설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자신의 고민이 단지 고등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지난 6일엔 경상대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했고, 지난 10~12일 저녁엔 1인시위를 마무리하며 진주 도심지인 ‘차 없는 거리’에도 나섰다. 청소년 인권운동 단체인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에도 가입해 무상급식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1인시위를 끝낸 이후엔 입시경쟁, 학생 인권침해 등을 다룬 동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공유할지 고민하고 있다. 김양은 “1인시위를 하고 페이스북에 내 생각도 써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어요. 여러분들이 저의 생각에 공감하며 힘내라고 격려해주셔요. 하지만 ‘대안학교로 전학갈 수도 있었을 텐데 자퇴는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냐’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안 된다’는 분도 있어요.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소신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김양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퇴를 한 뒤 무엇을 할 것인지 자퇴하기 전에 계획서를 썼어요. 하지만 학교 밖 생활을 전혀 모르는 제가 어떻게 제대로 된 계획서를 쓸 수 있었겠어요. 부모님은 ‘검정고시를 쳐서 대학에 가라’고 하셔요. 예전에 나는 영화감독 등 영화 제작 쪽 일을 하고 싶었어요. 내 꿈을 이루는 데 대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생각을 바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으라는 말에 따르고 싶지 않아요. 지금을 위해 살고,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살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덧붙였다. “부모님이 나를 믿고 좀더 기다려주시면 좋겠어요. 나에게 계획이 없다는 것 때문에 많이 불안해하시는데,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믿어주시면 좋겠어요.” 김양은 “자퇴를 한 이후 시험 준비를 하지 않을 뿐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교나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나를 찾아가는 의미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의 판단과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남이 아닌 나에게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이 다녔던 진주여고 관계자는 “다운이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을 뿐,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 시스템이 다운이를 끝까지 보듬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소신을 갖고 그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오히려 제대로 교육받은 결과 아니겠는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진주/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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