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기반 인문동아리 ‘자유인문캠프’(자캠) 소속 이재정·이대엽·김누리(오른쪽부터) 학생이 28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정문 앞 호프집 지하에서 대학구조조정을 비판하는 연극 <이것이 대학이다>에서 소개할 ‘대학 생활 체조’를 연습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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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중앙대 인문동아리 자유인문캠프
연극 ‘입시특강-이것이 대학이다’
서울변방연극제에서 내일까지 공연 입학하자마자 전공 사라진 사례 등
실제 중앙대 구조조정 진통 ‘고백’
“대학 본질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이재정(21·정치국제학)씨가 입학한 2013년, 중앙대는 대규모 학과 통폐합으로 몸살을 앓았다. 학내 갈등과 재단 비리가 줄을 이었다. “지역에선 서울로 대학에 간다는 것만으로 가족, 친지들의 기대가 컸는데 곧 실망으로 바뀌었죠. 언론에 등장하는 중앙대는 늘 부끄러운 모습이었으니까요.” 재정씨의 말에, 이대엽(20·신문방송학)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시설명회에서 학교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내용은 모두 숨기잖아요. 취업률이니, 장학금이 얼마니 하는 것들은 입학하고 보니 모두 허황된 것이었죠.” 출연배우 중 한 명인 김누리(20·영어영문학)씨는 이미 모교의 입시특강에 가서 찬물을 끼얹은 경험이 있다. ‘중앙대에 합격한 선배’에 대한 선망으로 가득찬 새내기 후배들에게 누리씨는 말했다. “대학에 입학했다가 하루아침에 너의 전공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너는 전해듣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꼭 따져보고 대학에 가라고 했지요. 아이들이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누리씨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러므로 연극 ‘이것이 대학이다’는 배우들의 ‘자전적인 고백’이나 다름없다. 즉흥성이 넘친다. 재정씨는 “2013년 구조조정 투쟁을 진행하면서 싸웠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그동안 쌓인 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대엽씨는 “어떤 의미에선 대학이 고등학교보다 감옥 같은 곳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전 세상을 바꾸겠다는 ‘뜻’을 시험해보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미 대학에서 ‘노력해도 안 바뀐다’는 현실을 깨달았죠. 그런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기억이 될지…. 이 공연으로 지친 우리들의 학내 개혁 운동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원래 문과대 옥상에서 하려던 공연 무대는 학교 정문 앞 낡고 어두컴컴한 호프집 지하로 옮겨졌다. 대학본부가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연을 이틀 앞둔 지난 26일 저녁 4시간에 걸쳐 무대를 설치했지만 리허설을 앞두고 쫓겨났다. 옥상인 데다 외부인이 참석하는 행사여서 안전 문제를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학교쪽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자치공간에서의 행사를 학생들이 통제할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게 답답해요.” 누리씨가 말했다. 이들이 눅눅한 지하 무대에서 리허설로 구슬땀을 흘리던 28일 중앙대에선 1500여명의 고교생이 참석하는 입학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재정씨는 이렇게 당부했다. “우리 사회가 대학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대학은 어때야 하고, 대학의 문화는 어때야 하는지요. 연극에서 사회자가 대학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우리가 곧바로 답을 하지는 않아요. ‘침묵’으로 여백의 시간을 주는 거예요. 관객들이 대학의 본질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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