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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04 18:52 수정 : 2015.08.04 18:52

일본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 후쿠야마 신고

[짬] 일본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 후쿠야마 신고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안보법제 개정 과정엔 미국과 일본의 서로 다른 의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파악하지 않으면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일본 진보진영은 아베 신조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제 제·개정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일본의 최대 인권단체인 ‘포럼 평화·인권·환경’(평화포럼)의 후쿠야마 신고(72·사진) 공동대표가 강조한 것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를 바라보는 미·일 양국의 ‘동상이몽’이었다.

후쿠야마 대표는 13~14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에 참석해 ‘일본 안보법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모임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이홍구 전 총리 등이 참석한다.

후쿠야마 대표는 우선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법제 제·개정안을 헌법 9조의 역사 속에서 설명했다. 그는 “헌법 9조는 ‘일본이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헌법 9조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의해 사실상 공동화(空洞化·껍데기)되어 왔다. 그렇지만 일본의 역대 정권은 ‘자위대가 국외에서 무력 행사를 하거나 위협을 하는 것’만은 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선은 지켜왔다. 아베 정권은 지금 이 마지막 안전판마저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정권은 자위대가 국외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려고 하기 때문에 우린 이 법을 ‘전쟁 법안’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일본 진보 대표하는 최대 인권단체
13~14일 서울서 ‘동아시아평화회의’
‘일본 안보법제와 한반도 평화’ 발표

“자위대 국외 무력 허용은 전쟁법안”
미국은 ‘중동전쟁 부담 분배’ 전략
‘일본 군사대국화 속셈’ 갈등의 싹

후쿠야마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미-일간 미묘한 균형을 파악하지 못하면 현재 상황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미국의 군사전략의 영향 아래 있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전쟁을 벌여 6000여명이 숨지고 5만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은 그런 부담의 일부를 일본 자위대에 넘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실제로 지난 4월말 미국 의회 연설을 통해 이 법안을 올여름까지 통과시키겠다며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후쿠야마 대표는 “미국의 뜻을 받아들여 중동에서 동아시아까지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자위대도 함께하겠다고 공약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아베 정권은 미국의 이런 요구를 이용해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다시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그는 간파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미-일 사이에 잠재적인 갈등의 싹이 자라고 있는 셈이다. “아베 정권이 미국이나 한·중을 상대로 일본이 군사대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후쿠야마 대표가 한반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0~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부터 한국의 정치범 지원 운동과 남북한의 피폭자를 지원하는 운동을 이어왔다. 그는 “일본의 피폭자원호법은 다른 법률과 달리 국적에 따라 피해자를 차별하는 국적 조항이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 피폭을 당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한국이든 북한이든 국적과 관계없이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뒤 귀국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북한을 10번 정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후쿠야마 대표는 2013년 5월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참석하려다 입국을 금지당한 적도 있다. 그는 “재일 한국인·조선인을 지원하려면 민단이나 총련 등과 연대하는 게 당연하다. 북한을 자주 방문했다는 이유로, 국정원이 나를 한국에 바람직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낙인을 찍은 것 같다. 그래서 한국대사관 쪽에 정식으로 항의하려 했지만 우익단체에 이용당할까봐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것은 동아시아의 평화다. 그는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에도 중국은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다. 중국과 갈등이 계속되면 일본의 성장과 발전이 붕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중국에도 (동·남중국해 등에서 진행하는) 위험한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의 수뇌부 모두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웃나라의 위협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머잖아 공포될 아베 담화에 대해선 “일본은 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했다. 그 위에 지금의 중국과 한국이 있어 성장해 왔다. 이런 기본 인식이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치의 미래에 대해선 낙관적인 예측을 경계했다. 현재 20대 청년들, 유모차를 앞세운 엄마부대, 10대 청소년들까지 안보법제에 반대해 거리로 나섰지만 아직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아직은 아베 정권이 조금 흔들리는 정도다. 중의원에선 연립여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갖고 있고 참의원에서도 과반수를 갖고 있다. 결심하면 법안 통과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나 우리 같은 반대세력, 그리고 일본 시민사회가 어느 정도 (아베 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가에 따라 최종적인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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