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큐레이터 장규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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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베를린 팔라스트 갤러리 큐레이터 장규리 씨
지난해 앙굴렘 만화축제 작품 가져와
베를린 평화페스티벌 때 전시 ‘반향’ 올해 광복 70돌 기념 달빛프로젝트로
‘피지 못하는 꽃, 아다바나’ 특별전시
독일 이어 체코 프라하 등 순회 예정 장씨는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미술경영 및 미술사를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사회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2013년 독일코리아협의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2014년 앙굴렘 위안부 피해자 만화전의 베를린 전시를 기획했다. 지난 6월 ‘퍼블릭에어 2015 거점공간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현대예술 세미나에 초청받아 베를린이 2차 대전의 폐허를 딛고 유럽 예술의 메트로폴리탄으로 거듭난 과정을 소개하는 등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베를린 팔라스트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달빛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원래 위안부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던 그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된 건 언젠가 한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다. “카메라가 할머니의 늙은 몸을 자세히 오랫동안 보여줬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처음엔 내가 아직 저 할머니만큼 늙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지만, 나는 좋은 시대에 태어나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내가 잘 살고 있는가, 진정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달빛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못 내지만 햇빛을 반사해서 지구에 고운 빛을 보내요. 내가 달이라면 작가들은 해예요. 그 해의 빛을 받아 달빛으로 비춰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달빛프로젝트로 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예술이란 미디어를 활용해 좀 더 가볍게, 때론 유희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습니다.” 첫번째 달빛프로젝트로 지난해 8월 베를린 평화페스티벌에서는 앞서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에 전시됐던 위안부 관련 작품들을 옮겨와 광장 전시회를 열었다. 장씨는 “만화라는 매체가 워낙 임팩트가 강렬해서 공감을 잘 일으키는 것 같다. 지난해 평화페스티벌 때 전시를 보고 한 관객은 저에게 다가와 자신이 어릴 때 성폭력을 당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한 번도 말을 못 꺼내고 살았다며, 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남에게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맙다고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회 ‘피지 못하는 꽃, 아다바나’는 두번째 달빛프로젝트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지금까지 전쟁 폭력으로 유린당해온 여성 인권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장르도 회화·설치미술·사진까지 아울렀다. 러시아·폴란드·독일·일본 작가들이 모두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회에 작품으로 참여한 고경일(47·왼쪽) 상명대 애니메이션 교수는 “위안부 피해는 일본과 한국 문제만은 아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 군대가 저질렀던 만행도 위안부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 인권 유린은 인류 보편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를 방문한 독일인 우테 바이스레더(56)는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양한 미학적 도구로 표현한 작품들 접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장씨는 “이번까지 두 차례 달빛 프로젝트에서는 서양에서 달로 비유되는 여성의 문제를 주로 다뤘지만 세번째부터는 주제가 더 확장될 거예요. 내년 프로젝트로는 에티오피아와 관련된 것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다바나’ 베를린 전시회는 한국에서 날아온 환경예술인모임 그루의 개막 공연으로 시작됐다. 그루는 종전 70돌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해 세계의 인권 피해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보따리’ 프로젝트를 순회공연 중이다. ‘보따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억을 보따리에 죄다 싸서 묶어 공연으로 푼다는 의미다. ‘아다바나’와 ‘보따리’는 지난 16일 독일 보훔에 이어, 오는 21일엔 체코 프라하에서도 순회 전시와 공연을 할 예정이다. 베를린/글·사진 한주연 통신원 jhanbielefe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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