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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4 19:04 수정 : 2015.08.25 08:36

시흥 장곡중 수석교사 박현숙 씨

[짬] 시흥 장곡중 수석교사 박현숙 씨

한 중학교 교사가 쓴 3년간의 수업혁신 이야기 <교사는 수업으로 성장한다>가 1만권 판매를 앞두고 있다. 2012년 12월 발간된 뒤 9200여권의 판매를 기록했으니, 매년 3천여권 정도씩 팔린 셈이다. 인문학 서적은 500여권만 팔려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국내 출판 현실에서 중학교 교사의 수업혁신 이야기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눈길을 끈다.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공교육은 갈수록 황폐해지는 현실에서 이 책을 쓴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박현숙(48)씨는 “정말 학교는 필요없는 곳인가”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행복한 학교’에 대한 그의 실천적 이야기는 전국의 교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학교의 수업 현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한 해 150여개 학교를 돌면서 ‘학교 혁신의 전도사’ 구실을 하고 있다.

혁신학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장곡중을 떠올린다. 전국에서 해마다 2천여명의 교사들이 찾아와 배우는 이 학교는, 교사들이 수업혁신을 통해 학교를 ‘배움의 공동체’로 다시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박 교사는 이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교직 경력 20여년째인 그는 수석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0년 3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장곡중이 혁신학교로 지정되었을 때 박 그는 “수업을 혁신하고 학교를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시작은 ‘교실 붕괴’였다.

그는 수업시간에 몸만 교실에 있고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학생들이 전체 반 학생의 3분의 2가 되는, ‘아이들이 수업에서 빠져나가는 현실’에 주목했다. “교사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그냥 하던 대로 수업을 했고 학생 3분의 1만 참여하는 불편한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거였죠”

‘교사는 수업으로 성장한다’ 출간
3년만에 1만권 판매 ‘베스트셀러’
해마다 150개 학교 돌며 ‘강의’

“교실 떠나는 아이들 어찌 잡을까”
‘교사에서 학생으로’ 패러다임 바꿔
일본 ‘배움의 공동체’ 한국적 적용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교실 붕괴의 원인은 아이들 탓이었지, 교사 탓으로 돌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교사들의 수업은 성역이었다. 학생이 바뀌어야 하고, 학생이 착해져야 한다며 모든 책임은 학생에게 돌렸다. 그는 “교실의 혁신은 아이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교사의 교권은 권리이고 학생의 학습권은 의무로 해석됐다. 그런데 교권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고, 학습권은 의무보다는 권리다. 교권은 잘 가르쳐야 하는 의무였고, 수업에서 아이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할 의무도 있다. 또 학습권은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의무보다는, 돌봄을 받으면서 수업을 받을 권리이기도 했다.”

이는 교실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었고, 일방적으로 배움을 주는 강의 중심의 수업은 서로 협력하고 의존하는 수업으로 바꾸었다. 교실에서 주는 쪽의 권위와 권력보다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중요시되었다. 교사와 학생이 상호 성장하는 교육으로 변했다.

수업혁명은 ‘배움의 공동체 운동’을 창안한 사토 마나부(65)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의 ‘경청’과 ‘되돌리기’ 그리고 ‘연결짓기’에서 기본틀을 가져왔으나, 그는 여기에 한국적 해석과 실천을 담았다.

그는 수업혁신의 3요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 교실에서 전체적으로 통찰할 것(경청)과 교실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다른 방식으로 수업이 가능한지를 찾고(되돌리기), 오늘의 수업이 아이의 지금과 미래의 삶에서 어떤 도움이 될지 수업의 기획 단계부터 연결시키는 것(연결짓기)이다.”

박 교사는 이러한 수업혁신과 혁신학교는 대한민국의 학교 시스템과 제도에 대한 변화의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우리 학교의 기원은 일제시대 천황이 ‘국민’을 만들기 위한 것에서부터 그 시스템과 제도가 시작됐잖아요? 이제 교육 대상이 함께 성장하고 배우고 상호협력하는 대상이 되면, 학교 문화와 시스템, 아이들을 보는 시각도 자연히 바뀌어야 해요.” 그는 21세기에는 고분고분한 아이들보다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나’를 스스로 고민하고 사유하고 그 판단대로 스스로 실천하는 아이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교사는 그런 아이에 대해 ‘너의 생각이 뭐고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할지’를 물어보는 존재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곡중에서의 ‘행복한 수업혁명’ 3년의 진솔한 과정을 기록한 박 교사는 요즘 전국의 학교 현장을 뛰어다닌다. 매주 12시간의 정규 수업 외에도 한 해 150여곳의 학교를 다니면서 수업혁신을 주제로 강의하고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수업 컨설팅을 돕는다. “행복한 수업을 하고 싶고, 학교를 바꿔내고 싶은 교사들의 열정이 저를 부르는 한 쉼없이 달려갈 생각입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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