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장곡중 수석교사 박현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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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시흥 장곡중 수석교사 박현숙 씨
3년만에 1만권 판매 ‘베스트셀러’
해마다 150개 학교 돌며 ‘강의’ “교실 떠나는 아이들 어찌 잡을까”
‘교사에서 학생으로’ 패러다임 바꿔
일본 ‘배움의 공동체’ 한국적 적용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교실 붕괴의 원인은 아이들 탓이었지, 교사 탓으로 돌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교사들의 수업은 성역이었다. 학생이 바뀌어야 하고, 학생이 착해져야 한다며 모든 책임은 학생에게 돌렸다. 그는 “교실의 혁신은 아이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교사의 교권은 권리이고 학생의 학습권은 의무로 해석됐다. 그런데 교권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고, 학습권은 의무보다는 권리다. 교권은 잘 가르쳐야 하는 의무였고, 수업에서 아이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할 의무도 있다. 또 학습권은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의무보다는, 돌봄을 받으면서 수업을 받을 권리이기도 했다.” 이는 교실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었고, 일방적으로 배움을 주는 강의 중심의 수업은 서로 협력하고 의존하는 수업으로 바꾸었다. 교실에서 주는 쪽의 권위와 권력보다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중요시되었다. 교사와 학생이 상호 성장하는 교육으로 변했다. 수업혁명은 ‘배움의 공동체 운동’을 창안한 사토 마나부(65)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의 ‘경청’과 ‘되돌리기’ 그리고 ‘연결짓기’에서 기본틀을 가져왔으나, 그는 여기에 한국적 해석과 실천을 담았다. 그는 수업혁신의 3요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 교실에서 전체적으로 통찰할 것(경청)과 교실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다른 방식으로 수업이 가능한지를 찾고(되돌리기), 오늘의 수업이 아이의 지금과 미래의 삶에서 어떤 도움이 될지 수업의 기획 단계부터 연결시키는 것(연결짓기)이다.” 박 교사는 이러한 수업혁신과 혁신학교는 대한민국의 학교 시스템과 제도에 대한 변화의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우리 학교의 기원은 일제시대 천황이 ‘국민’을 만들기 위한 것에서부터 그 시스템과 제도가 시작됐잖아요? 이제 교육 대상이 함께 성장하고 배우고 상호협력하는 대상이 되면, 학교 문화와 시스템, 아이들을 보는 시각도 자연히 바뀌어야 해요.” 그는 21세기에는 고분고분한 아이들보다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나’를 스스로 고민하고 사유하고 그 판단대로 스스로 실천하는 아이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교사는 그런 아이에 대해 ‘너의 생각이 뭐고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할지’를 물어보는 존재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곡중에서의 ‘행복한 수업혁명’ 3년의 진솔한 과정을 기록한 박 교사는 요즘 전국의 학교 현장을 뛰어다닌다. 매주 12시간의 정규 수업 외에도 한 해 150여곳의 학교를 다니면서 수업혁신을 주제로 강의하고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수업 컨설팅을 돕는다. “행복한 수업을 하고 싶고, 학교를 바꿔내고 싶은 교사들의 열정이 저를 부르는 한 쉼없이 달려갈 생각입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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