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섭 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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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15년째 한시 가르치는 하영섭 옹
한시 교실 열어 밑줄 쫙~~
1980년 공직 퇴직뒤 한학에 매료
정인보 맥 이어 17년간 한시공부 서당의 위치는 서울 도심 한복판. 종로구 탑골공원의 담장 옆에 있는 종로1~4가동 주민센터 3층의 조립식 가건물이다. 매주 화요일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모두 4시간 강의한다. 조용히 교실로 들어가 맨 뒤 책상에 앉았다. 이날 하 옹이 칠판에 써놓은 한시는 당나라 시인 최도(崔塗)의 방랑하는 나그네의 고달픈 심정을 담은 한시. 옆에 있는 학생이 자신이 보고 있던 책을 같이 보자고 한다. 그는 단국대 철학과 김주창(60) 교수이다. 정통 한시를 배우고 싶어서 한달 전부터 수업에 참가했다고 한다. 미리 예습을 했는지 교과서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바로 앞줄의 학생은 이 서당의 반장. 이미 10년째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단국대학 철학과 황필홍(60) 교수. 황 교수는 한시를 좋아하다가 직접 지어보고 싶어 하 옹의 제자가 됐다. 교실은 훈장 선생의 세찬 기운이 압도를 한다. 하 옹이 한시를 먼저 읽은 뒤 자세히 설명을 한다. 하 옹은 직업군인 출신이다. 육사 6기생이다. 1948년 소위로 임관해 국방대학교 교수와 군단포병사령관을 거쳐 1969년 42살의 나이에 예편했다. 제대 후 행정사무관 시험에 합격해 다시 공무원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80년 국무총리실 행정조사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50대 초반의 그는 나머지 인생을 한시를 공부하는 데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한시를 읽긴 했으나 제대로 배운 적은 없었다. 은퇴하고 한가롭게 인사동 고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일본어로 된 한시 해설서를 읽었다. 점심과 저녁도 거른 채 한시 해설서에 빠진 그는 고서점 주인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야 비로소 일어났다. 그리고 한시 스승을 수소문했다. 그래서 찾은 이가 당대 최고의 한학자였던 권우 홍찬유(1915~2005) 선생. 홍 선생은 정인보 선생에게 한학을 익힌 제자. 사서삼경뿐 아니라 <연려실기술> 등의 고전도 한글로 번역했다. 하 옹은 홍 선생에게 17년간을 배웠다. 17년간 한번도 수업을 빠지지 않은 ‘전설’도 전해진다. 심지어 고모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부인을 대신 조문 보낼 정도로 한학에 몰두했다고 한다. 하 옹은 한국한시협회를 조직하고, 2000년부터 한국한시학당을 세워 후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울 운현궁 안에 방 하나를 얻어 서당을 시작했고, 협회 정관을 직접 써서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2004년부터는 종로주민센터 옥상의 조립식 건물에서 학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영섭 옹의 강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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