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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29 19:01 수정 : 2015.10.29 19:01

한헌수 숭실대 총장.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짬] ‘학교 뿌리’ 평양 다녀온 한헌수 숭실대 총장

“통일은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을 추동할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입니다.”

지난 19~23일 평양을 다녀온 한헌수 숭실대 총장은 예전보다 더 강한 목소리로 ‘통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총장은 2013년 총장 취임 이후 ‘숭실대의 전체 교육 커리큘럼을 가장 통일지향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방북을 통해 그의 통일교육 열정이 더욱 뜨거워진 것이다.

사실 한 총장의 방북은 여느 대학 총장의 방북과는 다른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학교의 뿌리인 평양을 숭실대 역대 총장 중 처음으로 방문했기 때문이다.

평양과기대 초청 국제심포지엄 참가
1897년 숭실학당 개교한 곳 ‘첫 방문’
“평양 캠퍼스 복원 구상 자신감 얻었다”

2013년 취임 이래 ‘통일교육’ 특성화
“청년들, 통일의 잠재력 인식 못해
대학이 통일시대 리더십 키워줘야”

숭실대는 1897년 평양에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기독교대학인 숭실대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 1938년 학교 문을 스스로 닫았다. 적극적인 저항의 표시였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중 일제의 폭정에 ‘폐교’로써 강력히 저항한 대학은 숭실대가 유일하다. 숭실대는 1954년 그 정신을 이어받아 서울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재건 숭실대’인 셈이다. 그러므로 한 총장의 방북은 식민과 분단, 전쟁으로 단절됐던 숭실대의 역사가 다시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

한 총장의 이번 평양 방문의 주 목적은 평양과학기술대(총장 김진경)가 주최하는 국제 심포지엄(10월20~22일)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평양과기대는 ‘외국어에 능숙한 공학과 비즈니스전문가 육성’을 위해 설립된 북한의 유일한 사립대학이다. ‘국제학술교류 및 그린테크놀로지 사업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200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피터 아그레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는 등 외국 학자도 다수 참여했다고 한다. 한 총장은 평양과기대쪽이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 타당성을 외국 학자들로부터 평가받고자 하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한 총장 자신도 공학박사로 숭실대 아이티(IT)대학 학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하지만, 한 총장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숭실대 평양캠퍼스 복원’에 대한 여러 구상을 좀더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을 큰 성과로 꼽았다. 한 총장은 평소 “평양캠퍼스 복원을 위해서 교육과 의료가 함께 평양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조건은 나쁘지 않다. 북쪽 사람들도 숭실대의 뿌리가 평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 총장은 “안내자로 나온 북한 사람이 ‘평양 숭실 졸업생분들 중 아직 생존해 계신 분이 여러명 있다’고 알려줬다”면서 “다음 방북 때는 90살이 넘었을 그분들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더욱이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도 숭실대 재건 1회 졸업생(1954년 서울 캠퍼스 첫 입학자)이다. 앞으로 두 대학이 함께 여러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방북에서 평양 시내를 볼 때 크게 눈에 띈 것이 3가지 있었습니다.”

한 총장이 꼽은 ‘3가지’는 택시와 휴대폰, 그리고 중국 관광객들이다. 택시와 휴대폰의 증가가 북한 변화의 한 축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증대라는 또 다른 축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 총장은 그런 평양의 모습을 보면서 숭실대가 추구해온 통일교육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한 총장은 취임 뒤 숭실대의 통일교육은 크게 변화·발전했다. 우선 숭실대는 서울에서 대학을 재건한 지 60년이 된 2014년 ‘통일시대 통일대학’을 표방했고, 추구하는 인재상을 ‘통일시대 창의적 리더 육성’으로 재정립했다.

이런 인재상 구현을 위해 한 총장은 2014년 한국 대학 최초로 1학점짜리 수업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교양필수로 신설했다. 또 통일교육의 싱크탱크 구실을 하는 ‘숭실평화통일연구원’과 경북 문경에 위치한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을 열었다. 2015년부터는 합숙수업인 ‘숭실통일리더십스쿨’을 역시 교양필수과목으로 새로 만들었다.

무엇이 공학박사 출신의 한 총장을 통일교육 전도사로 만든 것일까?

“1980년대에 청년들을 움직인 것은 ‘잘 살아보세’였습니다. 당시 이런 비전을 통해 젊은이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무엇으로 ‘잘 살아보려는 의지’를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겠습니까.”

한 총장은 그 해답을 통일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통일이야말로 젊은 세대를 추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핵폭탄급 동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총장은 북한의 어려움 등이 너무 강조되면서 아직은 청년들 스스로 통일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한 총장은 그래서 대학의 통일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통일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것을 타고넘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청년들이 통일과정에서 그런 창의적 리더십을 갖출 때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시대정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총장은 내다본다.

한 총장은 숭실대가 이런 통일교육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데 대해 “이것이 숭실대가 민족에게 봉사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식민과 분단으로부터 가장 고통받았던 숭실대이기에 오히려 민족의 고통과 그 고통에서 벗어날 비전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총장의 방북 이후 숭실대가 또다시 어떻게 변신하게 될지 기대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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