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민유) 위원장.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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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임경지씨
연세대 재학 때인 2011년 ‘민유’ 결성
졸업 뒤 진보싱크탱크 거쳐 다시 참여 주택협동조합 통해 시세보다 싸게 임대
민달팽이집 1·2호 입주…3호 모집중
“박 정부 주택정책은 경제적 약자 소외” 임씨는 2008년 연세대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동기들이 고시나 취업 준비로 분주할 때 그는 ‘운동’을 택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촛불시위에 참여했죠. 그때 눈앞 곳곳에서 국가 공권력의 위력을 느꼈습니다. 갑갑했어요. 그때 ‘내가 높은 사람이 되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포기했어요.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조금씩 바꿔나가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2학년 때 총학생회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가 속한 진영에선 ‘학생들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주목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때 부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권지웅(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씨 등과 함께 대학 기숙사 확충과 같은 주거개선 문제를 화두로 내걸었다. 민유의 모태인 셈이다. “가난한 지방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40만~50만원을 벌어 고시원이나 원룸 월세로 40만원을 냅니다. 이런 여건에서 서울이 집인 학생들과 학점 경쟁을 합니다. 우파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공정하지요.” 그도 집은 서울이지만, 2학년 때부터 독립해 스스로 학비와 주거비를 해결해왔다. 2013년 졸업 뒤 진보 싱크탱크에서 1년 일하다 다시 민유로 돌아왔다. 올해 3월엔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민달팽이집의 재원은 조합원 투자금과 공공기금이다. 현재 두 곳에서 17명(5가구)이 보증금 60만원과 월세 23만원가량을 내며 살고 있다. ‘확장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일개 협동조합도 이렇게 싸게 공급하는데 정부는 무엇하고 있느냐는 자극이 되지 않을까요. 좋은 민간 임대업자의 출현도 기대할 수 있구요.” 정작 그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해 홍은동의 서울시 협동조합형 주택에 입주했어요. 면접도 봤지요. 한달에 20만원 정도 냅니다. 싱크대가 두 칸이어서 물도 튀지 않아요. 지금껏 살아본 주거 환경 가운데 가장 좋은 편입니다.” 그는 민유 상근 활동비로 월 120만원가량을 받는다고 했다. 민유의 올해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는 원룸 관리비 가이드라인 작성이다. 소형주택 관리비가 월세 못지않게 청년층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00여명의 거주자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해 지난달 서울시에 제출했다. “평당 관리비를 보면, 10평 이내의 소형주택이 큰 평수보다 많아요. 시가 연내 발표할 가이드라인엔 청소비 등 관리비 원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을 겁니다. 이런 정보가 주어지면 세입자의 교섭력이 커지겠지요.” 박근혜 정부의 역점사업인 행복주택(임차료가 싼 도심형 아파트) 입주 자격 문제를 두고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이외에 취업준비생과 같은 주거취약층은 입주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 국토부와 정책 협의 중인데 취업준비생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을 일부 반영한 진전된 결과가 곧 나올 것 같습니다.” 그는 얼마 전 서울시 주최 행복주택 설명회를 다녀온 뒤 많이 울었다. “주민들이 ‘너희가 들어오면 모텔 된다’고 하더군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폭력을 당했습니다. 서울시한테 돈 받고 온 것 아니냐며 발언권도 주지 않았어요.” 그에게 ‘행복주택’은 현 정부와 정치권의 청년정책 문제점을 응축해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청년층은 생활비조차 빚을 내야 하고 집은 아예 장만할 희망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 10년 고생하면 다 해결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관성대로만 합니다.” 야권도 다르지 않다. “야당 쪽에선 청년들이 정치 참여를 안 한다고 힐난합니다. ‘데모하라’는 거죠. 당장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데 누가 나갈 수 있나요. 행복주택 설명회만 해도 평일 낮에 했거든요.” 그 결과가 ‘청년 소외’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에도 박한 점수를 주었다. “전월세가 치솟으면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은 더 민감하게 올라요. 월세 60만~100만원을 내는 중산층 임대주택에 왜 공적자금을 들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경제적 약자의 시선이 전혀 아닙니다.” 그는 청년이나 노인과 같은 주거취약층에 특화한 공공주택의 임대물량을 크게 늘려야 하고 임대차 등록제 도입과 같은 시장규제도 필요하다고 했다. “등록제 등으로 임대시장 투명성이 확보되면 이를 토대로 적정 임대료 수준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겠지요.” 꿈을 물었다. “좋은 팀을 꾸리고 싶어요. 운동은 옆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니까요. 세입자 조직을 강화하고 싶어요.” 그리고 덧붙였다. “세입자들이 함께 임대인을 만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게 제도의 힘이죠. 핵심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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