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가운데가 김선현 차의과학대학(차병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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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차의과학대학 미술치료대학원 김선현 교수팀
석·박사 연구생 5명과 ‘미술치료’
명절에도 할일 없던 아이들 반겨 큰재난은 지켜만 봐도 ‘트라우마’
“마음의 힘 길러줘야 사회 회복”
세월호·위안부·후쿠시마 등 ‘봉사’ 치료팀이 방문했을 때, 네팔은 부와 행운의 여신인 락슈미 여신을 기리는 명절 ‘티하르’를 맞아 거리 곳곳이 색색깔의 만다라로 장식됐다. 하지만 이재민 500여 가족이 7개월째 머물고 있는 텐트촌에는 무채색만 가득했다. 치료팀을 만난 다라즈라이(12)는 “명절이지만 여기 있으면 할 게 없었는데 모여서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니까 정말 재밌다”며 눈을 반짝였다. 아이는 전깃줄에 새가 가득 앉아 있는 그림을 그렸다. “지진 때 새가 무리지어 다니는 장면을 표현했다”는 아이는 크레파스 몇 개를 골라 주머니에 넣었다. 김 교수팀은 이번 방문을 통해 네팔 대지진이 피해를 직접 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도 상처를 남기는 ‘사회적 재난’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네팔 ‘비렌탄티 휴먼스쿨’에서 ‘사건 충격 척도’를 통해 트라우마 상태를 조사했는데, 학생 95명 가운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학생이 76명(약 80%)이나 됐다. 학교가 있는 비렌탄티 마을은 산사태 같은 일상적인 재해로 목숨을 잃는 사례는 많지만 대지진으로 인한 사상자가 많지는 않은 곳인데도 그랬다. 김 교수는 “이곳 아이들은 지진 영상이나 전해 들은 이야기, 흔들림 등을 겪으며 과거의 재해까지 떠올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큰 규모의 재난은 지켜보기만 해도 상처를 남긴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본 동북부 대지진 피해자 등 재난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을 만나 미술치료를 해왔다. “같은 재난을 겪어도 누군가는 주저앉고, 누군가는 다시 일어난다. 1차적으로는 신체적 안정을 주는 것을 구호의 목표로 삼아야겠지만, 그 뒤로도 다시 설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재난에서 사회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김 교수는 미술이 재난 상황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가져다주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머니와 늘 붙어 다니던 페마타망은 치료팀이 텐트촌을 떠날 때쯤 손을 붙잡고 “내일도 보자”고 인사했다. 김 교수와 한국트라우마협회는 앞으로도 네팔에 교재를 지원하고 학교 선생님들을 상대로 미술치료 연수를 하는 등 네팔 치유봉사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카트만두/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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