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남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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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보은’의 에세이집 펴낸 김경남 목사
기독교교회협·기독교사회문제연 거쳐
90년대 중반 도쿄자료센터 소장 귀농생활하다 다쳐 요양중 심근경색
4차례 응급수술 끝에 기사회생
병상에서 ‘민주화 동지들’ 회고록 얼마전 <당신들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동연 펴냄)는 책을 낸 김 목사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한국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나를 도와준 분들이지만 이름없이 숨어 있거나 묻혀 있던 국내외 인사들이다. 그들의 행적을 기록해 역사로 남겨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보은이 아니겠나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느렸지만 여전히 굵고 힘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민주주의의 퇴보를 얘기하고 겨울 공화국이라고도 한다. 이 보은기가 1970년대의 엄혹했던 시절부터 함께 투쟁했던 이들에게는 그 시절 기억을 새로이 하고, 그 시대를 모르는 젊은이들이나 현 시국을 걱정하는 분들에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데 조그마한 보탬이 됐으면 행복하겠다.” 원래 김 목사는 ‘보은 기행’부터 시작했다. 비록 아직도 “30분 안에 병원으로 달려갈 수 있는 권역”을 벗어날 수 없지만, 심신을 어느 정도 추스릴 수 있게 된 그는 국내외의 ‘그 분들’을 하나 둘 여수로 초청해 남도 기행과 한국사회 둘러보기의 안내자역을 자임했다. 올해 1월부터는 매주 한 번 꼴로 페이스북에 은혜를 입은 분들과의 인연을 매개로 그들이 누구인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중심으로 ‘보은기’도 쓰기 시작했다. 책은 그 글들을 엮고 보완한 것이다. 책은 그런 인연들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김 목사 자신이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게 된 경위와 구체적 활동, 인도·버마(미얀마) 등에서의 빈민 신교와 주민조직 교육활동 내용까지 담고 있다. 그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부끄럽다”고 했으나, 한국민주화운동사와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사의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목사는 “40여 년간 내 삶을 움직여 온 내 신앙의 아버지” 박형규 목사와 권호경, 김관석, 김재준 목사, 안병무 교수 등과의 인연, 나병식씨 등 학교 동기들과 제일교회 후배들, 후사연과 민청학련 동지들, 도시빈민·산업 선교활동 활동가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1986년부터 1년 반 정도 체류했던 독일, 그리고 1992년 3월까지 4년 반을 머물며 한국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와 연결했던 일본 도쿄자료센터 소장 시절 맺었던 인연들을 되돌아봤다. “당시엔 출국 여권을 발급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특히 운동권으로 찍힌 사람들은 더 그랬다.” 비밀 첩보작전을 하듯 독일을 경유하는 우여곡절 끝에 1987년, 한국민주화기독자동지회 도쿄자료센터에 당도한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과 관련된 자료들이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사선) 간사 시절에 노동·농민·빈민·청년과 학생·여성 등 5개 분야 단체들의 활동 보고를 토대로 내가 작성하고 영역한 정세 분석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문서들이 도쿄에 전달돼 월간 <민주 동지>로 재탄생한 뒤 전 세계 민주동지회로 보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엄혹했던 독재정권하에서 위험한 자료 국외 반출 작업은 외국인 협력자들(‘자료운반밀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본 이와나미 서점의 월간지 <세카이(세계)>에 장기 연재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으로부터의 통신’도 그런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그 연재물 최종 원고 작성자는 일본 체류 중이던 지명관 교수였다. 그 전까지의 반출과 보관·정리 비밀작전을 수행한 이들이 김관석 목사, 오재식 아시아교회협의회 도시농어촌선교부 간사, 이인하 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나카지마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 총간사, 마에지마 목사, 도쿄자료센터 실무책임자 재일동포 권정인씨, 캐나다인 메리 콜린스 등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세카이> 연재를 계속하면서 관계자들을 끝까지 보호한 이가 “진정한 진보주의자” 야스에 료스케 이와나미 편집장, 그리고 그 동료들이다. 유신헌법 공포 다음해인 1973년 봄 ‘남산 부활절 예배 사건‘으로 박형규 목사 등 기독교 목회자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뒤 김관석 당시 한국교회협의회 총무는 일본에 가서 재일 한국인·일본인 목회자들과 만나 대책모임을 갖고 한국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연락·지원망을 만들기로 한다. 그것이 1970년대 이후 한국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조직적으로 알리고 재정적으로 지원한 일본·미주·유럽 기독교 단체의 한국 또는 아시아 담당 실무자들 모임인 ‘라운드 테이블’의 모태가 됐다. 2007년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행한 <시대를 지킨 양심들>(짐 스텐츨 지음, 최명희 옮김)은 한국민주화운동 자료 국외 반출 외국인 ‘밀사’들의 체험담을 정리해 놓은 책인데, 한국민주화운동이 보편성을 지닌 전 세계적 차원의 운동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김 목사가 도쿄자료센터 소장으로 ‘발탁’돼 은밀하게 그 세계사적 임무를 수행한 것도 그런 국내외적 맥락 위에서 이뤄진 일이다. 마나베 유코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가 쓴 <열사의 탄생-한국 민중운동에서의 한의 역학> 번역서도 거의 동시에 출간한 김 목사는 “지금 다시 제3의 민주화운동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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