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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30 20:53 수정 : 2015.11.30 20:53

[짬] ‘식물생태 사진’ 전문가 윤주복 씨

윤주복씨는 식물생태 전문 사진가다. 13년 전 <식물관찰도감>을 펴낸 이후 지금까지 18권의 책을 냈다. <나무 쉽게 찾기><겨울나무 쉽게 찾기><야생화 쉽게 찾기>등 사진을 통해 식물을 널리 알려주고 있다. 야생화 등 일부 시리즈는 20쇄 이상 찍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나무 도감>(진선북스)을 펴냈다. 우리 자생종 600여종과 외래종 조경수 등 모두 2270여종 나무의 사진 1만 컷이 실린 대작이다. 식물 사진을 찍기 시작한 1989년 이후 25년 작업의 결과물이 빼곡히 담겨 있다. 종마다 열매·꽃·잎은 물론 문외한의 눈엔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겨울눈과 나무껍질까지 확인할 수 있다. 감탕나무과인 ‘먼나무’ 항목을 펼치면, 6월에 핀 수꽃과 암꽃, 8월의 열매, 씨앗 잎의 뒷면, 겨울눈, 1월의 나무 전경 등 모두 10장의 사진이 펼쳐지는 식이다. 이런 상차림이라면 ‘우리 산야의 모든 풀꽃과 나무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싶다’는 그의 소망을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윤씨를 지난 1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아버지 일터 사진관서 놀며 배워
89년 ‘식물’ 공부하며 찍기 시작
“10년 찍어서 교육용 도감 만들자”

99년 초등교사 그만두고 남도로
첫 책 ‘식물관찰도감’부터 18권
2270종 집대성 ‘나무도감’ 펴내

윤주복씨
아버지 일터가 사진관이었다. 식물에 앞서 사진이 먼저 그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사진을 배웠고 암실 작업도 했다. 서울교대를 나와 74년 초등교사를 하면서 동식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89년 식물공부 모임에 참여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식물을 공부하고 찍어 교육용 도감을 만들자.’ 이때 세운 계획이다.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제대로 된 도감을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꽃은 피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요. 때를 맞춰야 합니다. 자료를 모으려면 남쪽으로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힘들었어요.”

윤씨는 동료 교사였던 아내 조경희씨와 함께 99년 사표를 내고 전남 광주로 내려갔다. 49살 때였다. 2년 동안 제주·전라·경상도 일대 식물을 실컷 찍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내는 든든한 후원자다. 늘 현장에 동행하고 자료 정리도 도와준다.

이렇게 첫 저서 <식물관찰도감>(2002)이 나왔다. 그의 자료를 보고 출판사는 판형이 큰 성인용 도감도 낼 것을 권유했다. 그때만 해도 디지털이 아닌 슬라이드 필름으로 사진을 찍던 시기였다. “전문 연구자가 아니면서 슬라이드 필름으로 식물 도감류를 펴낸 것은 국내에서 제가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이어서 ‘쉽게 찾기’ 시리즈가 독자를 찾아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2007년 펴낸 <겨울나무 쉽게 찾기>다. 잎을 다 떨어낸 겨울나무들을 구별할 수 있을까? “96년 겨울에 경기도 포천 일동에서 가평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걸었어요. 자주 왔던 곳인데도 수십 그루 나무들의 이름을 2개밖에 모르겠더군요.” 이때부터 겨울나무를 쫓아다녔다. 외국 책까지 주문해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는 겨울나무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는 그에게 방법을 물었다. “우선 나무를 덩굴·떨기·키나무로 크게 분류한 다음에 가시를 가진 나무, 겨울눈이 마주나는 나무, 겨울눈이 어긋나는 나무로 다시 구분하지요.” 이렇게 하면 대강은 알 수 있단다. 그래도 “비슷한 특징이 있는 나무들, 예컨대 참나무과 가운데 갈참·떡갈나무 등의 구분은 어렵다”고 했다. “책이 나온 뒤 식물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봄·여름·가을은 돌아다니고 겨울은 쉬는 시기인데, 이젠 겨울에도 공부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겼지요.”

그는 2007~2011년 강원 태백에서 지냈다. 강원과 경북 오지 산야를 샅샅이 사진에 담았다. 그 뒤 경기 남양주를 거쳐 지금은 의정부에 머물고 있다. “예뻐서 꽃부터 찍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에 푹 빠졌죠.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어서 1년 동안 바뀌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나무 도감>은 98년 바뀐 식물 분류 체계인 ‘속씨식물 계통분류 그룹’(APG 3)을 적용한 국내 첫 도감이다. ‘에이피지 3’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새로 드러난 식물들 사이의 관계를 반영한 분류 체계다. 이 도감에는 외래종 조경 수목 1600여종도 포함되어 있다. “외국 나무가 들어오는 것은 생활 수준의 향상과 관련이 있어요. 예쁜 나무로 잘 꾸미려다 보니 많이 들어오지요. 그건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자생종이 조경수로 더 널리 쓰이면 좋지 않을까? “제주도는 자생종인 돈나무·먼나무·구실잣밤나무·꽝꽝나무 등 상록활엽수들을 가로수나 공원수로 두루 활용하고 있어요. 울창하게 잘 자라 풍경도 좋지요. 먼나무는 겨울에 빨간 열매가 가득해 굉장히 아름다워요.”

가장 인상 깊었던 피사체를 묻자 ‘등칡나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꽃부리가 트럼펫처럼 유(U)자형이지요. 가장 안쪽에 파리가 붙어 있어요. 꽃술대가 있는 안쪽이 밝아요. 입구는 어둡지요. 파리가 갇힐 수밖에 없어요.” 종 보존을 위해 파리를 꼬드기는 생명체의 신비에 감탄이 나왔다고 했다. ‘나무 사진 잘 찍는 법’도 물었다. “제 사진은 작품이 아니지요. 한장의 사진 속에 많은 정보를 담아 식물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제가 추구하는 사진입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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