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12.07 20:47 수정 : 2015.12.07 20:47

피츠버그대 ‘배움의 전당’. 사진 아름지기재단

[짬] 문화유산 가꾸는 아름지기재단 신연균 이사장 김봉렬 이사

“이번 ‘피츠버그대 한국실 프로젝트’는 솔직히 추진 주체가 여럿이어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성공적인 완공의 기쁨도 컸습니다. 새삼 한국인의 힘, 한국 문화의 긍지를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싶은 욕심도 나네요.” “목재부터 인력까지 한옥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국에서 싣고 가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시공해야 하는 공정이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호평을 받으니 ‘한옥’이 미국 땅에 새로운 한류의 씨앗으로 퍼져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활동을 해온 아름지기재단의 신연균(왼쪽) 이사장과 재단 이사이자 건축가인 김봉렬(오른쪽)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이례적으로 ‘홍보’를 자처하고 나선 곳은,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대 ‘배움의 전당’(Cathedral of Learning)에 한옥 그대로 들어선 ‘성균관의 명륜당’이다. 지난주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한옥에서 두 사람을 만나 지난달 15일 피츠버그대에서 열린 한국실 개관 소식과 그 의미를 직접 들어봤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왼쪽부터 아름지기재단 신연균 이사장과 김봉렬 이사. 사진 아름지기재단

피츠버그대 ‘배움의 전당’은 1926년 건립된 163m 높이의 42층 건물로, 1787년 설립된 유서 깊은 명문 피츠버그대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자부심이자 관광 명소다. 단순히 고풍스러운 고층건물이어서가 아니다. 건물 1·3층에 있는, 29개 나라의 전통적인 학교 양식을 재현한 강의실 겸 전시공간인 ‘국가실’(Nationality Rooms)이 더 유명하다. 배움의 전당 304호에 들어선 한국실인 명륜당은 30번째다.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체코·러시아·폴란드 등 유럽권과 시리아·레바논·이스라엘 등 중동권, 그리고 아시아권에서는 인도·중국·일본에 이어 네 번째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아름지기가 해야 할 일인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았어요. 2009년 현지 답사를 해보니, 한국 전통문화를, 더구나 교육기관을 대표할 공간을 1500명 남짓 한인회의 힘만으로 만들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애초 ‘설계’만 기부하기로 했다가 회원들의 기금까지 모아 건립 주체로 나서게 됐지요.”

신 이사장은 무엇보다 ‘배움의 전당’이 생겨난 배경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1920년대 초 ‘철강도시’ 피츠버그에 노동이민자들이 많아, 당시 총장이 다문화 갈등을 해소하고 정체성을 살려주고자 처음 기획을 했대요. 곧 대공황이 닥쳐 중단됐다가 37년 완공이 됐고 ‘초기 미국실’(The Early American Room)을 시작으로, 각국 이주민 가정을 상담하고 설득해서 기부금을 모아 국가실도 하나하나 만들어왔고요. 100년이 넘은 미주 한인 이주사에 비춰 한국실은 많이 늦은 셈이었죠.”

피츠버그대 ‘배움의 전당’ 304호 한국실 ‘명륜당’ 현판. 사진 아름지기재단
한글의 기호와 원리-안상수 교수. 사진 아름지기재단

피츠버그대 배움의 전당 ‘한국실’ 개관
80년 전통 세계적 명소 30번째 국가실
현지 한인회 발의해 6년만에 준공

아름지기·국제교류재단·풍산 등 후원
신 이사장 “여러 주체 협력해 더 보람”
김 이사 “한옥 아름다움 인정…기뻐”

2008년 현지 한인사회에서 한국실 건립 프로젝트를 시작한 동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초대 건립위원장으로 여러 차례 <한겨레>를 찾아와 자문을 구했던 이관일(70) 박사는 최근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35개국까지만 들어설 예정인 배움의 전당에 한국실이 당당히 자리해 자랑스럽다. 아름지기를 비롯해 고국의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70년대 건너가 의사로 정착한 이 박사는 최근 수년간 투병하면서 암을 이겨내고 피츠버그시 교향악단 단원으로서 개관 기념 연주도 해냈다.

한국실 건립위원회는 이 박사의 뒤를 이어 역시 의사 출신인 박상종 박사와 사업가인 데이비드 김의 주도로 6년 만에 프로젝트를 완성해냈다. 80만달러에 이른 건립기금은 한인회와 재한피츠버그대 동문회의 성금을 종잣돈 삼아, 아름지기·한국국제교류재단·풍산그룹에서 목돈을 보탰다. 특히 아름지기의 회원이기도 한 독지가 김민정씨는 거액 15만달러를 쾌척해 막바지 예산 위기를 넘기게 해주었다.

304호 한국실 입구. 사진 아름지기재단
한국실 안에 전시된 ‘왕세자입학도’는 1817년 당시 왕세자였던 효명세자의 입학식을 묘사한 기록이다. 사진 아름지기재단

“한국실은 89.35㎡(약 27평) 규모로 작은 공간이어서 처음 설계를 맡았을 땐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죠. 다른 국가실은 내부 인테리어만으로 재현이 된 상태였지만, 한옥은 천장 골조부터 대문, 문고리까지 독특해서 아예 ‘집 속의 집’을 지어야 했어요. 현지엔 한옥을 지어본 기술 인력이 전혀 없어 대목수와 보조인력까지 6명이 반년 가까이 상주하며 마무리를 했죠.”

무려 5개의 건립 주체 가운데 김 총장에게 가장 까다로웠던 관문은 ‘배움의 전당’ 담당 교수인 맥신 브룬스였다. 올해 아흔한살로 평생토록 전당을 지켜온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이메일로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주문을 했다. 하지만 그는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들을 짜 맞춰 집을 짓는 한국 목수들의 솜씨에 감탄했다’며 개관식 날 앞장서 안내를 했다. 신 이사장과 김 총장은 “그날 맥신의 만족스런 표정을 보고서야 명륜당의 성공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실 뒷면. 사진 아름지기재단
♣H5s지난달 15일(현지시각) 미국 피츠버그대 배움의 전당 304호에서 열린 한국실 ‘명륜당’ 개관식에서 건립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건축가 이민아 소장, 박상종 공동위원장, 윤금진 국제교류재단 이사, 맥신 브룬스 피츠버그대 교수, 데이비드 김 공동위원장, 뒷줄 왼쪽 둘째부터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 마크 노든버그 피츠버그대 총장, 김기환 주뉴욕 총영사, 류진 풍산그룹 회장. 사진제공 피츠버그시 한인회

‘소박하면서도 기품있는 우리의 선비 정신이 현대인의 의식주 모두에 깃들게 한다’는 아름지기의 활동 취지에 맞춰 명륜당에는 문방사우, 한글, 탁자와 의자, 도자기 등 한국 문화 소품들도 꼼꼼히 비치했다. 건축가 이민아, 가구디자이너 하지훈,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도예가 이영호씨 등이 기꺼이 재능을 보탠 덕분이었다.

배움의 전당의 국가실은 주중에는 학생들의 강의실로 이용하고, 주말에는 문화전시공간으로 시간마다 그룹 투어로 개방돼 연간 2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사는 “피츠버그대 총장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 한국실이 2000년대 들어 처음 생긴데다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이어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ccandor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