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08 21:05
수정 : 2015.12.09 12:02
[짬] 정치·시사 블로거 ‘아이엠피터’ 임병도씨
임병도씨는 전업 정치·시사 블로거다. 5년 전 문을 연 ‘아이엠피터’(impeter.tistory.com) 블로그가 그의 생업 현장이다. 사이트명은 그의 영어 이름 피터와 임의 영어철자를 섞어 만들었다. 블로그엔 하루 2~3만, 한달 평균 50만 명이 찾는다. 선거철이나 이슈가 있을 땐 두배로 뛴다. 그의 블로그엔 광고가 없다. 대신 후원금을 받는다. 60~70명이 정기 후원을 해 매달 100~150만 원이 들어온다. 강의·원고료 수입 50만원까지 월 180만 원으로 아내와 4살·11살 아이를 키우며 생활한다.
임씨는 지금 제주시 동북쪽 중산간 마을인 송담리에서 산다. 학생 유치를 위해 지역에서 제공하는 방 셋 빌라에 산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5만원을 낸다. 2010년 제주로 내려간 것도 전업블로거로 살기 위해서다. 생활비도 아끼고 서울을 오가는 데 큰 불편이 없는 곳을 찾았는데, 맞춤한 곳이 제주였다. 아름다운 풍광과 삶의 여유가 그려지는 제주의 한적한 마을에서 한국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 받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임씨를 지난 25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작곡과 낙방·유학·자퇴·사업 ‘전전’
1999년 한인 게시판 글쓰기 시작
2010년 블로그 전념하려 제주로
‘정치권 주목 글’ 월 50만명 ‘클릭’
새해 서버 마련 웹사이트 열 예정
“정치 바꾸려면 지난 정치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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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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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지금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어서다. 88년 겨울을 떠올리면 더욱 그럴지 모르겠다. “연세대 작곡과 진학을 꿈꿨는데 낙방했어요. 전문대를 잠시 다니다 자퇴했지요. 군 복무를 마친 뒤 미국 새너제이로 가서 무역학과에 진학했어요.” 임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컴퓨터 판매사업에 뛰어들어 한때 연 10만달러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컴퓨터 주기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여파까지 미치며 대학도 중도 포기했다. 2002년 귀국해 8년 동안 일본을 오가며 무역 관련 일을 했다.
공적인 글쓰기는 미국에 있을 때인 99년 시작했다. 한인언론 게시판에 사업자등록증 내는 법 같은 실용적인 글을 올렸다. 반응이 좋았다. 이 경험은 지금도 도움이 된다. 글을 쓸 때 늘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게 뭔지 파악하려 한다.
그는 블로그에 하루에 한개 꼴로 글을 올린다. 글 한편을 위해 10시간 넘게 공을 들인다. 아이엠피터만의 시각, 자료가 담긴 글을 쓰기 위해서다. 아이템 찾는 데 1시간, 어떻게 풀지 2시간, 자료 찾기에 2~3시간, 이미지 편집과 글쓰기에 5시간을 쓴다. 지난달 23일 ‘와이에스(YS) 서거’에 맞춰 ‘나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 김무성의 뻔뻔함?’이란 글을 올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공박하는 와이에스 차남 현철씨의 트윗과 3당 합당 당시 유포된 밀약설 보도 내용 등 시각자료 3가지도 담았다. 다양한 시각 자료와 데이터가 포함돼 쉽게 읽히고, 기존 보도에 견줘 깊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페이스북 ‘좋아요’가 천개에 이른다.
“글감을 고를 때는 구글 이미지 검색을 많이 참고한다. 이게 관심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검색되고 출처도 다양한 이미지에 주목한다.” 그가 와이에스와 김무성을 연결시켜 글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글은 대체로 세개의 소단락으로 구성한다. 길어지면 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을 물었다. ‘제주 세계 7대자연경관 투표’의 문제점을 짚은 글(2011년 3월)이라고 했다. “국제전화 방식에 의문을 품고 행사 진행 사이트를 살피고 미국 지인 취재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죠. 그 뒤 후속 언론보도와 감사원 감사까지 이어졌어요. 1인 미디어가 할 수 있는 과정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그가 힘들게 찾은 데이터가 가장 빛을 발한 글은? 대선을 석달 앞둔 2012년 9월 쓴 “박근혜 ‘국회 본회의 출석 0%’ 이러고도 대통령감?”이란 글이란다. “대선에 나오겠다는 박근혜 의원이 정작 국회 본회의 상임위에는 한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지요. 공개 자료를 정리했을 뿐인데 반응이 컸지요. 정치논객들은 말도 잘하고 이론도 확실하지만 그들의 주장일 뿐입니다. 자료에 바탕한 제 글은 박근혜 의원이 결석도 많고 활동도 잘 안한다는 근거가 되지요.”
그는 요즘 바쁘다. 서울시 팟캐스트(피터와 승환이의 시청 뒷골목)와 <국민티브이> 프로그램(더 아이엠피터)에도 나온다. 일주일에 2~3일은 서울에 머문다. “(글을 위한) 웬만한 자료는 다 인터넷에 있어요. 서울에선 기자나 국회의원 보좌관을 만납니다.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는 이 ‘느낌’이 없다면 자신의 글은 죽은 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달 1일 사이트를 옮긴다. 따로 서버를 마련해 웹사이트를 꾸민다. 글쓰기 방식에도 변화를 주려 한다. 매주 5차례 올리던 글을 1~2편으로 줄이고 대신 깊게 쓸 생각이다. 또 같은 글을 기사체와 블로그 등 두 가지 형식으로 따로 써서 올릴 생각이다.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인터넷에서 긴 글은 홀대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나? “(긴 글 시도는) 하루 만명 이상 들어오는 고정독자가 있어서죠. 이들은 쉽게 떠나지 않아요. 깊이 있는 글을 써 ‘이 사건만은 아이엠피터 글이 나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올해 정식 언론사 등록을 하려 했으나 요건이 까다로와 마음을 접었다. 인터넷 언론의 최소 취재·편집 인력 요건이 3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요즘 한 달에 한건 정도 포털로부터 블라인드 처리 통보를 받습니다. 최근에도 스폰서 검사 관련 글을 블라인드 처리하겠다고 해 이의 신청을 했지요.” 언론사 등록을 생각했던 것도 블로거여서 제재가 마구 들어온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국감땐 취재신청을 했으나 등록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취재 신청을 하면 취재할 능력이 있는지를 봅니다. 이전에 쓴 글을 참고하지요. 우리는 언론사 등록 여부만 따집니다. 너무 정형화되어 있지요.”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정치인은 누구일까. 김종필 전 총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당신은 3김시대에 무엇을 남겼다고 생각하느냐’를 첫 질문으로 하겠단다. “예전엔 정치 드라마를 재밌게 봤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정치를 싫어합니다. 정치를 너무 현실로만 봐서죠. 당장 바꾸고 정권교체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는 바로 바뀌지 않아요. 정권교체가 된다면 그 이후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과거에 정치가 어떻게 펼쳐졌는지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 그걸 알려주고 싶어요.”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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