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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5 19:03 수정 : 2016.04.25 21:06

[짬]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

지난해 8월22일 남북한은 국지전 발발 직전까지 갔다. 1주일 전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으로 남한이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이를 철거하지 않으면 격파하겠다고 선언했다. 남북 모두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 뜻밖의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그 시각 평양 5·1경기장에서 남쪽의 경기도팀과 브라질 대표팀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경기도와 강원도 유소년 축구선수단 등 6개 나라 8개 팀이 참여한 ‘제2회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가 전날인 21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북쪽의 제안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서 위기는 해소되었다.

바로 그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주최한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이 최근 <포화 속에 핀 평화의 꽃-벽을 넘어서>(북스타 펴냄)를 출간했다. 그는 지난해 평양 대회 성사의 뒷얘기부터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방안까지 책에 제시해 놓았다.

지난해 목함지뢰사건 ‘일촉즉발’ 위기
같은 시간 평양서 ‘유소년축구’ 진행
“이럴 때일수록 스포츠 정신 필요” 설득

2003년 중국 쿤밍서 스포츠센터 운영
북한 축구대표팀 전지훈련 제공 ‘인연’
내일 ‘벽을 넘어서’ 출판기념회 열어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회장
“그때 남북에서 모두 대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했습니다. 막중한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럴 때일수록 대회를 평화롭게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올림픽 정신이고 스포츠 정신이다’라고 양쪽을 설득했습니다.”

남북의 군사적 상황은 긴장됐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7만여명의 북한 관중들은 “우리 동포 이겨라” “힘내라 잘한다”를 힘껏 외쳤다. 축구대회는 고위급 회담 와중이던 8월24일 폐막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대회 주최자 자격으로 우승을 한 북한 4.25 선수단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었다.

‘스포츠야말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교류 수단’이라는 소신을 다시금 확인한 그는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 다시 방북해 2017년부터는 1년에 3차례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김 이사장이 북한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 중국 쿤밍에 있는 훙타(홍탑)스포츠센터를 운영하면서부터였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팀이 전지훈련을 올 정도로 시설 좋은 곳으로 소문났다. 북한 축구대표팀 관계자도 국외 전지훈련 장소를 물색하려 센터를 찾았다. 당연히 중국인이 운영할 것이라는 오해가 만들어낸 우연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 만남은 필연이 되었다. 김 이사장은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고려해 북한 축구대표팀이 무료로 훙타센터에서 전지훈련을 하도록 했다. 그 덕분에 훈련을 하고 간 북한 대표팀이 17살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우승을 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신뢰가 쌓였다. 그 뒤 2006~08년 3년간 유소년 축구 정기교류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남북 체육교류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시련도 많았다. 김 이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네 번의 핵실험, 여러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천안함 사건 등 10번의 위기 상황 속에서 추진하던 스포츠 교류가 좌절된 적도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를 다시 극복해나가면서 북과 한층 신뢰가 쌓이게 됐다”고 했다. 2014년 11월에는 북한 선수단이 경기도 연천을 방문해 ‘제1회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치렀다. 삐라 살포 문제로 그해 10월 초 남북의 포격전이 벌어진 직후였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친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책에 담기도 했다. “4차 핵실험과 최강의 제재 속에서 북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현장감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고민했습니다.” 그는 “대북 제재는 북한 정권에 집중해야 하며, 일반 주민들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대북 제재를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스포츠, 문화 등 민생협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한다.

그런 까닭에 그는 지난 1월 쿤밍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3회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통일부의 권고로 연기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그는 새달 초 북한의 제7차 당대회 이후 다시 대회 승인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새로운 행사가 아니고 이미 두 차례 문제없이 진행된 국제대회인 만큼 통일부가 이번에는 승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그다음 목표로 남북 프로축구 챔피언전, 남북한 축구 리그 통합 등도 구상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지금보다는 훨씬 유연해져야 가능한 일이지만, 스포츠 교류로 먼저 물꼬를 트면 남북관계는 다시 한 단계 더 높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7일 오후 4시 고양시 덕양구청 대회의실에서 ‘벽을 넘어서’ 출판 기념회를 연다.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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