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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발레리 샤드린 총감독, 전훈 안똔체홉학회 의장. 사진 의정부음악극축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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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러시아 체호프 페스티벌 총감독 발레리 샤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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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로 한국 첫 방문해
국제연극협회연합 회장도 맡아
“한국 정부비판 작품 탈락에 놀라” 러시아 유학한 연출가 전훈씨
“체호프페스티벌 보며 큰 영향” 샤드린 총감독은 먼저 92년 시작된 체호프 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했다. “체호프 페스티벌은 꼭 체호프 또는 러시아 작품만 올리는 게 아니라 세계 연극의 흐름을 보여준다. 연극, 오페라, 고전과 모던발레에서부터 서커스까지 참여시킨다. 내년 25돌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 40개 나라 500여 작품이 올라갔다. ‘더 워’처럼 에든버러 등 다른 세계적인 축제와 공동제작하거나,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브라질·일본 등과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다.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전체 페스티벌 안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다. 아비뇽·보고타·시즈오카 축제 등과 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서 한국과의 협업에도 관심이 있다. “의정부음악극축제에 참여한 것도 협업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국에서 연극 몇 편을 봤는데, 이미 2017년 프로그램은 꽉 차 초청할 수 없다.” 전훈 연출은 체호프 페스티벌과 인연이 깊다. 92년 체호프 페스티벌이 시작되던 해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96년 페스티벌을 지켜보면서 ‘체호프 연극’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92년 페스티벌은 경황이 없어 못 보고, 96년에는 페터 슈타인, 피터 브룩의 체호프 작품을 보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때 나도 저런 페스티벌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체호프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체홉전용극장’을 만들고 체호프 작품만 공연하는 여름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전 연출은 당시 러시아의 골목을 돌면서 젊은 친구들의 작품을 많이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샤드린 총감독은 러시아에서는 체호프 작품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댄다고 했다. “체호프의 작품을 매우 비판적으로 본다. 페터 슈타인의 <세 자매>, 피터 루크의 <갈매기>, 피터 브룩의 <벚꽃동산> 정도만 인정을 받았다. 체호프 페스티벌에서 외국의 스타 연출가들을 초청해 러시아가 세계 연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외국 스타 연출가들만 데려오다 보니 러시아의 신인 연출가들은 소외됐다. 그래서 젊은 연출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 사실 그는 소련 시절 ‘검열’과 맞서 싸운 경험이 있다. 샤드린 총감독은 ‘한국에서 정부기관이 정부에 비판적인 작가를 지원 대상에서 탈락시키거나, 세월호를 연상시킨다고 공연 자체를 없앴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워했다. 그는 소련 시절 검열은 매우 심각했지만, 지금 러시아에선 “정부에 의한 검열은 사라지고, 작가의 자기검열만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체호프 페스티벌도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했다. “소련 시절에는 검열에 맞서 표현자유를 얻기 위해 싸웠다. 우리는 지금 러시아 연방정부로부터 33%, 모스크바시로부터 33%, 기업과 은행 등으로부터 33%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20여년간 작품을 넣으라거나 빼라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정부는 다만 돈을 줄 뿐이다. 페스티벌 조직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여 있어 감히 정치적으로 개입할 수도, 억압할 수도 없다.” 전 연출이 샤드린 총감독의 말을 이어받았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해요. 우리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좋은 철학을 계속 지켜간다면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전 연출은 샤드린 총감독한테 감사를 표시했다. “좋은 페스티벌을 오랫동안 지속시켜 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그걸 보고 영향을 받았고, 한국에서 ‘체홉전용극장’을 만들게 됐다. 이번에 한국에서 보여준 작품은 마치 ‘현대의 교향곡’을 듣는 것 같았다. 특히 판코프 연출가도 대단했다.” 전 연출은 현재 서울 대학로에서 체호프 원작의 <챠이카>(갈매기)와 <검은 옷의 수도사>를 올리고 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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