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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4 17:59 수정 : 2019.01.25 15:43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네번째 정례회의]

<한겨레>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는 지난 21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네번째 정례회의를 열어 지난달 한겨레 주요 콘텐츠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한겨레가 새해 기획으로 마련한 ‘1919 한겨레’와 탈원전·강사법과 관련한 팩트체크,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의 안락사 은폐 보도 등에 대한 평가와 제언이 주를 이뤘다. 이번 열린편집위원회에는 신광영 위원장(중앙대 교수·사회학), 김제선 위원(희망제작소 소장), 안지애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진민정 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서윤 위원(작가), 최선목 위원(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 김종구 편집인, 박현 신문콘텐츠부문장이 참석했다.

?신광영 위원장♣?] 이번 열린편집위원회는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지난 한달 동안의 한겨레 콘텐츠 중 인상적이거나 아쉬웠던 부분을 논의해 보자.

최선목 새해 기획으로 ‘1919 한겨레’를 제작해 매주 수요일 당시 시대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00년 전 지하신문 형식으로 조선 민중을 대변한다는 시도가 색다르게 느껴졌다.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고민과 독립정신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욕심을 부린다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숨겨진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거나 재조명했으면 좋겠다.

신광영 위원장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당시 조선의 역사를 좌우할 만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입체적인 기사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이 기획이 돋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3·1운동을 옛날 일로만 여긴다. 하지만 현재와도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3·1운동은 조선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벌어진 예외적인 외침이 아니라 러시아 혁명, 중국 5·4운동 등과 함께 세계적 민주화 운동의 흐름 속에 있었던 사건이다. 3·1운동만 강조하게 되면 이런 맥락을 놓칠 수가 있다. 외국에서는 당시 상황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보도했으면 한다.

최서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도 굉장히 재밌다. 다만 다른 언론사의 3·1운동 관련 기획과 비교해 보면 독자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역사적 사건과 현재와의 접점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널리 입소문나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작해야 감동을 줄 수 있다.

진민정 상당히 품이 많이 들어갔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획이다. 그러나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불분명해 보인다. 1월16일치 로자 룩셈부르크에 대한 기사는 그 당시를 잘 알고 있는 사람한테는 흥미진진할 수 있겠으나 모르는 사람에겐 정보가 충분치 않았다. 멋진 기획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이 아쉬운 기획이었다.

김제선 건국절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겨레가 역사의 뿌리를 찾아주려고 한 시도로 보인다.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보다 충성도 높은 독자를 떠나보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느껴졌다.(웃음) 갈수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기사가 소비된다. 그만큼 독자와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만들 때는 ‘어떻게 유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안지애 첫번째 신년호 특집은 감동적이었는데, 갈수록 지면이 예상 가능해진다. 조금 더 재밌게 기획을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요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유행이니까 당시에는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했을지에 대해 다뤄보는 것도 좋겠다. 사람들이 지금 관심 갖고 있는 부분을 천착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 16일치에 보도한 ‘탈원전 탓 미세먼지 악화?…‘주범’ 노후 석탄화력도 줄이는 중’ 기사나 토요판에서 새로 연재를 시작한 ‘국회의원이 사는 법’은 열린편집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흥미롭게 봤다.

신광영 위원장 ‘대학들 재정부담 막대? ‘대량해고 합리화’ 핑계!’(1월18일치)도 팩트체크 기사였다. 강사법 시행에 따른 대학들의 재정 지출 예상액이나 인원 감축을 두고 현재 사립대학과 강사노조 사이에 괴리가 크다. 어떤 주장이 진실인지 밝혀져야 정부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후속보도를 기대한다.

박현 부문장 위원장이 지적한 재정 지출 예상액과 인원 감축 규모를 둘러싼 대학과 강사노조 쪽 주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는 충분히 다루지 못한 것 같다. 강사법 관련 기획기사를 따로 준비하고 있으니 그런 내용뿐만 아니라 어떤 해결방안이 있는지도 담도록 하겠다.

김제선 지난 회의 때도 말씀드렸듯 한겨레 독자들이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 보도의 진실성을 따져볼 수 있는 내용도 팩트체크로 다뤄줬으면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겨레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인용 보도할 때 보다 신중했으면 한다. 지난해 12월26일치 신문에 ‘한국의 신입-고참 임금격차가 일본보다 크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는데 비교기준 자체가 다른 만큼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한겨레가 나름대로 균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자칫 진보매체조차 이익집단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김종구 얼마 전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가 있었다. 논쟁 지점도 많고 옥석을 가려야 할 내용도 있었다. 이번 사안에 대한 한겨레 보도에 대해서 평가해달라.

신광영 위원장 신재민 사건의 경우 폭로 내용이 지닌 의미와 함께 청와대의 개입이 갑질에 해당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런 쟁점들에 대한 판단을 하면서 기사를 써야 하지만 많은 매체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은 마치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워터게이트나 최순실 사건처럼 여기고 있다. 한겨레는 경중과 내용을 따져가며 보도하고 있다고 보지만 가끔 ‘다른 신문에서 보도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인상을 준다.

진민정 신재민 사건에서 주목한 건 내용보다 폭로 방식이다. 유튜브를 통한 폭로가 지닌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본다. 이제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을 때 더 이상 기존 언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앞으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제선 한겨레는 이 사안을 즉각 다루지 않고 기획재정부 해명이 나온 뒤에야 보도했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의미 있는 내부고발로 봐야 할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나도 속보보다 뉴스 가치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가 사실 여부에 대한 검증에 충실했는지 의문이 들고 그마저도 풍성하지 않았다.

진민정 ‘청담뷰티공단’ 보도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디지털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인포그래픽과 표가 세련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전반적으로 잘 만들었다. ‘열정페이’는 미용실 스태프만의 일은 아니다. 단순히 노동 착취 실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 좋았다. 한겨레가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다는 느낌인데 이런 방식을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했으면 한다. ‘어젠다(의제) 세팅’도 좋지만 ‘어젠다 키핑’ 역시 미디어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신광영 위원장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건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오래지 않아 똑같은 사건이 재발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사고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이슈에 대한 보도와 대안 제시 이후 실제 바뀐 게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바뀐 게 없다면 보도 효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추적보도를 계속해나가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안지애 ‘동물구조·모금 뒤 은밀한 안락사 ‘케어의 배반’’(1월12일치) 보도를 시작으로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등 관련 분석·후속 기사를 이어갔다.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개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설(‘반려인 1천만 시대’ 걸맞은 윤리·시스템 시급하다)을 통해 시스템 문제를 지적한 건 적절했다. 안락사 문제보다 더 심각한 건 생명을 물건처럼 여기고 귀여울 때만 아끼다가 결국 버리고 마는 소비주의가 아닌가.

최선목 한겨레는 과거 정권에서 현직 언론인의 정부 및 정치권 이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런 관점에서 여현호 전 한겨레 선임기자의 국정홍보비서관 임명과 관련한 발 빠른 입장표명은 시의적절했다. 이번 정권 들어 두명의 한겨레 고참급 인사가 청와대 비서진으로 옮긴 것에 대해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비판적 시각이 있는 상황에서 당일 회사의 입장을 신문에 게재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김제선 한겨레로선 아픈 부분이었을 텐데 이를 신문 지면에까지 실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균형발전의 토대를 놓는다는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숙원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겠다는 언급을 내놨다. 한겨레는 사설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매우 중요한 주제임에도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적었고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사안임에도 한겨레가 균형 잡힌 문제제기를 해줘서 다행이었다.

정리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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