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본류에 서식해 왔으나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의 ‘낙동강 수계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고유종 물고기들. 왼쪽부터 멸종위기종 1급인 흰수마자, 조개 속에 알을 낳는 습성을 지닌 줄납자루와 조개 가운데에서도 특히 재첩 속에 알을 낳는 것이 특징인 참중고기.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 경북대 계통진화유전체학연구소 채병수 선임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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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종 물고기 사라지는 4대강
흰수마자라는 물고기가 있다. 6~10㎝의 홀쭉한 몸체에 네 쌍의 흰 수염을 길러 제법 위엄을 갖춘 듯한 모습이지만, 조금만 위협을 느끼면 강바닥 모래 속에 몸을 숨기는 겁 많은 녀석이다. 낙동강에 주로 살고 금강과 남한강 등에도 일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종 1급 어류다. 이 흰수마자의 서식지 설명에서 앞으로 낙동강은 빼야 할지도 모른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낙동강 어류상 조사에서 2013년까지 발견됐던 이 물고기가 지난해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은 4대강 사업이 수생태계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2010년부터 4대강 사업 보 구간에서 해마다 모니터링을 진행해오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0년 첫해 낙동강 8개 보 상·하류 19개 지점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흰수마자는 상주보 상류 10㎞ 지점 등 본류 구간에서 9마리가 발견됐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2마리로 줄었고, 4대강 사업이 완공된 2012년과 2013년 1마리씩 채집됐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환경과학원의 ‘2014년 낙동강 수계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지난해 낙동강 8개 보 상·하류 등 19개 지점에서 어류 조사를 벌여 채집한 30종 3701마리의 물고기에 흰수마자는 끼지 못했다. 지난해 환경과학원 모니터링에서흰수마자·줄납자루·참중고기 등
낙동강 본류 서식 개체 확인 안돼
전문가 “흰수마자 특히 절멸 위험,
서식지 회복 없인 증식에도 한계” 흰수마자는 낙동강 본류에서는 경북 구미시 선산읍 감천 합류부 아래쪽에서 상류인 안동 사이 구간에 주로 서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본류 구간에서 4대강 사업 이후 이 물고기를 보기 힘들어진 것은 어류 전문가들한테는 놀랄 일이 아니다. 흰수마자는 강바닥에 모래가 깔린 수심 1m 이내로 얕은 곳과 여울이 있는 곳에 서식한다. 이런 생태 특성을 지닌 흰수마자가 강바닥 준설로 갑자기 수심이 몇 미터씩 깊어지고 여울이 모두 사라진 본류 환경에서 살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흰수마자종에게 닥친 더 큰 문제는 낙동강 본류 이외에 주요 서식지인 지류의 환경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대 서식지로 꼽히는 경북 영주에서 예천 사이 내성천은 중상류에 영주댐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강바닥이 거친 자갈로 덮여가면서 흰수마자에게 점점 가혹한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영주댐 건설 사업을 진행한 한국수자원공사는 내성천에서 흰수마자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자 지난해부터 지난 5월까지 인공 증식한 새끼 5천마리를 댐 하류 내성천에 방류하는 등 흰수마자 증식·복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악화되는 서식 환경을 그대로 둔 채 어린 새끼를 방류하는 것이 내성천에서 흰수마자를 지키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담수어류 전문가인 경북대 계통진화유전체학연구소 채병수 선임연구원은 “흰수마자를 지키려면 훼손된 서식지를 다시 회복시켜주는 방법밖에 없다. 아무리 많이 부화시켜서 내려보낸다 해도 살아갈 서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흰수마자의 또다른 서식지인 금강에서는 지난해 환경과학원의 보 구간 모니터링 과정에서 모두 7마리의 흰수마자가 발견됐다. 하지만 발견된 개체수와 발견된 구간을 함께 고려하면 이곳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2013년과 비교해 발견 개체수가 2마리 늘긴 했으나 발견된 구간이 14개 조사 구간 중 2곳에서 1곳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환경과학원은 ‘2014년 금강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금강의 흰수마자의 서식 실태와 관련해 “개체 풍부도와 분포역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과학원의 한강 보 구간 모니터링 과정에서는 4대강 사업이 막 시작된 2010년 지류인 경기도 여주의 복하천에서 한 차례 발견된 이후로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다. 채 선임연구원은 “4대강 사업에 의한 서식지 훼손으로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물고기가 아마 흰수마자일 것”이라며 “이 상태로 가면 현재 경남 산청 지역의 낙동강 지류에만 일부 남아 있는 여울마자와 함께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담수 어류 가운데 실제 절멸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 이후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고 있는 물고기는 흰수마자만이 아니다. 2013년 환경과학원의 낙동강 수계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됐던 우리나라 고유종인 줄납자루, 참중고기, 돌마자 등도 지난해 같은 모니터링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줄납자루와 참중고기는 수초가 있는 곳을 좋아하며 강바닥에 서식하는 조개 속에 알을 낳는 것이 특징이다. 돌마자는 하천 중류의 모래와 잔자갈이 깔려 있는 곳을 선호하는 물고기다. 이런 생태 특성들을 고려하면 이들의 ‘실종’에 4대강 사업에 따른 준설과 보 건설이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4년 낙동강 보 구간의 전체 어류상 조사 결과를 전년도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고유종 물고기는 종수뿐 아니라 개체수에서도 확연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에 조사에서 채집된 고유종 물고기는 9종 752마리로, 전체 채집 개체 4909마리의 15.5%였다. 2014년에는 4종 396마리로 줄었다. 전체 채집 개체 3701마리의 10.7%에 불과하다. 환경과학원의 4대강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4대강 사업 보 구간은 갈수록 귀화식물로 덮여가고 있다. 낙동강 보 구간의 귀화식물 종수는 2012년 35종, 2013년 41종, 2014년 47종으로 늘어났다. 금강 3개 보 구간에서도 2012년 전체 262종 가운데 35종(13%)이었던 귀화식물 비율은 지난해에는 280종 가운데 49종(17.1%)으로 늘었다. 분포 면적 비율은 같은 기간 17.5%에서 30.3%로 증가폭이 더 크다. 하천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는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 가운데 흐르는 물을 선호하는 날도래목과 하루살이목이 개체수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오염 내성이 강한 파리목의 깔따구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대부분의 4대강 보 구간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환경과학원의 4대강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에서는 하천 습지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류 조사가 빠져 있고, 물고기 집단 폐사나 보 구간의 큰빗이끼벌레 등 대형 동물 대량 출현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어 4대강의 생태 변화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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