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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26 20:16 수정 : 2016.01.27 13:08

경북 포항시 영일만 해안가의 한 화석 산지 모습. 미처 덜 굳은 이암 속에 나뭇잎 등 다양한 생물 화석이 나온다. 퇴적층이 형성되던 당시는 동해가 확장해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던 때였다. 곽윤섭 선임기자

‘화석의 보고’ 포항 두호동

나뭇잎부터 물고기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화석이 풍부하게 산출되는 곳이 있다. 영일만 건너 포스코의 공장들이 보이는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해안도로변이다. 화석 연구자는 물론 아마추어 화석 동호인 사이에 ‘신생대 화석의 보고’로 오랫동안 알려진 곳이다.

14일 환호공원 옆 화석산지를 찾았다. 포항시의 택지 개발과 도로 건설로 대부분의 화석산지가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몇 곳 가운데 하나다. 도로 확장을 위해 잘라낸 산자락에 연한 갈색의 이암층이 드러나 있다. 이곳은 신생대 마이오세 중·후기인 1600만~1100만년 전 쌓인 퇴적층이다. 이곳에서 참나무, 오리나무 등 식물을 비롯해 갯가재, 게, 벌 등 곤충, 성게, 거미불가사리, 조개, 물고기 등의 화석이 나왔다.

이봉진 박사(경북대 고생물학연구실)는 “이곳은 좁은 지역에서 매우 다양한 화석이 나오는 곳”이라며 “홍수 때 휩쓸려 들어온 육지 생물과 바다 생물 화석이 모두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곳에서 세계적으로 드문 대규모의 거미불가사리 화석 집단을 찾아내기도 했다. 4m 두께의 퇴적층에서 1574개체의 거미불가사리 화석을 찾아냈는데, 죽으면 며칠 안에 분해되는 약한 몸을 지녔는데도 팔의 끄트머리와 가시 등 미세한 구조까지 온전하게 보존된 상태였다. 이 박사는 “불가사리가 산 채로 급속하게 매몰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퇴적이 천천히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도 있다. 도로변 퇴적층 사이에는 지름 1~3m 크기의 렌즈 모양을 한 결핵체가 여럿 끼어 있다. 유기물이 많은 퇴적층 안에서 이물질이 한가운데로 침전해 성장한 것으로, 오랜 기간 퇴적층이 서서히 쌓였음을 보여준다.

퇴적 당시의 환경이 어땠는지는 불확실하다. 얕고 따뜻한 환경에서 자라는 생물과 깊은 바다 생물이 모두 나온다. 동행한 김태완 박사(대구 청구고 교사)는 “활엽수와 침엽수 잎 화석이 번갈아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바다가 열렸을 때는 구로시오난류 영향을, 닫혔을 때는 한랭 기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산출된 화석을 보관 전시하는 박물관은 없다. 화석산지 자체도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돼 있다. 이봉진 박사는 “퇴적층이 미처 암석으로 굳기 전이어서 비만 와도 쉽게 부서진다. 보호조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포항/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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