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퇴우 정념 스님은 “출가 경험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는 깨달음에 이르는 마음의 씨앗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한 달간의 단기 출가는 일반인이 참여해 삭발을 하며 행자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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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출가학교 교장 정념 스님
머리 깎고 같은 색 옷을 입는다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상처 주고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
책임과 의무의 명분으로
욕망과 집착 위장
처음엔 두려움일 수 있지만
버리면 상상도 못했던 자유 만나
“모든 것을 버린다는 것이 처음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상상하지 못했던 자유와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버리기 위해 먼저 머리를 깎는다.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라고 부른다. 잡초처럼 무성한 어리석음이라는 뜻이다. 또 물들인 같은 색깔의 옷을 입는다. 버리기 위해 왜 먼저 머리카락을 자르고 똑같은 옷을 입는 것일까? 개성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개성을 표현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 헤어스타일과 패션이기 때문이다. 개성을 없애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삶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고통은 ‘나의 영역’과 ‘너의 영역’이 충돌하면서 생겨난다.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이 부딪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네가 좋아하는 것이 부딪치고, 나의 행동 방식과 너의 행동 방식이 부딪칠 때, 파열음이 발생한다. 한쪽이 상처를 입거나, 서로가 상처 입는다. 부처는 기발한 충돌 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만들었다. 삭발과 같은 옷을 입는 것이다.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고집을 부리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출가는 세상 인연 끊는 것이라고?반은 맞고 반은 틀려 다툼과 갈등을 떨어내고
용서와 포용으로 거듭나는 것 12년 전 학교 열어 3000여명 졸업
그 가운데 150명 실제로 출가
초기엔 입학 경쟁률이 5대1까지 한 달간 세간 떠나 행자생활 경험 정념 스님(60·월정사 주지)은 자신있게 권한다. “개성을 없앤다는 것, 고정관념을 버린다는 것,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전엔 몰랐던 거대한 나와 마주할 것이니까요.” 정념 스님이 12년 전 오대산 월정사에 단기출가학교를 만든 이유다. 단기출가학교는 한 달간 세간을 떠나 행자생활을 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대상이다. 그동안 3000여명이 이 단기출가학교를 졸업했고, 그 가운데 150명은 실제로 출가했다. 초기엔 입학 경쟁률이 5 대 1까지 치솟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출가는 집을 떠나는 것이다. 가족과 사회와의 인연을 끊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어렵다. 정념 스님 역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가했다. 정념 스님께 물었다. “출가는 사회 구성원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도피하는 것이 아닌가요?”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이 붙은 당신의 짐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힘겹더라도 계속 짊어질 가치가 있는 것인가요? 정말 당신과 당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약속하는 것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에게 출가를 권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세요. 우리는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을 붙여 욕망과 집착을 위장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책임과 의무를 짊어진 당신은 보람되고 즐거우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잠시 그 짐을 내려놓아 보십시오. 지친 발걸음으로는 멀리 갈 수 없습니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길게 숨을 고르고 나면 당신은 더욱 경쾌한 발걸음으로 길을 나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단기 출가입니다.” 향기 풍길 자신 없으면 묵언 수행
오대산 월정사 일주문에서 주불전에 이르는 약 1㎞의 전나무 숲길은 침엽수의 기운차고 차가운 기운이 보는 이의 정신을 맑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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