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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8 18:56 수정 : 2016.07.08 19:23

[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나우 유 씨 미2

3년 만에 등장한 <나우 유 씨 미 2>는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음에도 마술사기단보다는 미션임파서블 팀의 어설픈 흉내를 지켜보는 듯한 아쉬움을 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는 점점 잊혀져가는 성룡(이 이름만큼은 부디 ‘청룽’으로 고쳐 표기하지 않아주셨으면 한다) 형님이 남긴 수많은 육탄액션 장면들 중 최고의 장면은 무엇인가. 여러 의견들이 존재하겠으나 나는 그가 출연한 영화들의 말미에 붙어 있는 엔지(NG) 장면들, 그중에서도 그의 부상 장면들이야말로 그를 전세계 영화판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든 주역이라 생각한다.(부상 당사자인 성룡 형님께는 대단히 송구스런 마음 품으며) 그랬다. 그린스크린이 지배하기 전, 기껏해야 와이어와 에어매트리스 정도가 지배하던 시대에 최소한의 생명보호 장치마저 거부하며 몸을 던지다 불의의 실수 및 사고를 당하는 그의 모습은 거의 전율에 가까운 압도감이었다.

그 영웅적 엔지의 종언을 가져온 것은 성룡 형님의 연세와 젊고 팔팔한 옹박류의 배우들의 등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지(CG)였다. ‘인간 시지’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성룡 형님께는 언뜻 아이러니해 보인다만, 생각해보면 그 별명이야말로 사실 성룡 형님이 맞이할 미래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도 냉정한 예언이었다. 진짜 시지가 인간 시지를 대체하는 건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카드 감추고 날리고 받기

<나우 유 씨 미> 1편(이하 ‘1편’)이 그 수많은 결점과 구멍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웠던 건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다. 마술과 영화는 ‘눈속임’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와 달리 마술은 기본적으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실시간 퍼포먼스라는 제약이 있는 게임이다. 하여, 시간과 시선이 철저히 통제되는 세계인 영화 속에 들어오는 순간 마술의 모든 재미와 매력은 휘발된다. 즉, 영화에 등장한 마술은 심지어 그것이 실제로 마술이었다 해도 ‘그래봐야 시지(또는 편집트릭, 또는 특수효과)잖아?’라는 관객의 고정관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이것이 마술을 다룬 영화들이 주로 마술사들의 무대 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온 이유다).

하지만 1편은 과감하게도 마술을 이야기의 메인엔진으로 채택하고 그 마술쇼를 실제 마술쇼의 ‘실황중계’처럼 보여주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수많은 컷 분할, 특수효과, 시지 등 영화적 ‘트릭’뿐 아니라, 살짝만 따져도 줄줄 끌려나오는 허점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시다시피 그 핵심은 영화 속 마술들에 대한 사후 해설에 있다. 1편은 영화의 주인공 마술팀인 ‘포 호스맨’이 벌이는 주요 마술에 대해선 거의 예외 없이 원리를 설명하고 넘어간다. 영화는 이를 전담하는 ‘태디어스’(모건 프리먼)라는 캐릭터까지 두고 있는데, 업계의 영업비밀을 폭로해서 먹고사는 이 기생충풍의 인물은 사실 영화에선 핵심 중 핵심인바, 그가 폭로한 마술 기법의 휘발성, 즉석 설득력이 없었다면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지루한,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3년 만에 등장한 <나우 유 씨 미 2>(이하 ‘2편’)는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마카오와 런던, 동서양 양쪽에 빨대를 꽂는 로케이션으로 화려한 무대를 세팅한다. 여기에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신규 악의 축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새로운 색채까지 가미하고 있는데, 과연 2편은 짜고 치는 고스톱의 함정으로부터의 탈출 묘기를 보여줄 것인가.

안타깝게도 2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예컨대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소형 마술 하나를 보자. 나름 ‘의적’을 자처하는 주인공 마술팀인 ‘포 호스맨’의 프런트맨 격인 ‘다니엘’(제시 아이젠버그)의 거처에 새 여성멤버 ‘룰라’(리지 캐플런)가 잠입해 있다(물론 옛 여성멤버인 ‘헨리 리브스’(아일라 피셔)에 대한 언급은 토끼똥만큼도 없다). 그녀는 집 안의 집기들을 주섬주섬 엮어 만든 다단계 기계장치로 단두대를 작동해 본인의 목을 자르는 마술을 선보이는데, 일단 수많은 영화들에서 써먹은 이런 ‘발명품들’(Inventions)(루브 골드버그)풍의 장치부터 전혀 새롭거나 기발할 것 없을 뿐 아니라, 그 대미를 장식하는 기요틴 마술 또한 따분하기 짝이 없는 마당에, 목이 붙어 있는 진짜 ‘룰라’는 한 차례 컷이 끼어든 뒤에야 등장하니 이래서야.

물론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영화가 그 플롯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세상 모든 컴퓨터에 침입할 수 있는 칩’을 악의 축의 소굴로부터 훔쳐내는 나름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포 호스맨’ 팀이 선보인 카드 감추고 날리고 받기 액션은 <스텝 업> 시리즈 두 편을 만든 감독의 연출답게 나름 고심해 안무한 흔적이 역력했다만, 닌자 표창마냥 허공을 가르는 카드나 셔츠 속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카드 등등을 묘사한 시지로 인해 그 액션 전체가 ‘그래봐야 시지잖아?’의 굴레 안에 갇힌 슬랩스틱으로 주저앉고 만다. 이렇듯 2편은 마술사기단보다는 미션 임파서블 팀의 어설픈 아류를 보는 듯한 감흥을 안긴다.

또한 초반에 등장하는 첫 번째 대형 마술쇼는, 주인공 ‘딜런’(마크 러펄로)과 그의 휘하의 마술팀 ‘포 호스맨’(배우 이름 생략)이 사용자들의 정보를 빼돌리는 칩이 숨겨진 거대 휴대폰 회사의 신제품 발표회장에 침투하여 그 음모를 폭로하고 쑥대밭으로 만드는 정의의 사도적 마술쇼이다. 그런데 변장과 위장신분, 주의분산 등의 기법을 동원해 발표회장의 컨트롤 룸에 침투, 그를 장악하여 무대 디스플레이에 자신들의 모습을 아로새기며 음모를 폭로하는 이들의 ‘마술쇼’는 사실상 마술쇼라기보다는 잠입침투 액션이다. 물론 그 잠입침투에 사용된 기법들은 걸어가며 옷 갈아입기, 자기 팔 썰기, 소지품 순간 바꿔치기 등의 마술기법이긴 하다만, 굳이 마술기법이 아니더라도 그런 목적은 얼마든지 달성 가능함을 우리는 미션 임파서블이나 오션스 시리즈 등등을 통해 질리도록 보아온 터다. 더구나 그 마술 기법이 잠입침투 액션의 기법들에 비해 조금도 흥미롭지 않음에야.

마술을 메인엔진으로 살리고
실황중계하듯 보여주는 1편
3년 만에 선보이는 2편에선
화려한 로케이션 내세웠으나

‘그래봤자 시지잖아’ 인상 주고
잠입침투 액션물이란 느낌
1편 취약점이었던 최면술이
결정적 대목마다 등장하다니

제다이 포스 속으로 나들이?

결정타는 그 휴대폰 회사의 시이오로 하여금 자기 입으로 자기 음모를 폭로하게 하는 데 사용된 기술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최면술이다. 이른바 ‘멘탈리스트’인 ‘메리트’(우디 해럴슨)라는 캐릭터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이 최면술은, 나름 최대한 절제되어 사용되었던 1편에서조차 마술트릭의 개연성에 구멍을 내는 최고의 취약점이었는데, 이번 2편에서는 에라 모르겠다, 결정적인 대목마다 등장하여 모든 난제를 해결해주는 마스터키로서의 위력과 사용빈도를 거침없이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오비완 커노비가 노니는 아주 오랜 옛날 머나먼 은하계의 제다이 포스 속으로 순간 나들이 보내곤 한다.

영화는 ‘과학이 마술을 이긴다’는 악의 축 ‘월터’(대니얼 래드클리프)의 대사를 통해서 역으로 과학에 대한 마술의 우위를 증명하려는 의욕을 내비친다. 하지만 아서 C. 클라크가 말했듯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 그 자체이고 영화의 세계 안에서 이미 그것은 오래전부터 현실이 되어 있었다는, 의무교육을 이수한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사실을 모래에 머리를 박은 타조마냥 애써 무시하며 시작된 이 영화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뚫고 도달한 종착지가 관람 그 자체만으로 거의 지적 자해행위처럼 느껴지는 어이없는 반전이었음은 전혀 놀랍지 않다.

사실상 이 영화의 가장 놀라웠던 건, 다름이 아니오라 그 수많은 트릭과 마술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그것이 어떻게 한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는 안타까운 결론으로 감별 소견에 갈음한다.

한동원 영화칼럼니스트
한동원 영화 칼럼니스트. 병아리감별사 업무의 핵심이 병아리 암수의 엄정한 구분에 있듯, 영화감별사(평론가도 비평가도 아닌 감별사)의 업무의 핵심은 그래서 영화를 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에 대한 엄정한 판별기준을 독자들께 제공함에 있다는 것이 이 코너의 애초 취지입니다. 뭐, 제목이나 취지나 호칭 같은 것이야 어찌 되었든, 독자 여러분의 즐거운 영화보기에 극미량이나마 보탬이 되자는 생각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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