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서울 여의도역 사거리에서 연 이명박 후보의 거리유세에서 이 후보가 도착하기 전 당 선거 관계자들이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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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
2007년 11월 서울 여의도역 사거리에서 연 이명박 후보의 거리유세에서 이 후보가 도착하기 전 당 선거 관계자들이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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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거리에서 확성기 사용이 가능해졌다. 1995년 6·27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 사이에 선거 로고송은 물론, 이 노래를 틀어대기 위한 차량과 고성능 스피커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가 유행하던 때였다. 이를 개사해 ‘기호 ○번 찍고~’ 등이 유행을 탔다.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해 ‘○○산 ○○산 ○○이 놀던 땅, ○○시는 ○○○’라며 지명과 자신의 이름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 1996년 4·11 총선
신한국당이 당시 히트곡 ‘넌 그렇게 살지마’(박미경)의 가사를 ‘네가 말한 대로 믿고 싶었지만 우린 너의 속마음을 알아~’로 개사했다.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정계은퇴 번복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또 이은하의 ‘아리송해’를 ‘아리송해, 아리송해, 20억뿐인지가 아리송해’로 바꿔, 당시 야당의 정치자금 문제를 건들기도 했다. 이에 국민회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최대 히트곡 ‘난 알아요’를 들고 나왔다. ‘난 알아요. 와이에스의 비자금을’.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막혀’는 ‘와이에스가 기가막혀’가 됐다. 당시 각 정당과 총선 후보자들이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노래를 가져다 마구 바꾸는 통에 저작권 시비가 붙기도 했다.
2006년 5월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신촌에서 열린 유세에서 로고송에 맞추어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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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의 승리가 아닌 로고송의 승리였다.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캠프는 그룹 ‘디제이 디오시’의 노래 ‘디오시와 춤을’을 로고송으로 단돈 500만원에 가져다 썼다. 텔레비전 정치광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관광버스 춤을 추는 파격을 선보였다. 정치광고에서 구호가 사라지자 표가 쏟아졌다. ♬♪ 2000년 4·13 총선
여야 사이에 흡사 대권을 두고 다투듯 이정현의 ‘바꿔’ 쟁탈전이 벌어졌다.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 이 정도로 강력한 프로파간다와 대중선동성을 갖춘 노래는 다시 없을 듯했다. 정치권 물갈이를 바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권은 물론 낙선·낙천운동을 벌이던 시민단체들도 눈독을 들였다. 현역의원을 잡으려는 정치신인들도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당시 이정현씨 쪽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만 노래 사용을 허락할 수 없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 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눈물을 흘렸다. ‘상록수’였다. 그걸로 게임은 끝이었다. ♬♪ 2004년 4·15 총선~2006년 5·31 지방선거
2002년 월드컵 바람을 타고 ‘오! 필승 코리아’가 대박을 치자 이를 선거 로고송으로 쓰려는 이들이 많았다. 한나라당은 혼성그룹 ‘거북이’의 댄스곡 ‘빙고’와 동요 ‘아빠 힘내세요’를 로고송으로 썼는데, 편곡 과정에 당시 박근혜 대표가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9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중국 쪽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애창곡이라고 알려진 ‘빙고’를 오찬 행사 음악으로 연주했는데, 애창하게 된 계기는 2006년 지방선거 로고송이었던 셈이다. ♬♪ 2007년 대선
2007년 대선 로고송의 절대강자는 박현빈이었다. 이명박 후보에게 ‘오빠만 믿어’, 정동영 후보에게 ‘빠라빠빠’, 권영길 후보에게 ‘곤드레만드레’를 부르게 해줬다. 당시 원더걸스의 ‘텔미’는 대선 주자들의 엄청난 구애를 받았지만, 원더걸스는 아무런 답도 ‘텔’해주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의 로고송 가운데 하나는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용안’을 떠올리면 상당한 미스매치인데, 어쨌든 대선은 크게 승리했다. 노브레인이 1999년 낸 앨범에 실린 ‘아주 쾌활한’이라는 노래 가사를 생각하면 ‘넌 내게 반했어’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건너간 것 역시 미스매치라고 하겠다. 가사는 이렇다. ‘문민정부 ×까는 소리 / 문민정부란 개소리는 개한테나 줘버려라 / ×발 청와대 ×발 안기부’. ♬♪ 2008년 4·9 총선
당시 총선은 보수·진보 모두 정치세력들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고 분열하며 후보자가 급증했고 로고송 시장 역시 확 커졌다. 후보들이 선호하는 트로트의 경우 송대관의 ‘유행가’, 장윤정의 ‘어머나’가 인기를 모았다. 2007년 대선에서 괴력을 과시한 가수 박현빈은 ‘샤방샤방’ 등을 개사한 200여곡의 선거 로고송을 불러 제꼈다.
2006년 5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지방선거 로고송에 맞춰 율동을 취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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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황태자에서 선거 로고송 황태자로 등극한 가수 박현빈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 로고송을 1000곡 이상 녹음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해 12월19일 치러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는 고 신해철씨의 노래 ‘그대에게’를 대선 로고송으로 사용했다. 신해철씨가 숨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제가 아는 신해철씨는 불합리한 것에 앞서서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가진,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대선 때 유세하러 가는 곳마다 울려퍼지던 ‘그대에게’의 벅찬 음악은 제게는 평생의 고마움입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박근혜 후보는 포미닛의 ‘핫이슈’를 개사해 ‘기호 1번 박근혜가 핫이슈~’라고 했다. 당시 글로벌 히트곡이었던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저작권자인 싸이 쪽이 반대해 어느 쪽도 사용하지 못했다. ‘근혜 스타일’ ‘재인 스타일’이 사라지며 다행히 이들이 말춤을 추는 장면은 보지 않아도 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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