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12.23 09:56 수정 : 2015.12.23 14:21

2015년 사건·사고 현장을 누볐던 <한겨레> 사진기자들이 한해를 마감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사진을 꼽아 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팍팍한 우리 현실탓인지 ‘무거운 사진’이 많습니다. ‘유쾌발랄’한 모습이 많이 보이는 2016년을 기대하며 ‘2015년 나의 사진’을 11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정우 선임기자가 꼽은 사진입니다.

② 예고된 백남기 사태

눈 먼저 가려라…예고된 백남기 사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눈 먼저 가려라

지난 11월14일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가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흔이 다된 농민을 살수포로 사경에 빠트린 경찰의 과잉진압은 진즉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노동절을 맞아 세월호 참사 유족과 노동자, 시민들이 함께 거리에 나섰던 지난 5월1일,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려던 시위대는 안국역 네거리에서 경찰의 차벽에 가로막혔습니다. 차벽을 앞에 두고 집회가 이어지자 경찰은 몇 차례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 방송을 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경찰 저지선 뒤에 대기하고 있던 살수차가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시위대를 향해 살수를 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물대포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는 바로 경찰과 시위대의 경계에서 취재를 하고 있던 기자들을 향했습니다. 물대포를 맞는 세월호 유족과 시민들을 경찰버스 위에서 기록하려던 사진·영상 취재기자들은 자신들을 향해 쏟아진 최루액 섞인 물줄기에 혼비백산해 흩어졌습니다.

7~80년대 군사독재 시절, 경찰은 폭력적 진압에 앞서 사진기자들을 구타하거나 현장에서 격리해 ‘공공의 눈’을 가리기 일쑤였습니다. 폭력배들도 폭력을 행사하기에 앞서 공포감을 키우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눈을 먼저 가리지 않습니까? ‘눈’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엄혹한 시절이 다시 돌아왔나 봅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겨레 사진기자들이 꼽은 ‘2019년 마음 한 장’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