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9.08 10:24 수정 : 2019.09.08 20:24

엘지(LG)전자가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 8K 티브이(TV) 저격용으로 설치한 것. 베를린/신다은 기자

송경화의 올망졸망2

베를린 IFA서 간판에 “REAL 8K”라 적더니
양사 TV 붙여놓고 “삼성 선명도 떨어진다”
4K땐 반대로 삼성이 “LG 선명도 ↓” 공격
삼성 QLED-LG 올레드 앞세워 세계 1·2위
‘정체기’ 2억 TV시장서 프리미엄 주도권 싸움

엘지(LG)전자가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 8K 티브이(TV) 저격용으로 설치한 것. 베를린/신다은 기자
요즘 독일 베를린에선 국제가전박람회(IFA)가 한창입니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티브이(TV), 냉장고 등을 전시하며 기술력을 뽐내고 있는데요. 이번에 엘지전자가 다음 티브이 시장을 지배할 ‘8K(8000)’를 두고 삼성전자를 정조준했습니다. 좀 작정한 듯합니다.

키워드부터 ‘리얼(Real·진짜) 8K’라고 잡았습니다. 전시장 주위에 설치된 간판에 아예 저렇게 적었는데요. 자신들이 ‘리얼’이라고 어필하려는 것은 반대로 ‘리얼이 아닌 것’을 공격하기 위해서겠죠.

전시장 안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엘지전자 코너엔 티브이 두 대가 나란히 붙어있는데, 하나는 삼성전자의 75인치 큐엘이디(QLED) 8K 티브이이고 다른 하나는 엘지전자의 75인치 나노셀 8K 티브이입니다. 엘지 티브이 위엔 ‘리얼 8K’라고 적었고, 삼성 티브이 위엔 ‘Other 8K’라고 적었습니다. 엘지전자의 화질선명도(CM·Contrast Modulation)는 90%인 반면 삼성 것은 12%에 불과하다고 엘지전자는 주장했습니다. 양사가 소속된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화질선명도 50% 이상을 8K의 기준으로 삼고있는데 삼성전자는 미달된다는 것입니다. 국제 박람회장에서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을 나란히 붙여놓고 공격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엘지전자는 ‘깨알 공격’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1위 삼성전자는 큐엘이디 티브이를, 2위 엘지전자는 올레드(OLED) 티브이를 각각 대표 상품으로 홍보하고 있죠. 프리미엄 시장을 두 제품으로 각자 공략중입니다. 이날 엘지전자는 ‘8K 큐엘이디’ 공격에 자사 대표 제품인 올레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왜일까요?

삼성 큐엘이디는 백라이트에서 빛을 쏴줘야 하는 엘시디(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사용하는 반면 엘지의 올레드는 유기 물질이 자체 발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입니다. 엘지전자가 이번 ‘삼성 공격’에 사용한 ‘나노셀 8K 티브이’는 큐엘이디처럼 엘시디 티브이고요. 엘지전자 관계자는 “올레드는 차원이 다른 티브이기 때문에 (큐엘이디와의 대조에) 나노셀을 전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엘지전자는 큐엘이디를 ‘저격’하는 광고도 8일 한국에서 공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엘시디 패널에 퀀텀닷(QD)필름을 입혀 기존 엘시디 티브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반박합니다. (이 얘기는 또 깁니다. 자세히 풀어놓은 기사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왜 만날 TV가지고 싸우냐면요.> 한겨레 사이트에서 링크가 작동합니다.)

엘지(LG)전자가 8일 공개한 광고. 자사 올레드 티브이(TV)와 삼성전자의 큐엘이디(QLED) 티브이를 대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엘지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어떤 반응을 내놨을까요. 현장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1등을 따라하려 하고 헐뜯는다”며 “엘지전자가 제시한 기준이 합당한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을 총괄하는 김현석 사장은 “좋은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시장이 크려면 이슈가 있어야 한다”며 ‘대인배’ 느낌의 피드백을 한 것인데요. 두 사람 다 “화질선명도가 12%에 불과하다”는 엘지전자의 주장 자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가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티브이 기사를 유심히 봐온 독자분들은 이번 논란을 보고 ‘어디서 많이 본 얘기같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3년 전 ‘4K(UHD)’ 기준을 논할 때도 이 화질 선명도(CM)를 두고 두 회사가 싸웠습니다. 그 땐 삼성전자가 엘지전자를 공격하는 형국이었는데요. 삼성전자는 엘지전자의 ‘RGBW’ 방식에서 해상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4K가 아닌 3K”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채택한 ‘RGB’ 방식의 화질 선명도는 95%에 달하는데 엘지의 방식으론 60%에 불과하다며 공격한 것이었는데요. 2016년 5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는 정기총회에서 RGBW를 4K로 인정하되 화질 선명도 값을 수치로 표기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삼성전자는 “4K 티브이 고르실 때 선명도를 꼭 확인하세요!”라며 이를 홍보 문구로 사용하기도 했죠.

연간 출하량 2억대 규모의 티브이 시장은 현재 4K 해상도가 주류인데요. 4배 더 선명한 8K 티브이를 지난해 삼성전자, 올해 엘지전자가 상용화하면서 향후 ‘8K 시대’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입니다. 4K 초반 때는 물론 이번 8K 기술력 논란은 결국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죠. 티브이 시장은 현재 2억대에서 ‘정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수익 증대를 위해 양사는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시장’을 더욱 공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전시된 삼성전자 큐엘이디(QLED) 8K 티브이(TV). 삼성전자 제공
양사의 기싸움은 비단 티브이 제조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계열사와의 이해관계에도 얽혀 있어 복잡한 양상입니다. 엘지는 올레드(OLED) 티브이 진영을 선도하고 있죠. 올레드 티브이에 사용되는 대형 올레드 패널은 엘지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 생산중입니다. 중국산 ‘저가’ 엘시디 패널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엘지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엘시디 사업에도 타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업계에선 엘지와 달리 스마트폰용 중·소형 오엘이디(OLED)만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곧 대형 오엘이디 패널 생산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삼성 쪽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엘시디 패널의 큐엘이디 티브이로 세계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사이에 노선 정리가 안 된 영향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는 오는 11일(현지시각)까지 이어지는데요. 두 회사의 신경전은 향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 저는 한국에 있고요. 남은 기간 생생하면서도 재미있고 의미까지 짚는 자세한 소식은 <한겨레> 신다은 기자가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마구마구 전해올 예정입니다. 신, 신기자…. 쪼, 쪼는 건 아니고….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송경화의 올망졸망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