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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6 09:23 수정 : 2016.09.09 11:09

틀비계서 떨어지고
이동하다 넘어져 부상 일쑤
안전모 쓰라지만 시야 가려 위험
선로 바닥 청소하다 사고 위기
용역업체는 안전강화 팔짱

<한겨레> 정은주 기자가 지난 3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 안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천장 청소 때 사용하는 틀비계에 올라가 천장 쪽으로 손을 뻗고 있다.
지난 4월2일 낮 1시께 서울 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50~60대 여성 청소노동자 3명이 역 천장을 청소하다 틀비계에서 떨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틀비계는 철물과 발판을 끼워맞춰 임시로 설치한 에이치(H) 모양의 공중 구조물이다. 청소노동자 2명이 구조물의 밑부분을 잡고 이동하다가 바퀴가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에 걸려 구조물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너진 일부 철물이 넘어진 청소노동자들의 다리를 덮쳤다. 골절은 없었지만 몇 달간 피멍이 남았다.

이들 청소노동자는 서울 지하철 5·6·7·8호선을 청소하는 ‘서울도시철도 그린환경’(그린환경) 소속이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자회사인 그린환경은 “사고 당시 안전모를 쓰지 않았고, 3명이 한꺼번에 구조물 위로 올라갔다”며 부상한 청소노동자 5명 모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린환경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때처럼, 지킬 수 없는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이를 어겼다고 징계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지하철역 천장을 청소하는 ‘고소 작업’은 봄과 가을에 한달씩 이뤄진다. 지하철 1·2·3·4호선을 청소하는 서울메트로환경(메트로환경)이 일부 구간만 전담 인력을 편성해 청소를 맡기지만, 나머지는 1~8호선 모두 50~60대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몫이다. 오전과 오후 근무조가 함께 일하는 낮 2시간 동안 청소노동자들은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구조물을 옮겨가며 역 천장을 닦는다.

기자는 지난 3일 한 지하철역에서 고소 작업을 하는 구조물에 직접 올라가봤다. 구조물 계단은 폭이 좁고 길어 오르기가 몹시 힘들었다. 게다가 끼워맞춘 철물과 발판은 낡아서 계속 삐거덕거렸다. 몸을 의지할 곳이 없었다. 구조물 발판에 겨우 올라서 팔을 뻗었지만 천장이 닿지 않았다. 역 천장을 모두 청소하려면 이 구조물을 수백 차례 이동시켜야 한다.

회사 쪽은 청소할 땐 모두 구조물에서 내려왔다가 구조물을 이동시킨 뒤에 다시 올라가 작업을 하라고 지시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소노동자 박지연(가명·62)씨는 “덜커덩거리는 철판에 양동이를 엎어놓고 한쪽 다리로 그곳을 지지하며 마대걸레로 천장을 닦아야 했다”며 “청소시간이 하루 2시간으로 정해져 있는데다 구조물 계단이 위험해 청소한 사람들이 앉아 있는 상태에서 구조물을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회사의 지시를 따르면 한달 만에 지하철역 전체를 청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전모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꾸 흘러내리고 시야를 가리면 더 위험하다”고 항변한다. 최근엔 회사가 보안경과 마스크까지 착용하라고 한다. 기자가 직접 안전모와 보안경, 마스크를 써보니, 금세 더운 입김이 얼굴을 뒤덮어 숨이 턱 막혔다.

아찔한 사고를 경험한 청소노동자는 또 있다. 지난 7월24일 밤 0시9분께 서울 지하철 6호선 월곡역 청소노동자 5명은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열고 지하철역 선로로 내려가 노반(바닥) 청소를 준비했다. 그린환경은 한달에 두번씩 지하철역 노반을 물청소하도록 지시한다. 메트로환경에는 없는 청소 작업이다. 이날 청소노동자 1명은 야광 조끼를 입고 선로 양쪽 끝에 경광봉을 설치했다. 나머지 4명은 승강장 위에서 청소장비를 챙겼다. 그때 여객 운행을 마치고 회송하던 전동차가 월곡역으로 들어왔다. 기관사가 경광봉을 보고 급제동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잇단 안전사고에도 이곳에선 오는 12일부터 가을철 고소 작업이 예정돼 있다. 선로 바닥 청소도 예전과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찬배 위원장은 “일본 지하철은 고소 작업이나 전동차 청소를 전담하는 최신 기계와 전문가가 있고 청소노동자는 일상적인 청소 작업만 맡는다”며 “우리도 전담반을 편성해 인재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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