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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10 20:20 수정 : 2016.10.11 10:51

2014년 개정 따라 2009년 이전 대출도 소급적용
높은 등록금, 2.9% 이자율 등은 여전히 문제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각 대학 총학생회 대표자 등이 지난 1월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등록금 인하 등을 촉구한 뒤 학교 쪽과 등록금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하는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처음에는 제가 이렇게 학교를 오래 다닐 줄 몰랐어요. 6년 정도면 취직해서 돈을 벌고 있으려니 막연하게 생각했던 거죠.”

서울의 한 약학대학에 다니고 있는 유정민(가명·26)씨는 원래대로라면 지난해부터 매달 25만원가량의 대출금 상환을 시작해야 했다. 2009년 유씨가 처음 다녔던 학교에서 빌린 학자금 대출의 거치 기간이 끝나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유씨는 2009년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 입학했다. 처음 받은 등록금 고지서엔 400만원이 훌쩍 넘는 액수가 찍혀 있었다. 이전까지는 만져본 적도 없는 거액이었고, 부모님도 그런 큰돈을 대줄 수 없었다. 유씨는 연 6% 금리로 은행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후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렇게 네 학기 동안 네번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유씨는 중간에 진로를 바꿔 2014년 서울의 한 약학대학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4년을 더 공부해야 했다. 처음 학자금 대출을 받고 6년이 흘렀다. 여전히 학생 신분이었지만, 대출금 상환이 시작된다는 은행 통지서가 지난해 집으로 도착했다. “이미 학원에서 일주일에 사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매달 수십만원씩 대출금을 갚으려면 아르바이트를 더 해야 하는데, 그럼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고 학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죠.”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유씨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2009년 이전 대출 학자금에 대해서는 2010년부터 시행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말 그대로 취업을 해서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상환 의무가 생기는 대출 제도다. 2009년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2010년 제정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에 따라 2010년 1학기부터 시행됐다. 상환액은 근로소득공제를 반영한 실소득이 근로소득공제를 반영한 상환기준소득(올해 1856만원)보다 초과한 부분의 20%다. 올해 2000만원을 벌면, 매달 2만원이 의무상환액이 된다. 이렇게 계산된 월 상환액이 3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이전까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불량자(신용유의자) 수는 해마다 치솟았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비 민간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다. 대학 다니느라 짊어진 빚을 취업 후 갚아야 하는 현실에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이 더해져 나온 필연적 결과였다. 졸업하면 취업해 갚겠다는 생각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지만 극심한 취업난으로 채무불이행자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정부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에 빠진 이들은 2006년 670명에서 이듬해 3785명으로, 2012년에는 무려 4만419명으로 급증했다. 6년 사이에 60배가 늘어난 것이다.

급증하던 대출학자금 신용불량자 수는 2013년 4만1691명으로 상승세가 주춤하더니, 2014년에는 2만231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만9783명으로 줄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4년 신용유의자 수가 대폭 감소한 배경은 기존 한국장학재단의 6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한 영향이 크지만,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한 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의 효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초 특별법은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2010년 시행 이전 은행 대출이나 일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들은 혜택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2014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돼, 2009년 이전 학자금 대출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유씨도 이 개정법의 혜택으로 2009년 빌린 대출을 전환해 숨통이 트인 경우다. 유씨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 2010년부터 시행됐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그 이후에도 일반 학자금 대출을 받아왔다”며 “2010년 이후 빌린 대출금에 대해서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로 전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 대상은 대학생으로 한정돼 있다. 더 비싼 등록금 부담을 지고 있는 대학원생은 이용할 수 없다.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2.5%의 이자율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현재 교육비의 문제는 단순히 대출제도를 손봐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데 있다. 이용교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가 당장 수많은 대학생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 문제는 대학교 등록금 자체가 너무 높고 그것을 학생 개인에게 부담하게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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