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23 18:42
수정 : 2017.01.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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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원고 중 3명이 사망해 현재 원고는 539명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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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달리 한국정부 항소·상고
항소심들 “국가, 차별해소 노력” 주장
배상액 3천만원·4천만원서 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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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원고 중 3명이 사망해 현재 원고는 539명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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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강제 단종·낙태 손해배상 소송 6건 중 5건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하급심 판결은 모두 국가 책임은 인정했으나 손해배상액이 엇갈려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2006년부터 일제강점기 때 강제격리돼 인권침해를 당한 한국 한센인들의 보상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부가 일제강점기 한센인 격리정책을 유지한 탓에 해방 뒤에도 강제수용된 한센인의 피해보상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한센인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2007년 제정됐지만 국가의 사과는 없었고 보상도 부족했던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2012년부터 2016년 법 개정 전까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센인에게만 월 15만원씩 지급했는데, 그러다 보니 인권침해를 당했는데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한센인권변호단은 한국 정부의 책임과 보상 문제에도 주목하게 됐다. 단장을 맡고 있는 박영립 변호사는 “일본과 대만처럼 일괄 배상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받자는 뜻에서 단종·낙태 소송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센병이 완치 가능하고 전염성도 크지 않은데도 사회적 차별과 편견 탓에 1990년 전후까지 이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단종·낙태 수술을 받아야 했다.
2011년 10월17일부터 2015년 11월13일까지 한센인 539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첫 판결은 2014년 4월2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재판장 유영근)에서 나왔다. 재판부는 “국가가 정당한 법률상의 근거 없이 한센인들에게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을 한 것은 행복 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했다”며 단종수술에 대해 3000만원, 낙태수술은 4000만원과 각각 그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과 4건의 서울중앙지법 판결도 결론은 일치했다.
일본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23일 서울고법 민사30부(재판장 강영수)는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액을 2000만원으로 삭감했다. 배상액 삭감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한센인 편견과 차별 해소를 위한 국가의 노력과 남녀평등의 원칙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 판결 뒤 이어진 서울고법 판결 3건도 모두 손해배상액을 2000만원에 맞췄다.
현재 대법원에는 엇갈린 손해배상액을 선고한 2심 판결들이 대기 중이다. 최종적으로 한센인의 손해배상액을 정할 대법원은 그동안 ‘국가 재정 부담’ 등을 내세워 과거사 사건의 배상액을 깎아온 전례가 있다. 조영선 변호사는 “법원이 많지 않은 배상금마저 깎아 한센인을 모욕하고 있다. 한센인들 대부분이 고령인 만큼 대법원의 현명하고 빠른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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