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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서정래 상인회장이 복합쇼핑몰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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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법] 재래시장 4년만에 또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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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서정래 상인회장이 복합쇼핑몰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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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노란색 펼침막부터 눈에 들어왔다. ‘지역상권 파괴하는 축구장 32개 크기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 강행, 즉각 중단하라. 망원시장상인회’.
롯데복합쇼핑몰은 롯데가 지하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근처 상암동 1625번지 등 3개 필지에 지으려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이다. 3개 필지를 모두 합치면 2만3742㎡(7194평)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3만4470㎡)에 버금가는 규모다. 게다가 필지와 붙어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가 선정됐고, 인근 수색역에도 롯데의 복합문화시설이 추진되면서 복합쇼핑몰과 이어지는 거대한 ‘롯데타운’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롯데복합쇼핑몰은 망원시장과 직선거리로 2㎞ 이내에 있다. 망원시장 등 주변 상인들은 복합쇼핑몰이 지역의 자영업자들이 나눠 갖던 소비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망원시장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조태섭씨는 “경기는 안 좋지, 대형마트는 곳곳에 들어서지, 가뜩이나 힘든데 대형마트와 차원이 다른 복합쇼핑몰까지 생긴다니 상인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한 분식집 할머니는 “복합쇼핑몰이 들어서지 않으면 좋은데, 대기업이 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겠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4년 전 이맘때 망원시장은 대형마트에 맞서 골목상권을 지켜내 경제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상인들은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1년 가까이 반대하다 2013년 2월 시장에서 많이 파는 16개 품목의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홈플러스와 맺은 바 있다. 서정래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그때는 등록절차가 마무리되고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상태라 상인들도 죽어라 싸웠는데, 롯데복합쇼핑몰은 건축허가 단계라 실체가 없다 보니 먹고살기 바쁜 상인들은 신경을 못 쓰고 있다. 또 대형마트는 싸워볼 만한 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대기업이 전사적으로 매달리는 복합쇼핑몰은 감당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4년전 홈플러스와 1년 실랑이
가까스로 골목상권 지켰는데
7천평 롯데쇼핑몰이 들어선단다
대기업 복합쇼핑몰 영향력이
반경 15km까지로 확대돼
서대문·은평 상권까지 ‘지진’ 예보
망원시장만 따져봐도
이미 5개 복합쇼핑몰에
빙 둘러싸인 형국
국가 차원서 고민할 문제인데
유통산업발전법은 허당
3천㎡이상 매장은 다 짓고 나서야
상권영향평가서 내게 해 무용지물
법 개정안은 국회서 줄줄이 낮잠
상인회는 2015년 7월 롯데, 서울시와 함께 ‘지역상생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모두 3개 동의 쇼핑몰 가운데 1개 동은 백화점과 매장이 없는 비판매시설로 한다’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롯데 쪽은 “판매시설을 전체 시설의 70%로 제한하는 대신, 3개 동 모두 저층부에 판매시설을 두겠다”며 중재안을 거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개 필지 가운데 1개 필지를 롯데가 매입한 가격인 779억원에 10%를 얹어 서울시가 되사겠다”는 제안까지 내놓았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에 “몇몇 상인회가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상인회는 지역의 시민·상인단체와 함께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지난 5일 민중의 집, 다정한 사무소, 성미산마을, 교육공동체 벗, 연미동 나무그늘, 민중의 꿈, 상인유니온 등 10여개 단체 20여명과 회의를 열어 복합쇼핑몰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한 자료를 제시했다.
지난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경기도 파주의 신세계·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주변 상점 314곳을 조사했다. 점포당 월평균 2898만원이던 매출액은 복합쇼핑몰 입점 3년 뒤 155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매출의 46.5%가 감소한 것이다. 방문 고객은 점포당 55명 가운데 22명이 발길을 끊어 40.2%가 줄었다. 고용인원도 점포당 3.1명에서 2.5명으로 20.3% 감소했다. 서 회장은 “이런 매출 감소 추세라면 복합쇼핑몰 입점 뒤 2~3년 안에 60% 이상의 중소 상인들이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복합쇼핑몰의 실체를 대략 파악하고 있던 상인들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충격을 받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대형 쇼핑몰 입점 관련 주변상권 영향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복합쇼핑몰 주변에 점포가 있는 중소 상인 10명 가운데 7명은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줄었다. 서울 송파구 문정, 경기도 고양·파주·김포, 경기도 이천, 충남 부여, 충북 청주 등 대형 쇼핑몰과 아웃렛이 있는 5개 권역 상인 300명 가운데 76.7%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한 것이다. 매출에 변화가 없는 상인은 23%였고, 0.3%만 매출이 늘었다. 쇼핑몰 입점이 경영에 미친 영향에 대해 74.3%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긍정적’이라고 답한 상인은 1.7%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복합쇼핑몰의 영향력 범위가 대형마트보다 훨씬 넓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몰고 복합쇼핑몰에 와서 가족 모두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먹을거리, 의료서비스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대형마트가 너울파도라면 복합쇼핑몰은 쓰나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에서도 복합쇼핑몰에서 10~15㎞ 떨어진 상권까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망원시장의 반경 10㎞까지 넓히면, 이미 문을 열었거나 열 예정인 대규모 복합쇼핑몰은 은평뉴타운의 롯데몰, 삼송역의 신세계 스타필드(예정), 김포공항역의 롯데몰, 마곡지구의 신세계 스타필드(예정) 등으로 늘어난다. 복합쇼핑몰들이 망원시장을 에워싸는 형국이다.
서 회장은 “지난 5일 회의 참석자들은 복합쇼핑몰 입점이 전통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영업자 전체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고 마포구 자영업자들의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런데 롯데복합쇼핑몰은 서대문구, 은평구 등 주변 자치구의 상권에도 광역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마포구에만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지 않나.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 지금 법으로는 복합쇼핑몰을 제한할 근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면적이 3천㎡ 이상의 대규모 매장을 개설할 때,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서류를 쇼핑몰을 다 짓고 난 뒤에 제출하도록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영업 시작 시점이 아닌 건축허가 신청 이전에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앞서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역협력계획서 이행실적이 미흡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12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도시계획 입안 단계부터 중소상권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 개설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금까지 발의된 복합쇼핑몰 관련 입법안 가운데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개정안을 보면, 도시계획 단계에서 지정한 중소유통상업보호지역에는 매장 면적 1만㎡를 초과하는 대규모 점포를 개설할 수 없다. 대신 대규모 매장 용도로 허용한 지역에만 쇼핑몰이 입점할 수 있다.
노 의원은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도시계획법제에 따라 도시계획단계에서 미리 대규모 점포의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며 “우리도 국토계획법의 도시·군 관리계획 입안 단계부터 소상공인의 영업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기초자치단체장 등이 상업지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소유통상업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낙연 최우리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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