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14 00:33
수정 : 2017.02.14 05:01
[밥앤법]소비자 편익과 벼랑끝 노동
장시간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은 정기 휴점이나 특별 휴점제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체엔 협력업체를 통해 파견 온 노동자들이 많아 이들까지 포괄한 대책을 내놓기가 만만치 않다.
2013년 4월 정부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등을 위해 유통산업 발전법(이하 유통산업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에 매달 2회 의무 휴업을 강제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한 게 그나마 노동자 휴식권을 일부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진 않다. 이마트에서 일하는 박아무개(38)씨는 “정기 휴무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경우가 있어 주말에 쉴 수 없을 때가 많다”며 “눈치 안 보고, 그저 남들 쉬는 날 똑같이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일하는 권혜선(44)씨는 “매달 2회 휴무가 있지만, 정작 명절 때는 영업을 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할 수 없다. 명절에 한 번도 고향에 가본 적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유통산업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지난해 서울 시내에 면세점 13곳이 들어섰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면세점 폐점 시간이 연장됐다. 면세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김아무개(29)씨는 “심야 영업을 한다고 해서 면세점 매출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업체 간 경쟁 때문에 서로 문을 닫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일하는 사람들만 죽어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구에 들어선 두타 면세점은 ‘올빼미족’을 겨냥해 새벽 2시까지 영업했다가 매출 부진을 이유로 자정까지로 영업시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엔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무소속 김종훈 의원의 개정안은 매주 일요일을 대형마트와 백화점 의무 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노사가 합의하면 요일을 변경할 수 있다. 시내 면세점도 매월 1회 의무적으로 쉬도록 규정했다. 무소속 서영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설날과 추석 당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매달 2회인 의무 휴업일을 4회로 확대하도록 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지만, 이런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통업계 종사자의 ‘장시간 노동’ 등 근무환경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사회발전 노사정 위원회에서 2010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2020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가 제도 개선, 지도 점검, 지원 대책 등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잘 안 됐다”며 “정부는 정책이 잘 집행되고 이행됐는지 평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에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지역에 있는 장시간 노동 사업장을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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