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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07 05:01 수정 : 2017.03.07 08:29

2017년 새해 첫 월요일인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며 일터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밥앤법] 부장급 사실상 ‘강제퇴직’ 논란

2017년 새해 첫 월요일인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며 일터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삼성화재의 보직해임을 통한 구조조정이 ‘나이 차별’이라며, 부장급에서 보직해임된 당사자가 회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부장급보다 한 단계 낮은 팀장급에서 보직해임된 10여명이 회사가 ‘임금 차별’을 하고 있다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화재 회사 관계자와 여러 보직해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0월5일 삼성화재 ㄱ 부장이 보직해임됐다. 그 부서는 2년 전까지 적자 부서였다가 2014년 말 ㄱ 부장 부임 뒤 2015년 147억원, 지난해 260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해 8월엔 부서에서 운영하는 상품의 적립금이 1조원을 돌파해 대대적인 기념식이 열리기도 했다. 동료들은 그가 1994년 입사 뒤 가는 곳마다 탁월한 성과를 냈고, 최고 수준의 고과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다면평가에서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점수를 받는 등 동료들의 평판도 좋았다고 한다. 지난해엔 한 경제지가 주관하는 ‘연금대상’에서 그의 부서가 해당 부문 대상을 받았다.

1994년 입사, 가는 데마다 최고평가
최근 적자 부서 맡아 흑자 부서로
50대 돼도 명퇴 않을 듯하자 감사
회사쪽 “비위사실 적발” 보직해임

당사자 “있지도 않은 허물 씌워”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 인권위 진정

회사 관계자는 “ㄱ 부장의 보직해임 사유는 성과 부진이 아니라 비위였다”며 “투서를 토대로 감사를 벌여 비위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여성 부서원들에게 선물을 강요해 와이셔츠를 받았고, 판촉물인 넥타이 몇 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외근 업무시간 보고에 1시간이 빈다는 사유도 포함됐다. ㄱ 부장은 자신의 혐의를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부서원들의 진술서와 주변인들의 증거확인서를 모아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질 요청도 거부됐다고 한다. 회사는 감사를 마치고 5일 만에 사내 전자게시판에 그에 대한 보직해임을 공고했다.

결국 ㄱ 부장은 인권위를 찾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한 대기업을 상대로 그런 내용의 진정이 접수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면밀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ㄱ 부장은 “표적 감사를 해서 있지도 않은 허물을 씌웠다”며 여러 근거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관계의 다툼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ㄱ 부장이 주장하는 ‘감사의 목적’이다. 그는 “실적과 평판이 높아 명퇴나 계약직 전환을 거부할 가능성이 큰 50대 직원을 퇴출시키기 위한 명분 축적용 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는 ㄱ 부장과 여러 차례 접촉해보려고 했으나, 그는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의 한 동료는 “이 일의 충격으로 신경정신과에 입원도 하고 지금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팀장급인 보상센터장에서 보직해임된 14명은 최근 연판장을 돌리는 등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40대 후반에 보직해임된 뒤 명퇴를 거부한 채 사원급 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이다. 팀장급 보직해임자들은 부장급과 달리 무기계약직조차 선택할 수 없다고 한다. 이들은 ‘성과급 차별’에 반발하고 있다. 비교 대상은 다른 팀장급이 아닌 주임·대리급이다. 삼성화재는 주임·대리급에게는 고과에 상관없이 기본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팀장급 보직해임자들은 고과가 낮으면 여기서 50~70% 깎인 성과급을 받는다. 잇따라 낮은 고과를 받으면서 연봉 총액이 대리급보다 낮아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좋은 고과를 받기 어려운 사정은 부장급 보직해임자들과 다르지 않다.

김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민간기업에서 성과주의를 악용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나이에 따른 구조조정이 상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법원은 이를 사용자의 ‘인사권’ 범위 내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인권위가 기업과 국가에 구제조치와 보완 입법 등을 권고해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해야 한다”고 짚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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