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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10 18:34 수정 : 2017.04.10 22:08

[밥&법] 동네변호사가 간다

우리나라 법조계의 이른바 전관예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두 가지 현상이 있으니 법원으로 보면 도장값이요, 검찰로 보면 전화변론이다.

우선 도장값. 3심은 대법원 관할이다. 그런데 3심에 올라오는 사건의 서면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도장이 찍혀 있지 않으면(즉 선임되어 있지 않으면) 대개는 대법관들에게 서면이 가기 전에 재판연구관 단계에서 3심 상고가 기각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상고이유서 등 상고심에 내는 서면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도장을 받아 내는, 매우 기이한 관행이 서초동에 형성되어 있는데, 그 도장값이 대략 3000만원쯤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경에는 의뢰인의 요구로 수임료 5000만원 중 3000만원을 주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도장을 받아 상고이유서를 냈다가 상고가 기각되자, 의뢰인에게 폭행을 당하고 5000만원을 생짜로 돌려준 변호사의 일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그 변호사는 막상 3000만원의 도장값을 챙긴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게 수임료 반환을 요구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전화변론.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하면 선임계를 내고 여기에 경유증지라는 것을 붙이게 되어 있다. 이 경유증지의 사용내역은 변호사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이는 수임료에 대한 과세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데 일부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수임해놓고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전화로 변론하고는 수임료를 전혀 신고하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경유증지가 사용되지 않으니 사건 수임 내역을 세무관서에서 알 길이 없고, 현금으로 수임료 받아 입을 다물면 그대로 탈세가 된다. 전관 변호사에 의하여 사법정의가 왜곡되는 것은 물론 탈세마저 은폐하는 매우 악성의 관행이자 범죄적 행태이다. 그런데 변호사법은 이런 전화변론, 즉 선임계 미제출의 변론에 대해 과태료 제재에 그치고 있다. 솜방망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전관예우 현상에 대하여 당위론적 관점에서 불공정이니 정의의 왜곡이니 목소리를 올려봐야 문제가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목소리는 전관 변호사를 이용하는 수요자를 은근히 비난하면서 공급자는 결과적으로 면책시킨다는 점에서 악을 엄호, 은폐하는 비열한 논지이기도 하다. 결국 전관예우 문제 해결의 관건은 시장의 수요자들에게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도 당신의 사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가족이 갑작스러운 일로 구속되었다면 일단 구속 상태를 면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생각할 것이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배제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부적절한 비유일 것이나, 의사협회에 등록이 말소된 의사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의사가 내 자식의 병을 낫게 할 가장 우수한 의사라면 등록이 말소됐든 아니든 다급한 부모 처지에서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 점에서 전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몇가지 제안드린다.

첫째, 먼저 고위 법조인 중 일정 범위는 변호사 개업을 못하도록 하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은 국가 사법질서의 최고 정점에 있었던 분들이다. 설마 이분들이 변호사 개업을 못해서 궁핍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의 격과 사법질서 위신의 문제다.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으면 적어도 도장값 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둘째, 전관과 현관의 커넥션 차단 장치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법원이나 검찰의 수임내역을 검토하여 변호인이 수사 검사 또는 담당 판사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재배당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완구, 김양 사건 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시행한 바 있다. 사건 수임 내역의 공개도 전관과 현관의 커넥션을 차단하는 데 유용하다. 셋째, 전화변론의 문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변호사법은 과태료 제재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형사처벌의 제재가 필요하고, 특히 전화변론의 상대방인 현관이 현직에서 당연 퇴직될 수 있도록 징역형 이상의 제재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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