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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5 11:32 수정 : 2017.07.25 11:36

[동네변호사가 간다]

당정이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즉 슈퍼 리치를 대상으로 한 초고소득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또 새 정부의 첫 국세청장은 오랜 기간 조사에 몸담아 세무조사와 역외탈세에 상당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여러모로 세금을 잘 거두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는 모양새다. 세금을 공평, 공정하게 잘 걷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뿐만 아니라 잘 걷은 세금이 정부의 주머니에서 한 푼이라도 허투루 나가지 않게 사용처를 잘 감시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내게서 걷은 세금을 정부가 잘 써 줄 것이라는 신뢰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납세자의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는 정공법이기 때문이다.

소송도 세금 사용처를 제대로 감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최근 내가 대리하는 주민소송이 그중 하나다. ㄱ시는 ㄴ기업과 민자 사업 계약을 맺고 ㄴ기업이 시의 시설을 지을 때 세금으로 공사비를 일부 지원해 주었다. 그런데 ㄱ시는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ㄴ기업에 세금을 지원하는 법적인 근거도 명백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ㄴ기업은 시에 시설을 기부하기는 했지만 운영권을 가져 이익을 얻었다. 주민들의 여론은 시가 ㄴ기업으로부터 돈을 돌려받기를 원하는 쪽이었지만, 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분노한 시민들이 ㄴ기업에 지원해 준 세금은 위법한 재정행위라며 ㄱ시의 시장이 ㄴ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으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원래대로라면 시의 재산이기 때문에 시장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텐데, 주민소송제도는 납세자인 주민도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이 규정하는 주민소송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금을 쓰거나 재산을 취득할 때 위법행위가 생긴 경우나, 걷어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는 경우에 그 지역의 주민은 200~500명의 서명을 받아 우선 상급기관인 시도 지사에게 감사 청구를 한다. 감사를 거친 주민은 누구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위법한 재정행위를 시정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이 소송이 주민소송이다.

소송의 내용은 다양하다. 위법행위를 중지하거나 취소하게 하는 청구, 반대로 세금을 걷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는 것이 위법이라는 확인을 법원에 청구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제기된 주민소송의 형태는 손해배상 청구이다. 지방자치법에 4번째로 규정되어 있어서 4호 소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지자체 공금을 위법하게 낭비한 지자체 직원, 지방의회 의원, 또 세금 낭비 행위에 가담한 자 누구에게든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이다. 주민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법한 세금 낭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두의 돈인 세금을 공무원과 수백만명의 납세자가 같이 감시하는 획기적인 제도인 셈이다. 원형은 미국의 납세자 소송이다. 일본에도 비슷한 소송 제도가 있어 세금 낭비를 막는 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주민소송은 노무현 정부 때 재정 낭비를 막고자 도입된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문재인 정부 국정 100대 과제에는 중앙정부에 대해서도 이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국민소송법 도입이 포함되어 있다. 새 정부는 증세와 함께, 새는 세금을 막는 제도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본인들을 향하는 칼이 될 소송을 신설한다 하니 반갑고 어떤 소송 제도가 될지 법률가로서 설레는 마음이다. 조수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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