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법] 또 고개 든 경기도 분도론
한강 이북 10개 시·군 ‘따로 묶자’
1987년 이래 선거때마다 단골 공약
내년 지방선거 앞 어김없이 등장
국회 첫 법안 심사…찬반론 팽팽
북쪽지역 ‘소외’가 분도론 ‘풀무질’
법안 통과땐 단체장 등 분리선거
도민 관망…고양·구리·파주쪽 소극
경기도는 고려시대인 1018년 이래 천년 동안 ‘경기’로 불려왔다. 인구 1300만명인 경기도를 한강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나누자는 ‘경기북도 분도론’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북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복된 규제로 경기도 북부지역이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게 핵심 이유다. 분도론이 왜 30년째 나오고 있는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분도가 필요한지 등을 짚어본다.
찬성론 “때가 됐다”“분리해도 340만명 광역단체 면모
서울 경계 지역간 정서·격차 벌어져
독자 행정주체 세워 낙후 벗어날때” 반대론 “정치적 구호다”
“경쟁력 떨어지고 북쪽은 더 불리
분도때 이익 커진다는 근거 없어
주민 조용한데 일부가 정략적 이용 최근 한강 이북의 경기도 북부지역 10개 시·군을 하나로 묶어 ‘경기북도’를 만들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경기남도’와 별도의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30년 묵은 주장이지만 이번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처음으로 관련 논의가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정기국회 첫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이 5월에 대표 발의한 ‘경기북도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해 제안 설명과 검토보고를 들은 뒤 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양주)과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포천·가평),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의정부을) 등 여야 의원 12명이 공동발의했다. 만약 법안이 11~12월께 국회 행정안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초부터 경기도가 갈라져 경기남도와 경기북도가 된다. 하지만 경기도내 시·군과 주민들의 의견이 분분한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강하게 반대해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 30년 만에 국회서 첫 법안 심사 법안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한강 이북에 있는 고양·구리·남양주·동두천·양주·의정부·파주·포천·가평·연천 등 북부 10개 시·군을 ‘경기북도’로, 나머지 21개 시·군은 ‘경기남도’로 분리해 경기도를 분도하자는 내용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되, 도지사·교육감·도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겸직하도록 했다. 김성원 의원은 “한강을 기준으로 경기 남부와 경기 북부가 나뉘어 있고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으로 남부와 북부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경제권, 생활권, 지역적 특성이 다른 경기 북부를 경기도에서 분리해 경기북도를 설치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경기북도 분도’ 법률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면적은 4266㎢로 충청북도와 비슷하다. 경기도 전체 면적(1만183㎢)의 41.9%를 차지한다. 인구는 7월말 기준 340만명으로 경기도 전체 인구(1316만명)의 25.8%다. 분도를 전제로 보면,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993만명)과 경기 남부(976만명), 부산(349만명)에 이어 네번째로 인구가 많다. 경남(337만명)을 이미 추월했고 부산도 곧 따라잡을 추세다. 경기 북부 인구는 1990년 134만명에서 2000년 234만명, 2010년 300만명 등으로 급격히 늘었다. 양주·남양주 등에서 택지 개발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2020년께엔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부와 경기도는 분도 주장에 신중하거나 반대하는 쪽에 가깝다. 경기북도 설치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신중검토’ 의견을 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공감대가 선행돼야 하고 다른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 지역의 경제·산업 구조와 재정부담 능력 등 지방행정체제 차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1018년 이래 경기로 불린 경기도의 역사와 전통을 외면하고 도민의 협력과 단결을 저해한다. 조속한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확충으로 경기 북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함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반해 경기북부 시군의장협의회 등은 “개발에서 소외되고 수도권 규제에 묶인 북부지역의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조속한 (경기북도 설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다시 고개 경기도 분도론은 30년 전인 1987년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13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등장했다. 1992년엔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 뒤로도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였으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선거가 끝나고 나면 흐지부지됐다. 16대 대선을 한달 앞둔 2002년 11월엔 ‘경기북부 10개 시·군 의장단협의회’가 ‘경기북도 분도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고, 2003년 ‘경기도 분도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정성호 의원 등 경기 북부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북부 발전기획단’을 만들어 분도론을 이슈화했다. 2014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는 경기 북부 지역 단체장 선거에 나선 같은 당 후보들과 함께 ‘평화통일특별도’ 정책협약을 맺으며 분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도 남양주시의회 의원들이 지난달 14일 ‘경기북도 설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남양주시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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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두천시 의원들이 지난 6월20일 본회의에서 ‘경기북도 설치 촉구를 위한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동두천시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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