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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17 11:48 수정 : 2017.10.1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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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법] 또 고개 든 경기도 분도론

한강 이북 10개 시·군 ‘따로 묶자’
1987년 이래 선거때마다 단골 공약
내년 지방선거 앞 어김없이 등장
국회 첫 법안 심사…찬반론 팽팽
북쪽지역 ‘소외’가 분도론 ‘풀무질’
법안 통과땐 단체장 등 분리선거
도민 관망…고양·구리·파주쪽 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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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고려시대인 1018년 이래 천년 동안 ‘경기’로 불려왔다. 인구 1300만명인 경기도를 한강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나누자는 ‘경기북도 분도론’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북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복된 규제로 경기도 북부지역이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게 핵심 이유다. 분도론이 왜 30년째 나오고 있는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분도가 필요한지 등을 짚어본다.

찬성론 “때가 됐다”
“분리해도 340만명 광역단체 면모
서울 경계 지역간 정서·격차 벌어져
독자 행정주체 세워 낙후 벗어날때”

반대론 “정치적 구호다”
“경쟁력 떨어지고 북쪽은 더 불리
분도때 이익 커진다는 근거 없어
주민 조용한데 일부가 정략적 이용

최근 한강 이북의 경기도 북부지역 10개 시·군을 하나로 묶어 ‘경기북도’를 만들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경기남도’와 별도의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30년 묵은 주장이지만 이번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처음으로 관련 논의가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정기국회 첫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이 5월에 대표 발의한 ‘경기북도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해 제안 설명과 검토보고를 들은 뒤 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양주)과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포천·가평),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의정부을) 등 여야 의원 12명이 공동발의했다. 만약 법안이 11~12월께 국회 행정안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초부터 경기도가 갈라져 경기남도와 경기북도가 된다. 하지만 경기도내 시·군과 주민들의 의견이 분분한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강하게 반대해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 30년 만에 국회서 첫 법안 심사 법안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한강 이북에 있는 고양·구리·남양주·동두천·양주·의정부·파주·포천·가평·연천 등 북부 10개 시·군을 ‘경기북도’로, 나머지 21개 시·군은 ‘경기남도’로 분리해 경기도를 분도하자는 내용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되, 도지사·교육감·도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겸직하도록 했다. 김성원 의원은 “한강을 기준으로 경기 남부와 경기 북부가 나뉘어 있고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으로 남부와 북부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경제권, 생활권, 지역적 특성이 다른 경기 북부를 경기도에서 분리해 경기북도를 설치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경기북도 분도’ 법률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면적은 4266㎢로 충청북도와 비슷하다. 경기도 전체 면적(1만183㎢)의 41.9%를 차지한다. 인구는 7월말 기준 340만명으로 경기도 전체 인구(1316만명)의 25.8%다. 분도를 전제로 보면,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993만명)과 경기 남부(976만명), 부산(349만명)에 이어 네번째로 인구가 많다. 경남(337만명)을 이미 추월했고 부산도 곧 따라잡을 추세다. 경기 북부 인구는 1990년 134만명에서 2000년 234만명, 2010년 300만명 등으로 급격히 늘었다. 양주·남양주 등에서 택지 개발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2020년께엔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부와 경기도는 분도 주장에 신중하거나 반대하는 쪽에 가깝다. 경기북도 설치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신중검토’ 의견을 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공감대가 선행돼야 하고 다른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 지역의 경제·산업 구조와 재정부담 능력 등 지방행정체제 차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1018년 이래 경기로 불린 경기도의 역사와 전통을 외면하고 도민의 협력과 단결을 저해한다. 조속한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확충으로 경기 북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함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반해 경기북부 시군의장협의회 등은 “개발에서 소외되고 수도권 규제에 묶인 북부지역의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조속한 (경기북도 설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다시 고개 경기도 분도론은 30년 전인 1987년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13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등장했다. 1992년엔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 뒤로도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였으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선거가 끝나고 나면 흐지부지됐다.

16대 대선을 한달 앞둔 2002년 11월엔 ‘경기북부 10개 시·군 의장단협의회’가 ‘경기북도 분도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고, 2003년 ‘경기도 분도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정성호 의원 등 경기 북부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북부 발전기획단’을 만들어 분도론을 이슈화했다. 2014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는 경기 북부 지역 단체장 선거에 나선 같은 당 후보들과 함께 ‘평화통일특별도’ 정책협약을 맺으며 분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도 남양주시의회 의원들이 지난달 14일 ‘경기북도 설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남양주시의회 제공
지난 1월엔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현 국민의당 상임고문)가 분도론을 꺼냈다. 손 전 대표는 “경기 북부의 인구가 330만명이나 되고 경찰과 법원·검찰이 독립해 독자적인 행정체계와 기업 등 인프라를 갖췄다. 이제는 행정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독자적인 발전의 토대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가 지난달 ‘경기북도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한 것을 비롯해 동두천시의회, 의정부시의회, 남양주시의회, 포천시의회가 잇따라 경기북도 설치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을 끈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홍석우 도의원(자유한국당·동두천1)은 “북부지역 10개 시·군은 수도권으로 묶여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개발 기회를 다른 지방에 뺏기고 있다. 북도로 분리되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개발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분도론 왜 끊임없이 나오나 경기 북부가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이란 지리적 특수성에 더해 수도권이란 이유로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규제는 물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 중복 규제를 받아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게 분도론의 핵심 이유다. 서울을 가운데에 두고 경기 남부와 북부의 지역 정서가 다르고, 양쪽 모두 인구와 면적이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면모를 갖춘 점도 분도 요구를 키우고 있다.

경기 북부는 전체 면적의 36.6%가 과밀억제권역, 54.1%가 성장관리권역, 27.1%가 자연보전권역으로 규제를 받고 있다. 경기도 전체 군사시설보호구역의 80%, 경기도 전체 주한미군 공여지 중 79.6%가 경기 북부에 있다.

반면 경기 북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39.9%로 남부(55.8%)보다 크게 낮고, 세수는 1조8986억원으로 경기도 전체 세수(10조2994억원)의 18.4%에 그친다. 예산 규모(9조574억원)도 전체 예산의 15.9%에 불과하다. 북부지역 지역내총생산(GRDP)은 경기 전체의 18%(59조3327억원, 2014년 기준), 사업체 수는 19만여개로 남부(57만1506개)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북부 13개-남부 208개, 중소기업은 북부 346개-남부 2133개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기 남북 지역 불균형에 따른 분도의 필요성을 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광명갑)은 지난해 국감에서 “경기북부지역은 남북분단으로 인한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지역 개발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해 인프라 시설과 발전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 차원에서 경기도 분도론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찬반 팽팽한 대립…전망 엇갈려 경기도 여론은 ‘이번에도 선거용으로 끝날 것’이란 의견과 ‘여건이 성숙된 만큼 이번엔 다를 것’이란 전망으로 엇갈린다. 분도에 찬성하는 쪽은 경기 북부가 낙후성을 극복하고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려면 규제 완화와 함께 경기북도라는 독자적 행정주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기 북부에는 이미 경기도 북부청사,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의정부지법·의정부지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 행정 기반이 갖춰져 분도가 되더라도 행정상 혼란이나 비용 발생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점도 주요 근거다.

경기도북부의장협의회는 ‘경기도 분도 촉구 결의안’에서 “경기도의 기형적인 경제발전정책으로 남부와 북부 지역 간 소득 격차가 심화했고 같은 도민이라는 소속감보다는 소외감을 느끼는 결과를 낳았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발전과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근(포천시의회 의장) 북부의장협의회장은 “과거엔 분도 문제가 선거용 공수표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경필 도지사는 정치적 이득을 떠나 분도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남경필 경기지사를 비롯한 반대론자들은 분도가 경기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재정이 취약한 경기 북부의 부담 대비 편익이 현재보다 줄어 오히려 경제적으로 불리해진다고 주장한다. 남 지사는 도의회나 국감 답변 등을 통해 “분도론은 경기도의 역사와 정통성을 외면하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주장”이라며 “분도를 하면 북부지역 재정자립도가 35% 수준으로 떨어져 자체 사업 추진이 더 어려워지며,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경기 북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낫다”고 일축했다. 남 지사는 경기 북부의 인구가 전국 광역지자체 중 5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중국 산둥성 인구는 경기도의 7.8배, 면적은 15.4배에 이른다. 다른 나라들도 대도시권 중심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취임 뒤 자신을 ‘남(南)경필이 아닌 북(北)경필로 불러달라’며 경기도청 경제실을 북부청에 배치하고 도로 건설 등 정책 예산을 북부에 지원해왔다.

이재준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도 “분도를 하려면 중앙정부 교부금이나 수도권 규제 제외 등 이익이 뚜렷해야 하는데 객관적 자료가 하나도 없다. 분도가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 중앙정부의 약속을 받고 주민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관심도 없고 개발전략이나 규제 완화 등 효과에 대한 분석도 없이 일부 정치인들이 분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파주시민 김아무개(56)씨는 “분도하면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자리가 생겨 좋겠지만 세금만 더 들어가고 시민들 삶은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동두천시 의원들이 지난 6월20일 본회의에서 ‘경기북도 설치 촉구를 위한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동두천시의회 제공
시·군별 ‘온도차’도 분도의 걸림돌이다. 경기 북부 시·군 가운데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 남양주는 분도 결의안을 내는 등 적극적이지만 고양과 파주, 구리 등은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7)은 “현실적으로 남부의 세입 일부를 북부에 지원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부지역의 재정 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분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고양 등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분도에 대한 갈등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영환 고양시의회 의장은 “고양이나 구리 등 서울과 인접한 도시들은 다른 북쪽 지자체와 견줘 분도 욕구가 강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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