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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7 18:09 수정 : 2016.08.17 22:22

44년 만에 단체 구기 ‘노메달’
여자배구 김연경에만 의존…서브 리시브 불안 ‘발목’
남자축구는 화끈한 공격력에도 한번 실수로 좌초
40대 선수가 뛰는 여자핸드볼, 세대교체 실패
저변 좁아진 여자하키 2000년 이후 침체 못벗어

김연경(아래 왼쪽) 등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16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1-3으로 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어디 핑계 없는 무덤이 있던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실패 원인을 꼽으라면 한 수십 가지는 될 것이다. 시차 등 현지적응 실패, 세대교체 실패, 특정 스타에만 의존한 경기력, 고질적 수비 불안….

기대를 모았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16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1-3(19:25/14:25/25:23/20:25)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여자하키, 여자핸드볼, 남자축구 등 리우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 단체 구기종목 4개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이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한 것은 1972년 뮌헨올림픽 이후 44년 만이다. 이번에 남자축구와 여자배구는 수비에서 좀더 집중력을 보였으면 4강까지 갈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컸다. 사상 처음 지구 반대편인 남미대륙에서 열린 올림픽이라 선수들이 현지적응 등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을 테지만, 4개 종목 나름 실패한 이유가 있다.

이정철(56) 감독의 여자배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일본을 3-1로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40년 만의 메달 획득에 기대감도 더 높아졌다. 그러나 러시아에 1-3, 브라질에 0-3으로 패하는 등 강호들과의 실력차가 드러났다. 한 수 아래인 아르헨티나와 카메룬을 각각 3-0으로 잡아 3승2패로 8강에 올랐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벽은 높았다.

경기 뒤 이정철 감독이 “과거 유럽의 큰 선수들과 경기할 때 걱정도 안 했던 부분이 서브 리시브인데, 이제는 기본기, 볼을 다루는 기술을 걱정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 점은 곱씹어볼 만하다. 세계적 거포 김연경(28·페네르바흐체)만 바라본 것도 8강전 패배 요인이다. 김연경이 홀로 27점을 올리며 분전했을 뿐 김희진(25), 박정아(23·이상 IBK기업은행), 이재영(20·흥국생명), 양효진(27·현대건설) 등은 폭발적 스파이크와 높이를 겸비한 네덜란드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경기 뒤 김연경이 어린 선수들이 국외 리그에 많이 나가봐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에서 선수들의 국제경기 경험 부족도 중요한 패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손흥민이 14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온두라스에 0-1로 패한 뒤 통곡하고 있다. 벨루오리존치/연합뉴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의 4강 진출 실패는 가장 아쉬웠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았으나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일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도 기습공격 한 방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리우로 가기 전에도 신태용호는 수비 불안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결국 그것에 발목이 잡혔다. 온두라스의 ‘침대축구’로 만회골을 넣지 못한 점이 아쉬웠으나 신태용 감독이 그렇게도 강조한 선제골을 빨리 터뜨리지 못한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듯한 선방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조별리그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도 극찬한 왼발 결승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안긴 권창훈(22·수원 삼성) 등 공격진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C조 조별리그 2승1무, 조 1위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1차전에서 최약체 피지에 8-0으로 이긴 것도 있지만, 독일과 3-3으로 비기는 등 올림픽 무대에서 손색없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오영란 등 한국 선수들이 15일 오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푸투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핸드볼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했지만 8강에 오르지 못한 뒤 후배들과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임영철(56) 감독의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골키퍼 오영란(44·인천시청)과 우선희(38·삼척시청)까지 가세하는 등 노장 투혼을 펼쳤지만, 조별리그 1승1무3패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짐을 꾸려야 했다. 러시아(25-30), 스웨덴(28-31)에 잇따라 진 뒤 네덜란드와의 3차전에서는 오영란의 막판 선방으로 간신히 32-32로 비겼다. 이어 프랑스에 17-21로 졌고, 아르헨티나한테 28-22로 단 한 번 이겼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우생순’ 주역을 이을 선수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등 세대교체 실패 때문이다. 임 감독은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출산한 지 8개월 밖에 얼마 안 된 선수까지 리우에 데려간 것은, 점차 열악해지는 여자핸드볼계를 그대로 드러내준다.

한국의 장희선이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하키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 선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한국은 이날 0-2로 져 조별리그 6개 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한진수(51) 감독의 여자하키 대표팀은 더 못했다. 뉴질랜드(1-4), 네덜란드(0-4), 독일(0-2), 스페인(2-3)에 패하고, 중국한테만 0-0으로 비겼다. 1무4패. 5경기에서 3골밖에 넣지 못하는 등 빈곤한 득점력이 문제였다. 1988 서울올림픽과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을 일궈내며 비인기종목으로서 전국민적 각광을 받았던 여자하키는 2000년 이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지난해 올림픽 예선을 겸한 월드리그 2위 등으로 선전했으나 이번에는 맥을 못 췄다. 대한하키협회 관계자는 “이번 멤버 중에는 김보미(31), 한혜령(30·이상 KT), 김종은(30·아산시청) 등 2005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 주역들도 있었지만 첫 경기에서 패하면 부진해지는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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